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조휘.유위강 감독의 영화 <무간도 2002>는 당시,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홍콩영화 특유의 우울함(홍콩 느와르)으로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무간도>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약간 비튼다.
<무간도>가 경찰 프락치와 조폭 프락치의 정체성 이야기라면 <신세계>는 경찰 프락치의
정체성에 경찰(권력)이 공권력을 이용, 조폭기업을 인수, 조정하려는 이야기이다.
자본주의에서의 삶이 조폭세계만큼이나 비정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관객에게 별 공감은 얻지 못했지만 감독은 아마도 <신세계>를 통해 정부(경찰)가 권력을 이용, 개인이나 조직을
사유, 통제하는 것이 일반 건달세계의 폭력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관객에게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다.
강과장(최민식)은 ‘신세계 프로젝트’의 설계자이자 모든 일이 끝난 후 자신이 이자성(이정재)을 이용,
조폭기업 골드문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항상 똥물 낚시터에 낚시대를 드리운 채 이자성에게 명령을 내린다.
결국, 이자성이 보낸 연변 킬러에게 똥물에 버려진다.
장면(폐쇄낚시터)
똥물 낚시터에서 이자성을 기다리는 강과장
문이 열리고 연변킬러(김병옥)이 등어온다
가방에서 칼을 꺼내는 연변킬러. 허리춤에 권총을 매만지는 강과장
강과장(독백) : 이렇게 되면 완전 나가리인데.....
<신세계>를 이끌어 가는 갈등구조는 두 가지이다.
경찰의 본분을 잊지 말라며 권력의 하수인으로 끝까지 자신을 이용하려는 강과장과 경찰프락치 이자성(이정재)의
갈등. 자신이 경찰이란 걸 알면서도 감싸주고 의리를 지키는 조폭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의 갈등.
관객입장에서는 이자성이 강과장(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는지, 정청(황정민)과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 영화 보는 포인트이다.
결론은 병상 장면에 있다.
장면(정청의 병실)
조폭그룹 골드문의 후계자 싸움에서 강과장의 술수로 이준구(박성웅)에 의해 테러를 당한 정청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이자성이 호흡기를 입에 대주려하자. 정청은 거부한다.
정청(황정민) : 아야 브라더 ! 너 시방 뭐 다냐?
나가 살아나면 니가 날 감당할 수 있을 거 가트냐?
이자성(이정재) : (애처롭고 죄스런 표정) 형님 !
정청(황정민) : 독하게 살어야 ! 니가 독해야디 산다.
사무실 금고에 니 선물 너어 놨응께 열어봐
(정청은 숨을 거둔다)
이자성(이정재)은 이 후, 경찰의 정체성을 버린다.
영화 <신세계>는 러닝타임 2시간 15분 중에 1시간 45분은 <무간도>를 따라 가고 그 이후는 <대부 1>를 따라 간다.
사실 위의 정청의 병상장면 이후는 영화 안 봐도 비디오이다.
우유부단하던 이자성은 정청이 죽은 후, <대부>의 알 파치노가 되어 반대편을 잔인하게 숙청, 골드문 그룹의 차지한다.
그리고 정청의 금고를 열어본다.
금고 안에는 형제 캐릭터가 그려진 로렉스 작퉁 중국산 ROLES 시계와 함께 자신의 경찰 인사카드가 들어있다.
<신세계>는 전반부의 긴장과 스피드를 후반부까지 이어기지 못한다.
강과장과 이자성의 긴장, 정청과 이자성의 관계를 서포팅하는 서브디테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대뽀 캐릭터인 조직2인자 이중구(박성웅), 한물 간 조직의 퇴물들에게 그 역할을 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너무 밋밋하다. 그들도 뭔가 극의 흐름에 어떤 긴장을 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다.
모두 관객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따라서 정청과 이자성의 갈등이 풀어지는 순간, 영화는 관객에게 Value-added을 주지 못한다.
일개 건달조직이 건설, 금융, 유통, 미디어 사업까지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면 당연히 정치권의 비호,
돈 거래, 비호세력, 또 다른 암투가 있으리란 리얼리티는 어디로 갔는지, 감독은 거기까지 건들기가 부담스러웠는지
그냥 대사 한 두 마디로 넘어간다.
영화 <신세계>는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배우의 연기로 어느 정도 상쇄한다.
사실, <신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해야 하는 배우는 이정재이다.
경찰과 조폭 사이, 선과 악의 경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정청에 대한 형제애 등
복잡다단한 속내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재 등장장면에 유독 Close-Up이 많은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정재는 그리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다.
그나마 그가 이자성 역을 그런대로 해낸 이유는 그의 비쥬얼이 우유부단한 이자성과 맞아 떨어져서고
그 동안의 영화 짠밥(?)으로 중간은 하기 때문이다.
황정민(정청)은 <신세계>를 이끌어가는 배우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 만큼이나 절대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연기는 캐릭터는 조금 다르나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의 양아치 건달(이병헌에게 빙상경기장에서
총 맞아 죽는다)역과 맞물려 있다.
좋은 연기자란 극 중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는 배우이다. 변화의 폭이 크다는 말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덜 떨어진 드러머, <부당거래>의 속물 형사, <로드무비>의 동성애자,
<달콤한 인생>의 양아치, <모비딕>의 기자 등.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영화만 했으면 한다.
최민식은 극의 캐릭터 상, 많이 튀어선 안 되는 인물이다.
애덜이 놀 멍석만 깔아주고 뒤에서 튀는 놈 살짝 눌러주고 결과물만 따 먹으면 되는 역이다.
캐릭터가 분명한 전작의 영화를 많이 한 배우에게는 이런 역이 더 힘들다.
