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떠나는 눈높이 여행
차를 버리고 떠나는 여행길에는 의외의 수확이 많다. 꽉 막힌 도로에서 아이들과 씨름할 일도 없거니와 줄줄 새는 기름값도 아낄 수 있다.
차로 달릴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가족의 손을 맞잡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살가운 추억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주5일제로 가족 나들이 장소가 고민이라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여정을 찾고 있다면, 지하철로 떠나는 여행이 그 해답이다.
유아 편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라
표를 구입하거나 개찰구로 들어가는 소소한 과정 등 지하철 탑승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전체 여정은 부모가 주도하되, 아이가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표를 구입하는 과정에 직접 동참시킨다. 지하철 노선도를 활용해 도착지를 찾아보는 등 참여형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좋다.
유아와 떠나는 지하철 여행 길잡이
아이가 지루해할 것을 대비한 준비물이 필요하다. 넓은 공원에 갈 때는 퀵보드나 연과 같은 놀잇감을 함께 가져간다. 아이들은 금방 배고파하므로 간식도 챙긴다. 유원지에 간다면 돗자리 준비가 필수, 목적지가 넓은 공간이라면 휴대용 초경량 유모차가 머스트 아이템이다. 자녀가 어리다면 등산용 베이비 캐리어도 잊지 말자. 전시물과 구조물 등이 높은 곳에 있을 때 아이가 부모와 같은 시선 높이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홍미경(《베이비투어》 저자)
연꽃 만발한 물과 꽃의 정원
양수리 세미원
여름이 되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연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연꽃밭 가장자리 인근의 야생화와 연꽃밭 사이 돌 징검다리가 연꽃과 어우러져 전통의 멋을 자아낸다. 모네의 그림 속 연못과 수련을 재현한 이곳은 모네의 정원도 아름답지만 몽촌토성에서 출토된 토기탑, 용두당간분수, 청화백자운용문병 등 조형물들로 볼거리가 많다.
찾아가는 길 중앙선 양수역 1번 출구에서 600m 정도 걸어가면 세미원으로 향하는 작은 길을 만날 수 있다.
신기한 옛 물건의 보물창고
벼룩시장 & 동묘
동묘 담벼락을 끼고 양옆에 펼쳐진 소박한 장은 신기한 옛 물건이 가득한 중고 보물 장터다. 옷, 신발, 악기, 시계뿐 아니라 전축, 유성기, 진공관 라디오, 우표, 고가구 등 요즘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옛날 물건도 많아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중국 명장인 관우의 위폐를 모신 동묘(보물 142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의 중국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 앞, 동묘 담벼락을 끼고 양옆으로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6호선 동묘역 5번 출구 앞에 동묘가 있다.
세계 예술작품으로 꾸며진 쉼터
안양예술공원
삼성천변을 따라 세계 각국 예술가 90여 명의 독특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물고기 모양 분수를 시작으로 꽃송이를 형상화한 돌꽃, 용의 형상을 본 딴 드래건 벤치 등 독특한 작품들이 재밌다. 오솔길에는 신기한 거울미로를 만날 수 있다. 네덜란드 건축가가 완성한 232m 나선형 통로를 따라 거닐면 안양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만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1호선 관악역 2번 출구에서 600m 걷다가 삼성천을 따라 500m 정도 더 걸어가면 된다.
잉어와 오리 떼가 노니는 인공호수
건국대학교 일감호
전국 대학 인공호수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감호 너머로 보이는 고가선로 양쪽으로 지하철이 교차해 지나가는 것을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어 ‘사랑의 호수’라고도 불린다. 호수에는 팔뚝보다 큰 잉어와 자라가 헤엄치고 헤엄쳐 다니는 오리 떼 가족도 만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2·7호선 건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건국대학교병원을 지나 100m 정도 올라가면 오색 건물로 된 예술문화관이 보이는데, 그 옆길이다.
이색 정원과 산책로가 있는 피크닉 명소
선유도공원
녹색 기둥의 정원, 수생식물원 등 각종 테마정원이 펼쳐진 환경생태공원이다. 물 흐름에 따라 주제별로 꾸며진 테마정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계절마다 피는 꽃과 수목을 활용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시간의 정원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벽천분수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원형극장 무대에 주목해보자.
