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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선생님
1절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대중가요와 인문학 - 섬마을 선생님 ‘섬마을 선생님’은 이경재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로 1967년에 처음 불려졌으며 지금까지 근 50년 동안 꾸준히 애창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중가요 중의 하나이다. ‘대중가요’란 그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이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말하므로 따라서 대중들은 노래를 듣거나 또는 따라 부를 때 우선 감성적 느낌만을 앞세우는데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잠시 여유를 갖고 추가적으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가사의 내용을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한편으로 서정시로서 학교에서 인문학 교재로 다룰 때는 교사와 학생들이 인문학적 시학적 관점에서 많은 분석을 하여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래방 등 어떤 학교 이외의 공간에 있을 때나 대중가요로서 ‘진달래꽃’을 듣거나 따라 부를 때는 앞선 시학적 분석과 상관없이 그냥 즐기고 마는데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역으로 대중가요를 일종의 서정시로 분석하여 노래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필요도 있는데 대중들은 전혀 그러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이것은 대중가요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맹점이 아닐 수 없다. 대중가요의 가사를 서정시로서 그리고 인문학적 분석의 대상으로서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싶은 취지에서 우선 ‘섬마을 선생님’을 골라 보았다. 섬마을 선생님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1. 등장인물 문학의 장르하면 크게 1)시, 2)소설, 3)희곡 으로 구분하는데 등장인물은 원래 희곡에 쓰이는 용어이지만 - 원어로 페르조네 드라마티스(personae dramatis) 라고 하는데 - 이 용어를 시에 적용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무대는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이고 “열아홉 살 섬색시”와 그녀가 사랑한 “총각 선생님” 등 남녀 2명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여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19살의 처녀란 점과 그리고 남자는 총각이란 사실 뿐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인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그녀는 섬마을에 사는 19살의 여자이니까 ‘어부의 딸’임에 틀림없을 것인데 다만 그녀의 이름, 용모와 성격 또는 학력 등등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당장에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작은 섬마을이니까 이 섬에는 초등학교도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어느 초등학교의 분교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녀의 학력은 무학이거나 기껏해야 국졸 수준이며 아버지의 어부일이나 어머니의 가사일을 돌보며 사는 그야말로 섬처녀일 것이다. 비약하여 그녀가 이 섬의 분교를 졸업하고 대처로 나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이 섬으로 돌아왔을 개연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작은 섬마을에 사는 가정의 형편상 만약 그녀가 대처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면 그곳에 취직해서 눌러 앉았을 가능성이 더 커보이기 때문이다. 총각 선생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일까? 이 노래를 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선생님”이란 말에 경도되어 이 남자의 직업을 교사로 착각한다. 그리고 이 총각 선생님은 여자가 사는 이 섬에서 초등학교 분교이든 뭐든 간에 아무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임기가 끝나고 서울로 다시 돌아가게 된 교사인데, 제자이면서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여자가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하고 애원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앞서 분석했듯이 “해당화 피고 지는 (작은) 섬마을”에는 학교가 있을 수 없으며 더군다나 고등학교가 있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느 교사가 어느 섬마을에 부임했다가 임기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귀임하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교육부의 전근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에는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가사에 나오는 “선생님”은 교사란 직업과 전혀 무관한 단순한 호칭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가사에 나와 있듯이 그는 이 섬에 “철새따라 찾아왔다”. 따라서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연구가임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새박사’ 윤무부 교수 같은 사람의 젊은 날의 모습인 것이다. 