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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과 두물머리 / 두물에서 마음을 씻고 연꽃을 만나다
일 시: 2015년8월1일 토요일 오전10:00부터 오후4:00까지
장 소: 양수리 세미원과 두물머리
참석자: 이시관, 신동수, 이혜연, 박상호, 박상호 외 객원 이귀숙선생님과 조카7명
경 로: 양수역 – 양수리환경생태공원 – 두머리 부엌 – 세미원 – 배다리 – 두물머리 – 두물경 –
양수대교 – 두머리 부엌 – 양수역 / 약 9.8 km, 6시간 소요
1000 상봉역으로
상봉역으로 가기 위해서 광화문 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늘 광화문에 야외 수영장을 만들기 위해서 광장과 도로를 패쇠 한다는 버스기사님의 말에 서둘러 경복궁역에 내리다가 지갑과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다시 주워 들고 광화문 역으로 걷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회비를 챙겨온 명함지갑이 보이지 않는다. 찜찜한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 상봉역으로 향한다.
상봉역에 도착하니 곧 고문님께서 오시고 이부회장님과 영덕에서 상경하신귀숙 선생님도 오시고 귀숙 선생님의 조카도 10시에 맞추어 도착했다. 귀숙 선생님은 살이 많이 빠지셨다. 귀숙선생님께서는 안그래도 연약한데 다른 사람들이 튼튼해 보인다고 하니 불만이시란다. 이럴땐 경상도 사투리가 제격이다. 우야꼬?
1045 양수역 1번출구
전철을 탄 지 30여분만에 양수역에 도착했다. 신사장께서 기다리실텐데 어디계실까를 살피는데 머리만 빼꼼 내미시는 신사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한동안 못뵈었는데 인자한 미소를 띄우시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진한 곤색 바지에 빛바랜 푸른셔츠와 구겨진 모자를 쓰신 모습이 세월을 초탈해 사시는 도인 같으시다. 역에서 간단히 오늘의 일정을 잡으려고하니 고문님께서 두가지 방안을 제안하시는데 귀숙선생님께서 "걸읍시다"로 정리하신다. 두머리 밥상으로 이동해서 약간을 휴식을 취하고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돌아 다시 두머리 부엌으로 돌아오기로 일정을 정리한다.
1112 두머리 부엌가는길
두머리 부엌으로 향하는 선두는 역시 이부회장님이사다. 뒤를 이어 귀숙선생님과 조카는 나란히 우산을 나눠쓰고 대화에 빠져드신다. 고문님과 신사장님께서는 오랜 친구는 눈빛으로 얘기하시는 듯 눈만 한번 마주치시고는 앞뒤를 나란히 걸으신다.
날씨가 무척 무더움에도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옛날 기차길이 이제 자전거 길로 변모하여 한강위를 달리는 기분이 무척 시원해 보인다. 북한강변과 양수리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자전거 길은 아득히 남한강변으로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강을 건너기 전에 양수리 환경 생태 공원으로 방향을 잡는다. 두물머리 물레길이 나타나고 잘 다듬은 잔디밭과 굴피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강변에는 정성들여 손질한 정원과 주택들이 간간히 탄성을 자아낸다. 약 2KM의 거리를 걸었다. 날이 더워도 풍경이 시원하니 걸음이 가볍다. 그래도 땀은 쉴새없이 흐른다.
1120 두머리 부엌의 시원한 연막걸리
두머리 부엌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166-1번지의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사각형의 도톰한 흰색 간판에 두머리 부엌이라 쓴 로고가 크지않고 소담스러워 좋아 보인다. 왜 두머리 부엌일까를 궁금하며 부엌에 들어서니 친환경 농산물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인테리어 또한 정겹다.
갈증을 달래느라 시원한 막걸리와 비빔밥을 시켜 맛나게 먹었다. 두물머리에 많이 나오는 연뿌리를 식재료로 이용한 능내리 연막걸리 인데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비빕밥에는 친환경 토마토가 듬쁙 들어 있어서 보는 맛, 먹는 맛 모두가 맛깔스럽다. 먹성 좋은 일행은 건너편 손님이 남기고 가신 막걸리까지 싹싹긁어 먹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라 계산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1130 두머리 부엌의식재료들
갈증과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고 나니 두머리 부엌의 식재료들이라 쓴 흰색 천이 눈에 들어 온다. 대부분 동네 친환경 농산물이거나 팔당 생명살림 생협 물품이란다. 설탕 커피 등도 공정무역 제품이고 특히나 내가 제일 마음에 든 하우스 맥주는 옥토버 훼스트 맥주다. 소박한 밥상이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의미있는 부엌의 식재료들이다. 민초들의 소박하지만 건강한 밥상이다.
