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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전에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건 떡볶이는 자기 입맛에 맞는, 그리고 동네에 잘하는 집보다 맛있는 데는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궁중떡볶이처럼 요리법 자체가 다른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다시 찾아가서 즐길 만큼 만족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고 (차비 왕복이면 1인분 추가니..) 이름난 곳들은 기대치 탓에 맹비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죠.
여기 쓰는 세군데 중에 두군데가 그런 곳이라 추천보다는 평가 정도로....
1. 신당동 떡볶이 (마복림 할머니집)
50년이 넘은 가게이고 온갖 방송보도와 신문을 독점해왔으며 간판에 할머니 사진까지 붙여놓은 집이라 골목 들어가면 안갈수가 없는 집이죠. 신당동 골목에서 "아이러브 신당동"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손님수는 압도적으로 많을걸로 추정됩니다.
미리 해놓고 떠먹는게 아니라 사리 등을 넣어서 전골처럼 먹는 거구요. 특징은 떡을 굉장히 가는 종류를 (일반 떡볶이떡보다 더 가늘고 약한...) 사용하고 여기에 양념이 많이 다른데요. 일반 떡볶이집이 매운 맛이 주를 이룬다면 여긴 짠맛이 더 강합니다. 끓이면 색깔은 주황색으로 변하는데 끓이기 전의 색깔을 보면 자주색과 검정색 가운데 정도입니다. 예전에 춘장을 섞는게 비법이라고 들었는데 어디서 보니 간장이라는 얘기도 있더군요.
그래서 맵진 않구요. 사리를 비롯한 나머지 메뉴는 특별한건 전혀 없습니다.
사견으로 신당동 타운은 과거의 명성으로만 먹고사는 대표적인 동네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아요. 차라리 이곳보다 옆에 있는 우정을 더 추천하고 싶고 마복림 할머니 다음으로 유명한 아이러브 신당동이라는 곳도 가봤는데 아무리 大자라도 그렇지 무슨 떡볶이가 20000원을 하는지....맛은 여기랑 아무런 차이없고 돈아까워서 혼났습니다.
그래도 먹고나면 본젤라또 아이스크림도 주고 점심시간엔 디제이도 두고 하니까 저보다 윗 연배인 분들이 추억삼아 갈만하단 생각은 드는데 솔직히 같이 가본 사람 중에 맛있다고 하는 분을 별로 보지 못했어요. 실제로 넷상에서의 평가가 참 별로이기도 하죠.
2. 먹쉬돈나
정독도서관 바로 앞에 있던 이 집은 2000년대 초반까진 근처에 늘어선 식당 중의 하나였다가 어느날부터 엄청난 명소가 되었더군요. 그때는 바로 앞에 있던 라면 땡기는 날이나 중국집과 손님을 나누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찾아가도 들어가기도 힘들더군요.
사실 먹쉬돈나가 그렇게 유명해진건 정말 의외인데 여기엔 그 앞의 분식집들이 모조리 망한 것도 연관이 있을 거에요. 지금 없어진 까치방이라는 집은 비빔밥에 바퀴벌레가 나와도 쌩까고 그릇 안바꿔주던 수준이었고 (실제로 네명이 먹다 두명이 벌레발견) 황태자라는 70년대 방화에 나올법한 이름의 양식집은 도저히 젊은 층이 들어갈수 없는 분위기, 그래도 좀 괜찮았던 제일분식은 주메뉴인 수제도너츠와 찐빵의 판매량이 줄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었죠.
그래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솥도시락을 찾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고 메뉴나 이미지가 적당히 세련된 먹쉬돈나에 사람이 몰릴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에요. 그래도 그렇지 김밥천국보다 메뉴가 더 난잡했던 집이 저런 명소가 된건 미스테리입니다.
주메뉴는 당연히 떡볶이인데 별다른 특징잡기 힘들 정도로 노멀하구요. 해물,야채,치즈 등의 메뉴가 있는데 갠적으론 홍합이 들어간 해물떡볶이를 많이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나중에 옥수수,참기름 넣고 밥도 볶아 주는데 저는 이건 그다지....
여기도 입소문을 너무 탄 탓인지 특징도 없고 인테리어도 별로라고 많은 비난을 받던데요. (역시 기대치가 너무 크다는...) 이 아줌마랑 주인 아저씨는 인심도 좋고 성격도 서글서글하셔서 예전에 저랑 꽤 친했는데 지금 가면 알아보시기나 할지 모르겠어요.
3. 마포 원조 떡볶이
신당동과 먹쉬돈나는 "전골형" 즉석떡볶이였다면 마포 원조 떡볶이는 옛날 스타일 (명칭을 몰라서...)인데요. 이런 떡볶이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매운 것을 찾는 분들께는 첫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옆에 있는 코끼리분식도 먹쉬돈나에 별로 뒤지지 않구요.
명성에 비해 가격이 정말 싸고 (둘이 아무리 먹어도 6000원 못넘습니다) 양이 푸짐하다는게 장점이구요. 떡에 단면이 보이는걸 보니 가래떡을 반으로 쪼갠것 같은데 정말 덩어리가 큽니다. 탄력이 강하진 않은데 입에 잘 붙구요. 양념은 엄청나게 진해서 매운걸 아주 좋아하는 저도 물을 좀 마시게 되더군요. 튀김도 사이즈가 다른곳보다 월등하게 큽니다.
김밥이나 순대도 가격이 참 싸서 같이 먹기 딱이구요. 저가지만 질이 너무 좋고 명성만큼 평가도 그리 엇갈리지 않는 편입니다. 사람들 느낌이 거의 비슷하죠.
4. 코스모스 즉석 떡볶이 (구의동)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쉬운데 즉석떡볶이는 전 이집을 최고로 칩니다. 신당동은 양념 자체가 달라서 갠적으로 별로고 먹쉬돈나는 노력(?)에 비해 너무 노멀한데 여기는 마포 원조의 가격과 양, 먹쉬돈나 수준은 되는 맛을 갖추고 있거든요.
양념은 먹쉬돈나처럼 노멀하지만 떡볶이 치곤 특이하게 육수가 들어가서 맛이 다르고 무엇보다 정말 푸짐한 사리가 핵심입니다. 튀김 한개에 300원~400원 정도 하는데 한명당 3000원 좀넘기면 배터지게 먹습니다. 서브메뉴로 2500원짜리 스파게티가 있는데 저 가격에 스파게티 위에 모짜렐라 치즈까지 얹어서 주더군요. 이것도 웬만한 동네 양식집 수준은 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가 앞선 집들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하구요. 고기집처럼 마루와 가스테이블이 되어 있고 무슨 TV프로에 그지역 분식집 청결순위 1위로 소개된적도 있을 정도로 위생상태도 좋습니다. 얼마전에 신문에 사장님이 나온걸 보니 유명세를 조금씩 타는 모양이던데 2년 전쯤인가 대전지역에 분점도 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먹고나면 요구르트,쿠폰,기분 좋으면 아이스케키까지 주는 인심...구의동에 은근히 싸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은데 (EX-서북면옥,송림식당) 동네가 동쪽이라 그런지 서울 한복판의 허명많은 곳들보다 덜 알려진것이 아쉽네요. 칭찬만 했는데 절대 알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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