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후 D+3. 후유증은 있다 시술 첫 출발점인 오른 팔에 통증과 부기가 있다.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병원에서도 그랬다 한 일주일은 그런 상태로 간다고.
아침에 외출을 했다. 여의도에서 공덕동까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낮술 한 잔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몸과 마음에 익숙해진 그런 호사도 살다보면
못 하게 될 때도 있는 법이다. 마산서 한식이 형이 올라오셔서 모처름들 여의도에서 모였다.
나는 어줍잖은 선언을 했다. 술, 소맥으로 딱 한 잔만 하겠다.
의아해 하는 한식이, 철이 형 납득시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글래스로 한 잔 가득 받아놓고는 반 정도 마셨다.
한식이 형은 술 마시는 내내 내가 어떤 기미를 갖고 병원에서 일종의 그런 선제 조치를 한 게
신기하다면서도 내 약 올리려는지 연신 잔을 비웠다.
공덕동 철원이 아들 커피숍 ‘스트라다’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공덕 역으로 가는데
비가 철철 내리고 있었다. 공덕시장 청석골 전 집 앞에서 철이 형이 미적거리며 말한다.
우째 우리가 이런 날 이 집을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들어가서 막걸리를 마셨다는 얘기다.
나는 딱 두 잔을 마셨다. 전 집을 나오며 취기 오른 철이 형이 그여코 나를 걸고 넘어지며
한 말 한다. 살다 살다 술 잔 앞에 두고 김영철이가 술 안 마시는 거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