영화 <신세계>는 후반부의 느슨하고 안일한 결말로 전반부의 공덕을 잃어버린 영화이다.
‘Film Noir'장르로 경찰과 폭력조직의 암투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는 분명 실패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명민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가 두 번째 감독작이다.
<혈투 2011>의 흥행실패를 <신세계>는 겪지 않겠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아쉽다.
蛇足) 1. <신세계>에는 <무간도>외에도 다른 작품이 보인다.
황정민과 최민식의 공항대기실 대화 장면은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 1995>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장면이 오버랩되고 이정재와 황정민의 애틋한 관계 는
마이크 뉴웰 감독의 <도니 브래스코 1997>에서의 알 파치노와 조니 뎁이 오버랩 된다.
2. 연변 거지(킬러)들을 희화화 한 것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라고 해도
송지효는 이 영화에 왜 나온 건지 이리송하다.
여자가 필요해서 양념 정도?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다.
유재석의 런닝맨으로 인지도가 올라가 흥행에 도움이 될까 해서...
없어도 된다.
3.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폭력장면은 훌륭했다.
폐쇄된 공간이라는 설정이 탁월했고 사실감 또한 훌륭하다. <비열한 거리>에서의
집단 폭력신과 버금갈 만한 장면이다.
첫댓글 한국식 리얼리즘 바이올런스 무비?? ' K- 느와르' 라 이름붙이면 될까 ??
별로 맘에 들지 않아요. 아예 볼 생각을 안하죠. '황해'의 폭력 수위를 보고... 그때부터 싫어졌다 해야하나???
그 이전부터 벌써 대책없이 잔인해져가는 흐름이 있어왔죠. 점점더 잔인해져 가는 불가시의 폭력에 대한 비유라 생각하면 이해가 충분히 되지만...현실에는 그보다 더 잔인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지만...
그 옛날 유덕화 주윤발의 아름다운(?) 폭력..거기에 '장만옥'까지 가세하던...고런 것이 멋있었죠.
낭만이 없는 무자비한 폭력... 별로인 거 같아요.
엄정화, 김상경 나오는 '몽타쥬'를 봤는데... 별로 흠잡을 데는 없어요. 끝날 때 까지 긴장감이 내내 유지되고...
봐줄만한 영화는 충분히 되는데... 낭만 하나 없이, 사랑하나 없이 무자비한 납치극, 처절한 고통의 엄마, 지독한 범인을 쫓는 형사...배우에게 치명적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울하기만 한 영화를 내가 왜 봐야하는지...분위기에 묻혀 함께 보게된 상황이라 본 것이지....엔딩후 생각꺼리도 좀 있었지만... 그냥 싫었지요.
완성도는 나름 괜찮은데도...
오랜만입니다. 합리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는, 보여주기 위한 폭력의 차별화는 분명 문제가 되지요. <황해>의 경우 그 부분이 관객에겐 마이너스 였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오히려 해한 경우라 생각합니다. <몽따쥬>는 챙겨 보겠습니다.
예술적 또는 상업적인 측면의 영화매카니즘은 모르지만..
저의 생각은 맛의 느낌에 있어서 더 자극적인 음식으로 점점 맵거나 짠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영화에 있어서도 이제 왠만한 수위로는 무덤덤해지므로
폭력장면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지 않을까..
아마 미래의 영화산업은 극장에서 팝콘 뿐만 아니라
마리화나와 같은 환각제를 (제한적인 공간에서)
양성적으로 공급하며 관람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폭력의 높은 강도만으로 관객을 당길수는 없습니다. 명분 없이 폭력만 있는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분명 있지만 동시에 관객의 자정능력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
영화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지호락님의 생각 공감합니다..
지적능력과 그에 걸맞는 영화 god father와 같은 폭력장면이 난무하는 명화도 있으니..
판단하는 관점이 중요하죠..지호락님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화에서 송지효의 존재감이 전혀 없다 그러셨는데... 이 무자비한 폭력의 세계에서 사이사이 숨통을 틔워주면서 긴장을 부드럽게할 뛰어난 여배우가 누구일까요?
송지효의 캐릭터는 이정재를 서포팅하는 연락스테이션인데 저의 관점에서는 커트해도 무방하다고 느껴서.... 배우는 출연시간의 많고 적고를 떠나, 맡은 역의 존재감이 드러나야 하는데 송지효는 누가 해도 그 만큼은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극의 구성 상 빼도 무방하구요....
전형적인 '필림 느와르' 작품을 보면 그런 사이상 숨통을 트워주는 공간도 주지 않지요.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그리프터스 1990>을 보면 세상이 '완전 우울' '완전 깜깜'입니다.ㅎㅎ 그리고 여배우로는 박효주가 떠오르네요. <완득이>에서 김윤석과 러브라인으로 나오는.....
'박효주'란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군요. '완득이'를 안 봤으니..ㅎ~!
영화는 연기좋은 배우를 보는 감동이 최고~! ^^
올만이시구랴워
난 거저 죠락님 글이
ㅎㅎ .. 더운 날들이 올터인데 건강 조심하시라우요....
지호락님도 잘 지내시게나..
에구 서울 살면 자주 보고 좀 외롭지 않을텐데...
오랫만에 글 주셨네요 그런데 어이 수개월 지난 영화를? ㅎㅎㅎ 잘 지내시는 소리로 듣습니다.
수 개월이 지난 영화는 보지도 말고 폐기처분 하라는 야그는 아니시지요???ㅎㅎ 글구 뭘 잘 지내시는 소리로 들으신 다는 것인지..ㅎㅎ 혹 저의 글에 다른 담론이 계시면 그냥 말씀을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