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상봉단 99가족 148명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금강산호텔 상봉장에 도착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북측 가족 229명을 만났다.
수십년된 빛 바랜 결혼사진, 돌사진 등을 늘어놓은 채 옛 기억을 되살리던 이산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흐느꼈고 이내 상봉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동덕(88) 할머니는 1968년 동해상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납치된 아들 김홍균(62)씨를 39년만에 만났다. 이 할머니는 아들의 얼굴과 손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옷의 단추를 풀어 몸을 만져보기도 하며 “홍균아, 홍균이 맞지?”를 연발했다. 홍균씨는 “엄마를 못볼 줄 알았다. 잘 살았으니 걱정말라”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7남매중 장남인 홍균씨는 1968년 5월 속초에서 대성호를 타고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안개 낀 악천후 속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에 붙잡혀 돌아오지 못했다.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로 말이 자유롭지 못한 고면철(98) 할아버지는 북측에 살고 있는 아들 명설(71)과 명훈(61), 딸 정화(65)씨를 만났지만 말을 제대로 못해 테이블을 치며 통곡했다. 명설씨는 아버지를 꼭 껴안고 안타까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