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필리핀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자 마자 팜팡가에 있는 콘셉시온 민들레 작은학교가 될 곳을 찾아갔습니다. 지독한 교통체증이었습니다.
가난한 동네에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허름한 빈 집을 살펴보았습니다. 내일부터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꾸밀 것입니다. 집터에 걸쳐 있는 움막 같은 작은 집을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우선 필요한 공사 금액을 맡기고 마닐라로 돌아왔습니다. 우기가 시작되었는지 요란하게 소나기가 내립니다.
다음날은 마닐라에서 곧바로 콘셉시온으로 출발했습니다. 그곳 은행에서 어렵게 가져간 달러화를 페소화로 환전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까지 마무리할 작업 지시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졸리비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냉장고를 비롯해서 필요한 비품들을 전부 구입해서 토요일까지는 배달이 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민들레 장학생으로 뽑힌 몇 명의 아이들도 만나봤습니다. 지독한 교통체증을 겪으면서 밤늦게야 마닐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나보타스 탱고스 가는 길은 여전히 일방통행 길입니다. 소나기가 내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무지무지 덥습니다. 금방 옷이 땀으로 흥건해졌습니다. 마을 채플 앞에 천막 하나 쳤습니다. 장학금을 나누었습니다. 엄마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점심은 졸리비 도시락으로 했습니다. 콜라 한 잔, 닭튀김 하나, 밥 한 덩이와 소스가 전부이지만 아이들이 참 행복해합니다. 아이들에게 내일은 각 가정에 쌀을 25킬로 한 포씩 선물하겠다고 했더니 “와!” 좋아서 큰소리로 감탄합니다. 장학금을 받을 때는 무덤덤했던 아이들이 쌀 25킬로에는 세상을 얻은 듯 좋아합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토요일에는 일찍 콘셉시온으로 출발했습니다.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덟 달 전입니다. 18살에 나이 많은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우리나라 온 필리핀 여자가 있었습니다. 오 년 만에 이혼하고 맨몸으로 갈 곳이 없는 그녀를 민들레국수집에서 받아주고 지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시어머니 음식에 약을 넣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결국 지난 1월말에 추방명령을 받았지요. 민들레국수집의 도움으로 추방당하지 않고 몇 차례 소송을 하면서 아기도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6월초에 자진 출국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녀가 우리말을 잘 하니까 고향에서 지낼 수 있도록 새로 만드는 필리핀 작은학교의 선생으로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콘셉시온에 집을 빌려서 민들레 작은학교를 꾸미고, 그곳에서 지내면서, 가난한 아이들을 뽑아서 장학금을 나누고 매일 밥도 나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녀도 고맙다면서 고향에서 새 출발을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도착해서 작은학교를 열 준비를 하게했습니다.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팜팡가의 콘셉시온으로 가서 낡은 집을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냉장고와 주방용품, 식탁과 의자 등 모든 물건들을 구입했습니다.
나보타스의 민들레국수집에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나누고 토요일에 다시 돌아오면 곧바로 콘셉시온 민들레 작은학교를 열고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나누고 무료급식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진퇴양난
낡은 집은 수리를 하다가 말았고, 계약과는 다르게 10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지 않으면 집을 내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녀가 주동한 것 같습니다. 아마 달러를 페소로 환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봤습니다. 욕심이 눈을 가렸던 모양입니다.
콘셉시온에서 진행된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녀에게 반 달치 금여를 계산해서 주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숙소인 마닐라로 돌아왔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그렇지만 씁쓸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입니다.
다음 날은 GMA 카비테 민들레국수집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GMA 카비테의 데 라스 알라스 바랑가이에 있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은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운영했던 칼로오칸 민들레국수집 이후에 작게 다시 시작한 곳입니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행복 가득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2017년 로사리아 자매님 마당을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으로 만들어서 장학금을 나누었고 그해 11월에 급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동화책을 볼 수 있게 작은 도서관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처음 화단에 꽃나무가 아주 작습니다. 그 꽃나무들이 잘 자란 것처럼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도 아주 보기 좋게 행복 가득한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은 우리 장학생만 급식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온 엄마와 어린 동생도 같이 먹습니다. 보통 하루에 100여명 이상이 식사를 나눕니다.
필리핀은 초등학교는 거의 이부제 수업을 합니다. 아침 여섯 시부터 다시는 오전 반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기 전에, 오후반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밥을 먹고 학교에 갑니다. 그러면 오전반 아이들이 와서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귀하다 귀한 동화책을 봅니다.
장학금과 쌀을 나누었습니다. 던킨 도너츠 하나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제는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콘셉시온에 세우려던 민들레 작은학교가 실패했지만 다행스럽게 카비테 민들레국수집이 행복 가득한 공동체로 성장한 모습이 참 기분 좋게 합니다.
오늘은 나보타스에 다시 가는 날입니다. 대신 나보타스 민들레국수집이 너무 협소해서 조금은 더 넓은 공간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탱고스 바랑가이의 캡틴을 만나고 또 가난한 가정들을 방문해서 쌀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던킨 도너츠를 나누려고 합니다.
사람이 어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가난한 가정들을 방문해서 쌀을 선물했습니다. 얼마나 고마워하는지요.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약속시간이 되어서 탱고스 바랑가이 홀에 갔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봉사자들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캡틴입니다. 기꺼이 집을 빌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제 11월에 다시 들어가면 민들레 작은학교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길고 긴 필리핀 여행이 끝났습니다.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Salamat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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