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칼럼- 의성신문 2012년 9월 25일자 칼럼
자연이 일으킨 재해는 자연이 보상해준다
새 날이 밝았다.
고대인들은 생각하리라.
태양이 암흑의 세력을 몰아내니 광명의 세력이 어둠에 갇혔던 세상을 다시 찾아왔다고.
빛과 어둠, 광명과 암흑, 선과 악의 대립과 상호작용은 정치와 역사에 반복되는 주제이다.
이것을 종교화한 것이 배화교(조로아스터교)요, 유대인의 창세설화이면서, 우리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이기도 하다.
신화와 설화는 언제나 광명이 암흑을 제압하여 빛이 승리한다는 낙관적인 결말을 짓는다.
낙관적인 종말론이 아니면 현실로 닥쳐오는 엄청난 어둠의 세력과 당할 수밖에 없는 자연재해 앞에 무슨 희망으로 버틸 것인가.
삼바태풍이 미친 듯이 삼바 춤을 추며 지나가며 남긴 피해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인간이 아무리 날고뛰고 해봐야 대 자연 앞에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이참에 피해를 끼친 자연의 힘을 미워하거나 원망하기 보다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우고 재해에 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국토를 개발하되 대 자연의 조화를 교란시키지 않을 범위 안에서 해야겠다는 공감을 모아야겠다. 자연은 자기질서가 교란당하지 않는 한 스스로의 피해를 치유하는 자기조절력이 있다.
자연이 일으킨 재해는 자연이 보상해준다. 단지 시간이 문제이지만.
그렇더라도 추석 대목을 앞둔 민중은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치산치수가 정치의 본령이니 위정자들은 피해를 입은 농민과 어민, 도시빈민을 구조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으니, 우리가 먼저 서로 도와 피해를 복구해야한다. 피해의 고통을 나누면, 체감하는 고통은 줄어든다. 우리가 서로 도와 피해를 수습하고 한가위 보름달을 같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인생 백년을 사는 동안 저 달이 둥글어지는 것을 몇 번이나 함께 볼 수 있겠는가. 가진 것은 없어지고 남에게 베푼 것만 남는다. 물이 불어난 강변을 걷노라니 흙탕물이 노도처럼 쓸고 지나간다.
한 때의 세력이나 재력, 빈부귀천과 지위고하도 도도히 흘러가는 춘추세류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와 같나니, 인간의 운수는 유한하다.
부디 가진 자는 베풀고 힘 있는 자는 서민이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 모두가 보름달 같은 마음으로 고향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원 담 스님
(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