찾아가는 길 2·9호선 당산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시민공원으로 진입하는 보행자 전용 통로가 나온다. 9호선 선유도역 2·3번 출구에서 성수하늘다리를 지나면 된다.
반포천 &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반포천은 서울에서 가장 걷기 좋은 산책로다. 야트막한 구릉을 타고 흐르는 물과 들풀, 들꽃이 어우러져 소박한 자연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생태하천으로 탈바꿈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야생화와 풀들이 어우러져 있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적하게 거닐기 좋다. 반포 나들목을 지나면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가 나온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로 등재돼 유명세를 탄 곳이다. 수중 펌프로 끌어올린 강물이 포물선을 그리는 모습이 조명과 어우러져 형형색색의 무지개로 탈바꿈한다. 분수쇼와 함께 야경을 감상했다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세빛둥둥섬의 외관도 꼭 한번 구경해보자.
찾아가는 길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5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왼쪽 아래에 반포천이 펼쳐진다.
서울의 몽마르트
이화마을 & 낙산공원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탄생한 이곳에서는 예쁜 그림과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그재그로 펼쳐진 이화마을의 계단과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벽화와 재미난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마을과 길목 곳곳이 하나의 갤러리처럼 느껴질 정도. 이화마을을 지나 낙산공원 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다양한 운동기구와 설치조각품들이 마련된 또 하나의 광장이 펼쳐지며, 보이는 모든 것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찾아가는 길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옆 담장 골목길로 들어서면 낙산공원 입구가 나온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꽃 군락지
안산 고잔역 협궤열차길
옛 수인선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1995년 이후 폐철로가 되었지만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 군락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즐비하게 늘어서며 꽃이 만개한 시기에는 안산시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꽃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고잔역과 중앙역 사이 1㎞ 구간에 펼쳐진 철로 산책로의 유명인사는 단연 꼬마기차다. 비록 달리지는 않지만 동화책을 표현한 대형 조형물과 어우러져 소소한 운치를 더한다. 고잔역과 중앙역 앞에는 안산시에서 무료로 대여하는 자전거가 있으니 인근 안산호수공원과 시화호를 둘러보자.
찾아가는 길 4호선 고잔역 2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나온다.
도심에서 즐기는 삼림욕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붉은 황토색 흙길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고 하늘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자연의 향기를 짙게 뿜어낸다. 메타세쿼이아는 높이가 35m에 달하는 키다리 나무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데, 장장 900m에 걸쳐 쭉 심겨 있어 이 산책로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특히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연결된 산책로라, 5만여 평에 달하는 너른 들판과 558개의 나무계단이 펼쳐진 목재 데크 길도 덤으로 거닐 수 있다.
찾아가는 길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평화의공원 내 육교를 넘어가면 하늘공원으로 이어지는 계단길이 나온다.
자연과 전통문화의 만남의 장
화랑로 & 태릉
화랑대역부터 태릉까지 2㎞ 구간에 걸쳐 펼쳐진 화랑로는 포플러 나무가 이중으로 심겨 있다. 총 8.6㎞ 구간에는 버즘나무 등 1천2백여 그루의 가로수가 터널을 이뤄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한다. 태릉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정원이 펼쳐져 자연의 운치가 가득하다. 능까지 걸어가는 동안 마음껏 자연을 즐기며 거닐어 보는 것도 좋다. 병풍석과 난간석으로 둘러싸인 능에서는 왕릉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심오한 역사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알기 쉬운 옛날 얘기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보자.
찾아가는 길 6호선 4번 출구로 나오면 태릉까지 화랑로가 길게 펼쳐진다.
시골 장터의 색다른 재미
성남 모란장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시골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시골 장터는 아이들을 위한 산교육 장소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남 모란장은 매월 끝자릿수 4일, 9일에 열리는 전통 5일장으로 계절에 따라 판매하는 품목이 달라 갈 때마다 새로움을 선사한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순둥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정겨운 모습 이면에 까맣게 그을린 채 진열된 개고기의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골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시골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8호선과 분당선 모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모란장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