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어떻게 기쁘게 해드릴까요?
간혹 운동을 하고 올 때나 갈 때면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이야기 주머니가 풍부하신 이 분은 늘 일상의 진리를 재미있는 이야기에 빗대어 말씀하시는데,
어느 날은 유난히 침울한 얼굴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르신이 잘 아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시장에서 나물을 캐다 팔면서 하루하루 사는 분이라 한다.
그분에겐 공부도 잘하고 영리한 아들이 있었지만 어머니한테는 늘 말썽꾸러기라 골치가 아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마냥 아들을 귀여워하고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그럴수록 아들은 기고만장하게 자랐고, 어머니가 나물 팔아서 번 돈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었다 한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께 매달 10만원의 돈만 보내고 찾아 가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어머니는 내심 섭섭했지만 내색을 안 하고 자기 아들은 둘도 없는 효자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다.
동네 사람들이 ‘왜 아들이 찾아오지 않느냐’고 하면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며 아들 입장을 두둔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년을 하루 같이 장터 구석에서 나물만 팔던 어머니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 앞으로는 옛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잠시 시골집에 들렀다 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아들이 시골집에 가보니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관을 담임선생님이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제야 정신이 든 아들은 시신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고, 선생님은 조용히 입을 여셨다.
“너희 어머니는 원래 아기가 없으셨다. 그런데 어느 날 남루한 보자기에 싸인 채 쓰레기장에 버려진 너를 보게 되셨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점지해 주신 아기라 하시며 너를 고이고이 기르셨다.”
어머니는 진자리 마른자리 잠도 못자고 아들을 정성껏 기르셨는데,
성장한 아들을 보고 싶어서 서울 집에 찾아가면 아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그냥 돌아오시곤 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들에게 주라고 유품을 남기셨다며 풀어 보라 하시는데,
그 안에는 꼬깃꼬깃한 돈을 다리미로 다려 깨끗이 편 것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아들이 보내준 돈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그제야 아들은 대성통곡을 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날 수는 없었다.
필자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갑자기 가슴 안에서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진정 가족의 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필자 또한 여러 형제 속에 크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원망도 했었고 때론 객기도 부렸다.
과연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자식은 부모께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 것인가?
우리 자식들이야 그렇지 않지만 진정 부모가 원하는 것은 돈보다는 가족의 정,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정이다.
반면, 자식들은 거의 의무감 때문에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위안을 삼으려는 보상 심리가 있다.
부모를 모르는 오늘날의 세태가 노인 문제를 낳았다.
나아가 최근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현재 한국에는 빈곤, 질병, 소외라는 이른 바 ‘3고(苦) ’를 겪는 노인이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으로 가족의 노인부양 기능은 급격히 약해졌다.
그 결과로 노인의 생활보호 및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커져간다.
한국은 2010년 45.1%로 OECD 회원국 중 노인 경제 취약국 1위를 차지했다.
노인 2명 중 1명이 가난에 허덕이는 현실이다.
더구나 이러한 노인 빈곤은 자살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인 한국에서 노인자살률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65세~74세 노인자살률은 81.8명으로 일본 17.9명, 미국 14.1명의 4~5배 이상 높다.
게다가 75세 이상 자살률은 160명이 넘으며,
이런 자살율의 증가는 단순 경제 문제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 이화여대 한 인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전통사회의 선례에서 보듯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노인 부양을 책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주도 하에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또한 분명 한계가 있다.
가족이냐 국가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의무와 국가의 책무가 여러 가지 형태로 조화와 균형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 및 가족차원에서 노인 부양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2026년이면 한국은 초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먼 미래도 아니고 지금부터 불과 15년 뒤의 이야기다.
그때는 거리를 걷는 성인 5명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다.
그러기에 국가는 노인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세울 것인지, 개인은 누구의 손을 잡고 노후를 지낼 것인지,
종국에는 누구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공론화해야 한다.
부모에게 그저 금전 몇 푼 드리고 봉양했다 하면 돼지나 말에게 먹이주어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진출처: 다음
글작성 : 임현모 교수
첫댓글 부모님의 가슴으로 담아주시는 애틋한 사랑에 콧등이 짠해집니다.. 가슴에 와 닿는글 잘 읽고 갑니다..
다시한번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노인공경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임현모 교수님의 글 감사합니다.
임현모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뭉클해집니다. 어르신들이 아니면 이 나라가 그리고 내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압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억제하기힘드네요. 저또한 시골에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고 홀로 계신 장인 어르신이 계신는입장이라
현실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마음과 금전적으로 도움도 드리지 못하니 각박한 현실앞에 무기력한 자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님 은혜는 말로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살아계실때 잘해 드려야 한다는 마음은알고 있으나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네요....
복지 21세기의 화두죠? ~소모성 개념의 복지보다 확대 재 생산되는 복지 개념이 정립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