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민 품고 섬기는-서울 금호동 옥수중앙교회 호용한 목사 | ||||||||||||||||||
[귀한 교회, 귀한 목자] 한국교회, 그래도 희망 있다! ②-1 | ||||||||||||||||||
| ||||||||||||||||||
11일 오전 10시. 서울 금호동 비탈에 자리한 옥수중앙교회(예장 합동) 주차장에서 아이보리색 스타렉스가 출발한다. 탑승자는 선임탑승자 호용한 담임목사(57), 운전기사 겸 장학․복지 담당인 유재경 부목사, 권사 1명, 안수집사 2명, 여자 집사 2명, 필자 등 8명.
동행한 교인들은 구제용품을 방 한켠에 쌓기 시작한다. 세숫비누 15개, 화장지 8통, 탄산음료 24캔, 참외 10개, 락스 1통. 탄산음료는 건강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이들에겐 이따금 마시고 싶은 청량제. 호 목사는 일행과 함께 L씨를 위해 기도를 드린 뒤 다음 행선으로 향한다.
그런데 옆에 있던 남자 집사가 물품을 마루에 놓고 나더니 눈을 훔친다. 이 집사는 아까부터 호 목사가 기도할 때마다 훌쩍이던 ‘울보’다. 이공계를 나온 전문직이라는데 눈물이 많은 가보다. 11시 20분. 금호동의 임대아파트 두 곳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독거인 및 장애우,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오전 심방은 막바지를 향한다. 두 번 째(통산 6번 째) 방문한 임대아파트 7층. 호 목사가 현관문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없다. 그래도 호 목사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른다. 한참 후 문이 빠꼼히 열린다. 호 목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어렵사리 문을 연 이는 거동을 거의 할 수 없는 10대 소녀. 한눈에 봐도 지체부자유에 발달장애까지 가진 10대 소녀. 호 목사는 이 소녀와 거의 외계인 수준의 대화를 시도한다. 어렵사리 풀어낸 소녀의 말. “(신부전증 환자인 아빠를) 엄마가 모시고 병원에 신장투석 하러 갔어요.” 호 목사는 여 집사 두 명에게 소녀를 거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나 힘 부족. 할 수 없이 남 집사 두 사람이 소녀를 안아 옮긴다.
오전 사역 마지막 방문지는 교회 인근 중앙병원 앞 연립주택 1층. 호 목사가 현관문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몸이 퉁퉁 부은 50대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있다. 여인은 사고로 척추와 다리 관절에 쇠막대를 두개나 박았는데도 결국 불구가 됐을 뿐 아니라, 당뇨에 고혈압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단다. 아들 하나 데리고 사는데 생활은 근근이 꾸려간다고 한다. 그런데 호 목사 일행을 좀 체로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같다. 옛이야기로부터 요즘 얘기까지 연신 이어간다. 여인 역시 말이 고픈 것같다. 호 목사, 여인의 말을 저지(沮止) 않고 인내 있게 들어준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어서 나으셔서 예전처럼 활동하셔야죠.” 11시 50분, 오전 사역을 끝낸 일행은 교회로 돌아온다. 그런데 일행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교회에서 점심 먹고 상(喪) 당한 교인 문상에 호 목사와 동행할 예정이란다. 정오. 옥수중앙교회 목양실에서 호 목사와 마주 앉아 짜장면을 먹는다. “이런 사역은 몇 가정이나 합니까?” “금호주민자치센터로부터 입수한 명단 중 독거자, 장애우,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선별해 20가구를 추렸습니다. 심방은 격주로 10가구 씩 오전, 오후로 나눠 합니다.” “오늘 심방에 따라나서 보니 타종교인에 불신자가 대부분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개신교가 가장 문제인 게 타종교인이나 불신자를 원수 취급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께 사랑으로 다가가면 언젠가 교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모든 이가 하나님의 피조물 아닙니까? 교회 능력상 더 많은 사역을 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교인 가족 문상과 오후 사역 일정 때문에 이날 면담은 오후 1시에 종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