점심을 마치고 12시30분쯤 세미원으로 향한다.
1242 마음을 씻는 곳! 세미원 가는 길
두머리부엌에서 세미원까지는 약 0.6KM구간이다. 양수로를 따라 다리를 하나 건너고 양서문화 체육공원을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세미원 입구가 위치하고 있다. 양서로에 면한 다리에서 아침에 건너온 자전거길이 강변에 비쳐 보인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양수리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옆에서 사진을 찍는 조카가 한마디한다. " 풍경은 좋은데 왜 이런 곳에는 항상 여관이나 어울리지 않는 호텔들이 있지요?" 언른 해결 제안을 던진다. "물에 반사된 풍경으로 사진 프레임을 잡아보세요". 찰칵! 풍경에 반해 사진을 찍다 또 일행보다 한참 뒤쳐졌다.
1302 세미원의 연꽃들
세미원은 양평군의 공공기관이며 재단 법인이다. 10여년 전에 한강의 수질이 오염되었을때 수질 정화능력이 우수한 연꽃을 식재하여 한강물의 수질정화와 생태환경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2004년 개원하였으며 면적은 20만 M2 이다. 매년 연꽃 문화제를 개최하며 올해는 지난 7월4일부터 8월16일까지 개최한다. 지금은 사회공헌활동과 연을 이용한 제품개발등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물을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라는 뜻에서 기원한 세미원의 이름 또한 한강과 연꽃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세심원의 연꽃 피우기는 8월초순을 지나며 절정의 순간들을 지나간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솓아오른 연밥과 그 푸른 잎새만으로도 장관이다. 지금은 한 여름 아름다운 연꽃을 지우고 열매를 갈무리하고 뿌리를 살찌울 시간일 것이다. 모든 것에 때가 있음을 알고 과욕하지 않은 삶을 배웠다면 나도 세심을 한 셈일까?
세심원의 모든 곳이 좋았지만 의문이 가는 곳이 세한정이다. 추사 김정호의 세한도와 세심원의 세한정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까? 추사의 제자 이상적과 혹은 이곳 출신인 정약용선생과의 관계도 추론해 보았으나 연결고리가 없다. 다만 세심원의 본래 의미인 마음을 씻는다 라는 대목인데 유배시절에도 스승을 잘 대해준 제자 이상적에게 추사는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르다" 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제자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 주었다라는 뜻과는 연결될 수도 있겠다. 다만 세한도의 그림처럼 소박한 초가에 당당한 소나무처럼 선비의 의리와 절개를 제대로 된 공간으로 검박하지만 품위있게 구현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1345 열수주교는 정약용선생의 배다리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연결하는 다리는 160M의 배다리길이다. 세미원 지도에서는 열수주교라 명명하고 있다. 정조의 효심이 가득하여 매해 한강을 건너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릉인 수원 현륭원으로 행차할 때 정약용 선생은 배다리길을 설계하여 한강에 설치하였다고 한다. 배를 연결하여 설치한 다리가 생각보다 흔들림이 적고 든든하기까지 하다. 다리의 양끝단에 일주문을 세우고 조선의 깃발을 달아 놓았다. 수면과 가까워 연잎의 무리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까지도 풍경의 일부에 녹아든다. 햇볕을 등지고 다리를 건너 건너편 기슭에 닿았다.
1356 두물머리 가는 길
땀이 뚝뚝 흘러 내린다. 낮은 기와 담 너머로 한강이 보이는 그늘 한조각에 여러명이 의지해 더위를 피해본다. 신록은 여전히 푸르고 연꽃은 이곳에서도 간간히 고운 자태를 피워 올렸다. 멀리 황포 돛단배가 보이고 두물머리를 알리는 큰 느티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느티나무아래 강변의 바람이 시원하다. 일행은 돌 축대에 얽기설기 않아 과일과 커피를 나눈다. 고문님의 특제 맥주가 시원하다.
