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최인훈 / 문학과지성사
유명한 소설이기에 기억을 돕기 위해 굳이 줄거리를 남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나에게도 많은 순간이 있었다. 지금 떠오르는 순간도 한두 개가 아닌데, 떠오르지 않은 순간들과 더불어 잊힌 순간들은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하여 내 인생의 항로를 변경한 경우 과연 바뀐 삶이 만족할 만했는가 반성을 하는 경우는 과연 얼마나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의 경우, '이것이 아닌데'를 반복하다 팀을 바꾸고, 모험을 즐기다가 또 '이것이 아닌데'를 뇌까리다 회사를 옮겼다. 직접 뭔가를 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혼자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내는 것은 내가 속한 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움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나의 능력의 한계를 발견한 것이다. 사람은 많은 일을 도모하면서, 나의 힘으로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만임을 알아간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손길을 구하게 되고, 그 과정이 나의 마음과 생각과 너무 어긋나 있기에, 광장의 "이명준"처럼은 아니지만 나도 제3국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능력은 달리고···.
"광장"이라는 곳은 이미 누군가의 무대로 꾸며져 있다. 관객이 되거나, 혹은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런 광장에서는 할 일이 없다. 적극적으로 즐기든지, 졸든지···.
어떤 광장은 심하게 기울어져 있기도 하고, 울타리가 둘러 있어 폐쇄적이다. 쇼윈도에 진열품인 것처럼 보일 때는 없었을까.
이명준은 어떤 광장을 그렸을까.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200쪽) 누군가의 무대도 아니고, 기울어질 수도 없고 울타리는 불가능한 그런 광장을 본다. 그것은 차라리 우리가 생각하는 광장이 아니다. 광장은 내가 바라보는 곳, 서 있는 곳으로 광장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들린다. 자유롭다. 그러나 그런 광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광장"이라는 주요 주제 외에도 많은 물음을 제시하고 있다. 1960년 11월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방금 탈고한 글과 같은 신선함을 제공한다. 여러 번 다시 쓰였기 때문일까? 내가 읽은 것은 1989년 판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이 사랑할 대상이 없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부류의 문장을 몇 번 보았고 나도 간혹 사용한다. 이 소설에서 원조 격인 문장을 만났다. 같은 말일 것이다.
95.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보고자하는 소원이, 우상을 만들었다면,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구운몽 / 최인훈 / 문학과지성사
내가 접한 구운몽은, 소설 "광장"과 늘 쌍으로 묶여 나오는 작품이다. 뒤에 놓인 해설에 516쿠데타가 있고 난 뒤 만들어졌다고 나온다.
"여러분 피닉스(phoenix)는 또다시 날까요?"
"사랑이 있는 한 날 것입니다."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인 꿈, 꿈에서 현실의 욕망을 채울 수 있을까. 우리 집 강아지도 어떤 때는 꿈을 꾸는 듯하다. 그것을 잠버릇이라 해도 좋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꿈에서는 평생을 살 수 있으니, 우리 집 강아지는 인간이 되고 내가 강아지가 되어 던지는 공을 물고 오는 꿈을 우리 강아지가 꾼들 누가 말릴 수 있을까. 꿈이라는데···.
그 꿈에서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절망이 있다는 말이다. 꿈속의 이야기와 지나온 역사에서의 일어난 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차피 겪어보지 못하는 것이니, 꿈을 추억해내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을 듯싶다. 그 5월에도 꿈을 꾸었겠지. 또 다른 4월과, 또 다른 봄인 5월에도···.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했을까?"
(2019.1.7 평상심)
첫댓글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 최인훈 (책은 도끼다 32쪽)
시대의 아픔은 언제나 지속 되지요.그러나 이상향은 이상향 일 뿐 스스로 감내하고 스스로 인생을 엮어 가야지요. 그 것이 작던 크던 오로지 내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