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한우, 사람으로 치면 몇 살을 산걸까?
한우의 자연적인 수명은 20년 내외
- 대부분의 한우들, 2년 정도 키우면 도축장 신세
- 우직한 성품, 충정심 강한 한우 살릴 길 찾아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독립영화 ‘위낭소리’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1980년대 이전 농촌에서 소를 키우던 부모님의 애착과 향수를 지니고 있는 중장년층의 공감을 얻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특히,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조급증 증후군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는 ‘워낭소리’가 던지는 ‘느림과 상생의 가치와 향수’가 관객을 끌어 들이는 힘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가슴 속 한 켠에 살아 숨쉬는 한우에 대한 사랑의 열기를 생각하며 한우의 상식을 몇가지 짚어 본다.
올해는 소띠의 해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영화관에서는 한 평생을 농촌에서 살아온 촌노(80세 최원균)와 함께한 누렁이 소(39년)의 이야기를 그린 워낭소리가 인기를 끌면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저 고단하게 살아 온 우리내 아버지들의 삶을 사실대로 그려낸 다큐가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사진은 주인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우리의 토종 한우 누렁이 황소의 모습.
한우의 자연적인 수명은 20년 내외
토종 한우는 누런 황소와 칡소 그리고 흑우로 분류된다. 황희 정승의 전래이야기에 나오는 누렁 소와 검은 소가 바로 황소와 흑우이다.
한우는 4개의 위를 가진 반추동물이다. 먹이는 씹지 않고 삼켜 제1위에 저장해 두었다가 껌을 씹듯 되새김질을 하며 서서히 소화시킨다. 큰 소를 잡아 해부하면 위의 크기만도 높이와 폭이 1m가 훨씬 넘을 정도로 위대(?)하다.
반면 장의 길이는 약 52cm로 짧은 편이다. 소의 정상적인 체온은 38.6℃로 사람보다 약간 높다.
요즘 영화관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때문에 한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보통 한우의 자연적인 수명은 20∼25년이다. 영화 포스터에는 15년으로 나와 있지만 이보다 길 다는 것이 축산 전문가의 조언이다. 보통 우리가 식육으로 먹는 한우는 27~28개월 정도 길러 도축하기 때문에 영화 워낭소리에 출연한 주인공 소처럼 제명을 다 살다가 가는 소는 거의 없는 셈이다.
우리의 전통한우 칡소(좌측)와 흑소(우측). 일제시대의 수탈로 지금은 전국적으로 200여 마리 정도만 남아 있지만, 농촌진흥청의 복원 노력이 실효를 거두면서 멸종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의 수명은 20년 남짓인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 최고령 한우의 나이는?
보통 한우의 수명이 20~25년인데, 국내에서 최고로 나이를 많이 먹은 한우는 경남 거창군의 김모씨 농가의 소로 현재 39살로 알려졌다. 이 나이를 사람으로 환산하면 약 120세에 해당된다는 것이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전문가의 말이다.
영화 ‘워낭소리’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소도 39년을 살다 갔으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120살을 살다간 셈이다. 20년은 고사하고 고작 2년을 살다 가는 다른 소에 비하면 장수한 소로 기록된다. 이처럼 부리는 소(일소)의 경우에는 고단한 일을 하지만 오래 살다 간다는 특징이 있다. 80세의 촌노가 한 평생 사랑과 보살핌 속에 농촌마을에서 장수한 소로 기록돼도 좋을 것이다.
소의 나이는 어떻게 알아볼까?
나무는 나이테 수로 나이를 잰다. 그러면 소는 어떻게 나이를 알아볼까? 소의 나이를 추정하는데는 이빨의 모양이 이용된다. 암소의 경우, 뿔의 크기나 털 색을 보고 추정하기도 하나 이빨을 보고 추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이빨에 의한 나이의 짐작은 문치(맨앞쪽 아래턱에만 나는 이)의 모양으로 추정하는데, 생후 2주에는 젖니가 나고, 젖니가 영구치로 가는 것은 생후 24개월부터 시작하여 60개월 이내이다.
보통 아래턱 앞니 1개가 영구치이면 24~32개월, 2개가 영구치이면 29~37개월, 3개가 영구치이면 37~47개월, 4개가 영구치이면 43~52개월로 추정한다.
그 이후의 나이는 문치가 닳은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데, 횡타원형인 때는 약 6살, 부정형인 때는 약 8살, 둥근모양인 때는 약 9∼11살, 종타원형인 때는 약 13살로 친다. 그 이후의 나이는 이빨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나이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송아지를 많이 난 한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송아지를 많이 생산한 한우는 13마리의 새끼를 낳은 경남 합천군 이모씨 농가의 한우다. 이 소는 암송아지 9마리, 수송아지 4마리를 낳아 주인이 '양순이'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고 한다. 얼마나 순둥이처럼 새끼를 잘 낳고 예뻤으면 이름까지 예쁘게 지어 주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새끼를 낳은 것은 13마리란다. 보통 5~7마리를 낳으면 도퇴되는 소에 비해 탁월한 출산 능력을 가졌다. 갓 태어난 송아지는 낳은지 30분 정도가 지나면 스스로 일어 난다.(사진은 낳은 지 1시간이 지난 송아지와 어미소의 모습)
등심보다 갈비가 칼로리 2배 높아
한우의 뇌는 사람 주먹 정도의 크기로 덩치에 비해 아주 적은 편이다. 반면 소리를 듣는 청력은 사람보다 높아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 하지만 눈은 툭 튀어나와 사물이 실제보다 크게 보여 공격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산 쇠고기는 한우, 육우, 젖소로 구분 표시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라 실시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에서는 한우의 경우, 국내산(한우), 국내산(육우), 국내산(젖소) 등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우 등심을 가장 선호한다. 등심은 질 좋은 지방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 맛과 풍미가 좋다. 등심구이와 한우불고기 1인분(200g)의 칼로리는 300kcal이며 한우갈비구이는 이보다 2배나 높은 610kcal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등심. 적당하게 질좋은 지방이 섞인 최고등급의 등심은 육즙과 풍미가 좋아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등심은 200g에 300kcal 정도로 적당하다.
다양하게 쓰이는 쇠가죽, 도축 마리수 점차 줄어
한우의 쓰임새는 여러 가지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데도 쓰인다. 프로야구에서 쓰이는 야구공과 장구나 북을 만들 때도 한우에서 나온 쇠가죽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풍족한 식탁을 위해 연간 도축되는 한우의 마리 수는 36만 마리 정도이며, 하루 평균 990마리를 도축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쇠고기의 수입량이 늘면서 점차 도축되는 한우의 마리 수도 줄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할 뿐이다.
사료값 폭등과 가격하락으로 예전에 집에서 몇 마리씩 키우던 농가는 거의 타산이 맞지 않아 사라지고 이제는 150마리 이상을 키워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기에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예전에 1마리를 키우면서도 살림밑천으로 여길 정도로 귀했던 우리의 한우. 우리 민족과 함께 우직함과 충정심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해 온 한우의 일생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첫댓글 워낭소리의 제2 세대로서 참 감명깊게 감상했구먼 보는사람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이 슬퍼서 울었지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영화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