1425 남한강과 북한강이 모이는 두물의 머리
큰나무아래에는 여지없이 많은 사람들이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두물머리 표지석과 사진액자틀이 있는 곳에는 아예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보통때는 지나쳤을 이곳을 귀숙선생님을 위한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도 차례를 기다리는 줄서기에 합류했다. 여러컷을 찍거나 포즈를 바꾸기 위해 시간을 끌면 여지없이 다른 사람들의 야유가 시작된다. 앞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본다. 연인과 가족일까?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해 보인다. 시진을 찍기가 무섭게 서둘러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보며 아직도 우리의 여행은 느끼기 보다는 과시용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사람없는 곳으로 덜 유명한 곳으로 가야겠다.
1439 두물경에서의 여유
그래서 이곳 두물경이 내게는 딱 알맞은 곳이다. 두물머리의 실제 머리이지만 나무그늘이 없어서 두물머리 표지석으로부터 한참을 땡볕속으로 800M나 걸어야 하지만 한낮 뜨거움을 견디고 만나는 구도의 길이다. 주변에 상점이나 카페도 없고 두물경이라는 표지하나만 달랑 있지만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곳으로 모이고 건너편 섬도 보이고 그 중 제일의 여유로움이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두물경 표지석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소나무 몇그루가 돌무더기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제공한다. 강렬한 햇빛으로 인한 그늘이 그리워 신사장님께 "앞으로 가는 길에그늘이 많이 있나요?"란 질문에 도인같은 답을 하신다. "간간히"
1507 다시두머리 부엌으로
두물경을 떠나 두머리 부엌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여정은 신사장님께서 던져주시는 한마디 한마디에 따른다. 오른쪽! 왼쪽! 혼자서 이 너른 강변을 수도 없이 산책하셨으리라. 양수대교아래에 이르니 다리밑 바람이 시원하다. 사람들은 아예 자리를 깔고 시원한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다리밑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계절을 가리지 않고 휴식의 명당임을 또 한번 느낀다.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한강을 만나고 초지와 습지를 만나고 다시 반가운 두머리 부엌에 이르렀다.
1530 두머리부엌의 의미
배가 고파서 아침에는 부엌의 식재료들만 살펴 보았는데 다시 돌아와서 보니 두머리 부엌을 설명한 글귀가 있다.
" 우리동네 농부들이 지은 곡식, 채소로 음식을 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꼬부라진 오이도 벌레 먹은 감자도 버리지 않고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 정당한 댓가를 치르고, 적당히 먹으면 좋겠다. 이렇게 먹으면서 동네 친구를 만들수 있는 가게가 있음 좋겠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더 재미난 일도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만들어 가는 카페겸 주점입니다."
협동조합 두머리 부엌의 참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일일 이용객이 된 우리는 몇가지 면에서 실수를 했다.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 넘치게 먹었다. 동네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끼리 놀았다.
1600 양수역 막국수로 대동단결
귀숙 선생님께서 고기를 좋아하신다는 말씀에 이 곳에서 고기를 먹자는 의견과 종로3가에서 고기를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일단 배가 부르니 공원을 산책하며 생각해 보자는 신사장님 의견에 모두 공원으로 향한다. 볕은 여전히 뜨겁고 바람한 점 없는 공원을 산책하다 모두가 배가 불러서 지금 저녁을 먹기에는 무리라고 공감한다. 신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서울에서 저녁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길을 되돌아 양수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고문님께서 여기 역앞 막국수 집에서 저녁을 하자고 하신다. 막상 국수와 고기가 곁들어진 저녁이 나오자 모두들 맛나게 잘 드신다. 신사장님과 함께 한 저녁이라 감사했고 잃어버린 지갑으로 인해 더욱 고마운 저녁이었다. 내일 몽촌토성 일정을 생각하며 모두들 귀가하셨다. 오늘 여린 몸으로 오신 귀숙 선생님과 눈인사를 하며 하루의 고단함을 찬란한 여름 길가에 내려 두었다.
첫댓글 아이고, 부지런하십니다.
그런데 누구 얼굴이 그렇게 크대요
모르시나본데요, 울 회원중 최고 미녀이신 분이죠?
너무나 리~~이~~~얼 합니다.
역앞 저녁식사 제안은 이귀숙선생 것이고요, 저는 종로3가로 가고 싶었었습니다.
네 실수는 애교로 봐주세요
산에 갈때보다 더욱 내용이 풍부한 트레킹기(?)를 쓰셨네요~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산에서는 호흡이 딸려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