그는 서울의 어느 명문대학의 조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또한 부연하자면 그리고 “총각”임을 감안하자면 30세 정도의 용모도 준수한 ‘부자집 도련님’에 틀림없을 것이다. 철새를 연구하자면 망원카메라, 녹음기, 고성능 마이크 등 여러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며 당시 1967년경 이면 졸업후에도 마땅한 취직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부자집 도련님이 아니고는 선택하기 어려운 전공이다. 이러한 분석을 ‘작품내재적 분석’이라고 한다. 작품내재적 분석(Textimmanente Interpretation)은 작품 내부에 아주 분명한 논리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작품에 내재하지 않는 비논리적이고 생뚱맞은 억측을 애초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무학 또는 국졸 정도의 섬처녀와 부자집 도련님인 서울총각의 사랑이 풋사랑으로 끝나면 모를까 결혼으로까지 이어진 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며 우리의 “섬색시”도 그런 사정쯤은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섬색시”는 왜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것인가? 여자는 아마도 이 지긋지긋한 고향 섬마을을 무조건 떠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 해당화와 철새 해당화는 대략 5월에 개화하며 5월이면 또한 꼬마물떼새, 꾀꼬리, 개개비, 물총새, 제비, 뻐꾸기, 뜸부기, 왜가리, 백로, 해오라기, 찌르레기, 청호반새, 팔색조, 호반새, 후투티 등 많은 종의 여름철새가 너무 더운 남쪽의 열대지방에서 덜 더운 우리나라로 찾아드는 시기이다. 여름철새는 우리나라에서 짝짖기하고 새끼를 기른 뒤 대략 9월초순 늦여름에 다시 덜 더워진 남쪽으로 날아간다. 따라서 조류연구가는 짧게는 1주일 정도 길게는 4개월 정도 철새도래지에 머물려 연구하게 되는데 우리의 “총각 선생님”은 이 섬에 길게 잡아 4개월 정도 하숙하며 머물렀던 것으로 그리고 “섬처녀”는 하숙집의 딸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노래의 가사 맨처음에 “해당화”가 등장한다. 이러한 꽃과 같은 사물은 줄거리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성(symbol)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문학적 수사를 ‘주도동기(Leitmotiv)’라고 하며 꽃의 경우에는 보통 그 꽃의 꽃말이 그러한 상징성을 갖게 된다. 해당화(海棠花)는 장미과 장미속으로 학명은 로자 루고자(Rosa rugosa)인데 종수식어 rugosa 는 ‘주름이 많은’ 의 뜻이므로 결국 학명의 의미는 ‘주름이 많은 장미’란 뜻을 갖게 된다. 3. 열아홉 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하다 우리나라에서 ‘색시’의 사전적 정의는 ‘갓 결혼한 여자’를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섬색시”는 이미 남편이 엄연히 있는 상태에서 외간남자인 “총각 선생님”을 사랑했다는 것이며 그것도 순정을 바쳐 사랑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곧 죽은 청상과부란 말인가. 아니면 “섬색시”의 남편이 바로 “총각 선생님”인데 그 남편이 서울로 떠나려고 하니까 “떠나지 마오”하고 애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 내용은 우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색시’란 단어를 들으면 대한민국 공전의 히트 드라마 <여로>에서 부자집 못난이 남편 영구(장욱재 扮)가 씨받이로 팔려온 아내 분이(태현실 扮)의 뒤를 졸졸 쫒아다니며 “색시야, 색시야”하고 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다른 한편으로 이 노래를 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색시’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상관없이 색시를 나름대로 ‘처녀’ 또는 ‘아가씨’ 또는 ‘여자’ 정도로 새겨서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색시’를 ‘처녀’의 의미로 사용하는 일부 지역이 우리나라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언어학적 이론이 필요한데, 즉 한 나라의 언어는
1)사전에 수록된 어휘로서의 언어 즉 랑그(langue)와 그리고
2)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어휘로서의 언어 즉 파롤(parole)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계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의 이론이다. 즉 ‘색시’는 사전에 ‘갓 결혼한 여자’로 정의되어 있지만 그것은 랑그라고 하며 다른 한편으로 일부 지방에서 실제로 ‘처녀’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그것은 파롤이라고 한다. 작사가 이경재는 아마도 ‘색시’를 ‘처녀’ 정도의 파롤적 의미로 사용하는 일부 지역의 출신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순정을 바쳐 사랑했다”면 순정(純情)의 의미에서 어느 정도 사랑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총각 선생님”의 체류기간 4개월은 너무 짧아 보인다. 더군다나 “총각선생님”쪽에서도 “섬처녀”의 친절에 대해 어느 정도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순정을 바친 사랑’이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술집에 나가는 달동네 여자가 옆방에 사는 가난한 대학생 또는 고시생를 사랑하게 되어 그 남자가 군복무를 거쳐 졸업할 때까지 돈과 몸을 바쳐 사랑했는데 결국 버림받았다는 비련이 떠오르는데 그렇다면 순정을 바친 사랑에는 족히 7~8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반해서 <마포종점>의 여주인공 “나”는 정말 순정을 바쳐 사랑했으나 버림받은 여자이다. 4.