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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남 라이문도 신부(사진 왼쪽)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개화사 송강스님과 만났다. 강서구내 발산성당 주임신부인 라이문도 신부는 매년 부처님오신날 개화사에서 관불의식을 봉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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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심봤다!” “‘선종(禪宗)산삼’이라고 알랑가몰라~하하하”
이종남 라이문도 신부가 5년 전 발산성당에 부임해서 개화사 송강스님을 만나고선 ‘심봤다’라고 환호했다. 고전음악이 흐르는 스님방에 마주앉아 맑은 차와 향을 음미한 라이문도 신부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다른 ‘평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부처님 어록과 경전에 깃든 심오한 가르침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들려주는 스님의 이야기에 무릎을 쳤다. 송강스님은 ‘심봤다’는 신부님에게 ‘선종산삼’을 빗대면서 큰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4월26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개화사를 찾은 라이문도 신부는 얼마전 이스라엘과 로마 등을 순례하고 돌아와 다시 스님과 마주앉았다. 스님과 라이문도 신부는 강서구내 5대종교지도자 모임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 “각자 자신의 길을 30~40년 걸어온 터라 처음엔 ‘보이지 않는 강’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교회와 절, 성당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인연이 되었다.” 송강스님은 “오랫동안 각자 다른 곳에서 공부하며 닦아오다 어느 순간 툭 터지듯 통(通)하는 벗이 되고 말았다”고 했고, 라이문도 신부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우리 인연은 우연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라이문도 신부는 군종신부 생활을 하면서 군종법사들과 가까이 지냈었고 신학교 시절 동국대서 서경수 박사로부터 불교공부를 하기도 했다. 로마에서 유학했던 1990년대 초에는 로마를 방문한 법정스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로 불교와 인연이 깊다.
“항상 마음을 활짝 열고 사시는 송강스님을 보면서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을 체득하지요. 또 개신교에서는 믿기만 하면 구원이 된다고들 하지만 천주교는 믿고 행함이 없으면 그 믿음은 가짜라고 하지요. 지행일치를 중시하는데, 알고 행하고 행함으로써 아는 진리는 불교적 사상과도 상통하더군요.”
불교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라이문도 신부는 “처음 불교경전을 대했을 때 ‘우리 성경을 이렇게 잘 해석한 책이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고 감탄했다”면서 “우리가 설교하려는 진리를 부처님은 오래 전부터 이렇게 미리 설해놓으셨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라이문도 신부는 “가끔 신도들이 나더러 스님같다는 말을 곧잘 한다”며 껄껄 웃었다. 올해 세수로 환갑을 맞은 송강스님은 신부님을 두고, “검은 옷에 머리카락이 조금 있는 스님이다, ‘서양중’이다”라고 하면서 한 살 위인 신부님과 오랜 도반처럼 농을 주고받는다.
라이문도 신부는 서품 받은지 40여년이 됐고, 수도자의 삶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50여년이 넘는다. 빚더미에 쌓인 발산성당을 5년여만에 다시 일으켜 세웠고, 80이 넘는 노신부를 모시면서 넉넉하고 품격있는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라이문도 신부는 강서구 최고의 ‘인기 신부님’이다. 개화사처럼 발산성당에 가면 침향이 흐르고 선(禪)적인 그림이 장엄돼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신부님은 예년처럼 개화사에서 아기부처님을 관불하면서 부처님 오신뜻을 불자들과 함께 찬탄할 계획이다.
불교신문 | 2013.05.07 | 하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