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의 쾌거
임병식 rbs1144@daum.net
한국축구 팀이 한 밤중에 쾌거를 전해왔다. 총성없는 전쟁인 월드컴 예선에서 난적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희소식에 환호했다. 기쁜 소식은 꼭두새벽에 전해졌다. 시각은 새벽 한시가 넘은 때였다. 경기를 치른 전번전 때만 해도 한국의 승리는 불투명했다. 전문가들도 한국이 승리할 확률을 15% 이내로 보고 있었다.그렇지만 선수단과 한국관중은 그런 전망에 귀기울리지 않았다.
너무나 절박했고, 승리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일치단결하여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섰고, 국민들은 열심히 응원했다. 일부는 현지까지 가서 힘을 보태는가 하면 많은 국민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응원에 참여했다. 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TV앞에 모여 앉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지만 국민들은 밀려오는 잠을 뒤로 미뤘다. “꼭 이겨야 할 텐데.” 아니,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주문을 끝없이 외우면서 지켜봤다.
그럴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이전까지 한국은 1무1패. 우르과이와는 0:0으로 비기고 가나에게는 2:3으로 져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16강에 들여면 반드시 승점 4점이 필요했고. 어떻든 이를 확보 해야 했다. 이전 경기에서 유르과이와 비겨 승정 1점을 확보했으니 3점을 더 따야한다.
그런데 상대는 피파랭킹 9위에 올라있는 강팀 포르투갈이다. 28위인 우리가 대적하기에는 높은 장벽이고 벅찬 상대이다. 그러나 물러설 곳은 없었다. 무승부가 되거나 실점을 하는 날에는 바로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좋은 기억이 있었다. 바로 2020년 우리 땅에서 치러진 월드컵 경기에서 보기좋게 포르투갈을 잡았던 것이다.
박지성이 유명 선수인 피두를 앞에 두고 양발로 트리핑한 후 보기좋게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얼마나 통쾌한 장면이었던가. 그 장면은 아침 방송이 시작되는 방송에 전체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 볼 만하지 않는가. 한번 이겨보았다는 것은 대단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나 처음은 잘 풀리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가 내차준 볼을 우리 수비수를 손쉽게 제치고 골문에 밀어 넣었다. 이때 나는 그만 잘까, 계속 볼까 잠시 갈등을 일으켰다. 80이 가까운 적잖은 나이에 밤을 지센다는 건 건강에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계속보기로 했다. 무슨 애국심이나 축구를 좋아해서가 아니고, 그렇잖아도 나라 안팎으로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웃을 일이 없는 이때에, 16강이라도 들면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첫 기대는 수비수 김영권이 이뤄줬다. 이강인이 프리킥 한 골이 우리에겐 밉상이 된 호날두의 등을 맞고 떠어지자 김영권이 쓰러지면 발을 뻗어 밀어넣은 것이다. 이로써 전반전 스코아는 1:1로 마쳤다.
후반전 전반은 이렇다할 공방이 없었다. 그러나가 20남짓한 시간이 지날 때 투입된 황희찬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 전방에서 몇차례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이더니 후반 추가시간에 일을 벌였다.
손홍민이 자기의 주특기인 공을 받아 70미터를 내달이 공을 건네주자 가볍게 공문에 밀어 넣은 것이다. 이때 손홍민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월드크라스의 재능을 보였다. 수비수 5명이 외워 싸자 달려드는 황희찬에게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전해준 것이다.
함성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마침내 추가시간도 지나고 승리를 하게 되었다. 한데,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 치러진 우르과이와 가나전이 2:0으로 우르과이가 앞선 가운데 경기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그 경기가 2;0으로 끝나면 우리가 다득점으로 올라가지만 우르과이가 한골이라도 더 넣어 3;0의 상황이 되면 우리가 탈락이 된다.
오직 처분은 가나의 분발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한데 가나가 기특하게도 우리를 도왔다. 종료 1분을 남기고 선수를 교체할 만큼 경기에 집중했다. 후일담이지만 가나에게는 그럴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월드컴 예선전에서 우르과이와 경기 중 뼈아픈 경험을 한 것이었다. 골이 되는 상황에서 우르과이 유명선수인 스와레스가 핸드볼 반칙을 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페널틱 킥의 찬스를 얻었는데 빗나가고 만 것이다.
얼마나 그게 한이 맺혔는지, 경기가 끝나자 가나 관중은 코레아를 외치고 그 나라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에게 축하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의 16강이 확정되자 문자하나가 들어왔다. 친구의 문자였다.
'포르투갈에 이어 2위로 16강 진출.’
그 문자에 즉시 댓글을 달았다.
“안 잤는가? 나도 안자고 끝까지 보고 있네.”
그러자 바로 엄지척 그림이 바로 떴다. 그러고 보니 나만 날밤을 새운 것이 아니었다.
실로 스포츠의 위력은 큰 것 같다.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뜨거운 애국심을 갖게 만든 것 같다. 이날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서인지 자고 나서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 모처럼 태극전사들이 우울함 속에 빠져 지내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준 날이 아닌가 한다.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이후의 선전도 기대한다. (2022)
첫댓글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나지요 배구나 탁구 등은 실력 차를 극복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인데 축구만큼은 이변이 속출하기도 하여 더 극적인 것 같습니다 기적에 가까운 16강 행을 함께 기뻐하며 대 브라질 전에서 선전하기를 응원합니다
사람이 기분에 따라 피곤함도 잊는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뜬눈이로 시샜는데 피곤한 줄을 모르겠더군요.
축구선수들이 모처럼 국민을 단합시키고 행복감을 안겨준 날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네일 새벽 또한번의 기적을 선물해 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