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하고 직접화법의 형식으로 애원하는 또는 더 나아가 원망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 말은 등장인물 속의 여자가 남자에게 직접화법으로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 노래는 소설의 개념용어이지만 이를 원용해서 ‘1인칭 화자의 노래’란 말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노래는 ‘3인칭 화자의 노래’이다. 즉 무대와 등장인물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어떤 제3자가 남녀의 관계를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3인칭 화자는 보통 전지적 관점을 갖고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게 되는데, 이를 수사학적 개념으로 중간화법 또는 묘출화법이라고 한다. 즉 3인칭 화자가 여주인공의 속마음을 대신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영어문법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직접화법 : She said: "Don't leave me". 중간화법 : Don't leave me. 간접화법 : She said, he should not leave her. 5. TV문학관 한 때 <소나기>, <배따라기>, <메밀꽃 필 무렵>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단편소설을 모티브로 하여 1시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방송했던 ‘TV문학관’이란 교양프로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같은 취지에서 대중가요 ‘섬마을 선생님’을 모티브로 하여 영상을 만든다면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배역은 여주인공 “섬색시”일 것이다. 왜냐하면 가사의 내용상 서울의 “총각선생님”은 멋진 남자를 배역으로 쓰면 간단하지만 영상의 관점에서 여주인공의 경우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용모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섬색시”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배우 조여정이 아닐까 한다. 만약 박지선이나 오나미 정도의 외모라면 영상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여정 같은 외모의 처녀가 작은 섬마을에 19년 동안 살고 있다면 동네 총각들이 누구나 할 거 없이 한 번쯤은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드리댔을 것이란 점이며 또 처녀는 드리대는 총각들을 일거에 차버리고 무시했을 것이란 점이다. 아마도 처녀는 총각의 애정표현에 대해서 속으로 ‘언감생심! 감히 어딜 넘봐! 어처구니가 없네!’라고 외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섬마을 처녀는 섬마을 총각과 결혼해서 지긋지긋한 섬마을에 어부아낙으로 눌러앉을 마음이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처녀는 대처의 남자와 결혼해서 고향 섬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한마디로 허영이 아닐 수 없다. 또 문제는 그 역의 경우가 “총각 선생님”과 “섬색시”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총각 선생님”은 “섬색시”의 애정표현에 대해서 속으로 ‘언감생심! 감히 어딜 넘봐! 어처구니가 없네!’라고 똑같이 외쳤을 것이다. TV문학관의 마지막 장면. “총각 선생님”이 조류연구를 마치고 드디어 서울로 떠나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는 부둣가에서 “총각 선생님”과 하숙집 주인부부 그리고 일부 동네 어른들이 배웅하기 위해 모여있고 이러한 모습을 “섬색시”가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흐느끼고 있는데, 또 이러한 “섬색시”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처녀를 사랑했다가 퇴짜를 맞았던 섬마을 총각이 지켜보고 있다. 이 총각은 처녀의 우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뭐라고 외쳤을까? 6. 소결론 대중가요 ‘섬마을 선생님’의 테마는 단순히 들을 때 한마디로 ‘섬색시의 애원 또는 원망’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섬색시”에게 애정 또는 동정이 가도록 그리고 섬색시의 순정을 바친 사랑을 저바리고 떠나버리는 “총각 선생님”에게 비록 ‘나쁜 남자’는 아닐지라도 어딘지 모르게 무정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그리고 두 연인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같도록 의도되어 있지만, 실제로 가사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가사의 내용이 현실적 리얼리티가 너무 떨어지며 허망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작사가의 깜량에 대해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또한 가사내용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려면 “해당화”의 꽃말은 ‘애원’ 또는 ‘원망’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인문학적 분석을 통해 이 대중가요를 다시 들으면 그 테마는 ‘섬색시의 허영’임을 알 수 있고 또한 이 가요가 예술적 완성도가 극히 낮은 작품임도 알 수 있다. 인문학은 보통의 교양인들이 진실에 보다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학문적 치밀함과 대중적 인기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대중가요 ‘섬마을 선생님’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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