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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헌 '황금곰'
연습생 출신 3번째 '감격GG' 손안에
피눈물나는 노력끝 최고 유격수 우뚝 |
◇손시헌 |
조금 늦었지만 참 열심히 달려왔다. 이날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 손시헌만큼 가슴 찡한 선수가 있었을까. 장종훈(한화 코치)과 박경완(SK)에 이어 세번째 연습생 출신 수상자.(KBO 발표) 그에게 야구는 늘 도전이었고, 아픔이었고, 내일이었다.
지난 98년. 선린정보고 졸업을 앞두고 있던 손시헌은 갈 곳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프로 구단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학팀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친구 권오준은 두둑한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그럴만도 했다. 그저그런 평범한 단신의 내야수. 내세울만한 성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신체조건이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손시헌은 그때를 "힘들었다"는 짤막한 말로 정리한다. 보다못한 스승 정장헌 감독과 고교 선배인 김광수 코치(두산, 당시 스포츠조선 해설위원)가 나섰다. 부산 동의대 김민호 감독(현 롯데 코치)에게 부탁해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손시헌의 4년 부산 생활은 이렇게 시작했다.
신생팀 동의대 시절 참 열심히 운동했다. 전국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4학년때는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강한 어깨와 한 박자 빠른 수비는 지금처럼 최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지난 98년의 그때 그 상황이 되풀이 됐다.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한 그에게 몇몇 구단이 연습생 제의를 해왔다. LG와 롯데, 기아가 한마디씩 던졌다.
그냥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차근차근 꼼꼼이 살펴보니 눈에 띄는 팀이 있었다. 유격수 요원이 부족한 그 팀, 자신이 열심히 한다면 길이 보일 것 같은 그 팀. 손시헌은 이렇게 자신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두산의 문을 두드렸고, 테스트를 거쳐 계약금 없이 연습생으로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야구와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온 몸을 던지는 그를 당할 수는 없었다. 입단 2년째인 지난해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팀의 보배로 거듭났다. 최훈재 코치는 손시헌을 볼때마다 '15승 투수'라고 칭찬을 쏟아낸다. 두산 내야의 기둥, 손시헌에게 딱 맞는 수식어다.
다시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으로 돌아가보자. "항상 주인공의 그늘에 묻혀 있었는데 오늘은 제가 주인공인 것 같아 너무 기뻐요." 손시헌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아는 사람은 안다. 그가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피와 땀을 흘렸는지. 손시헌. 그에게 2005년 12월 11일은 다시 태어난 두번째 생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