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시조집 {니르바나 바게트} 출간
유종인 시인은 인천에서 출생했고, 1996년 {문예중앙} 신인상(시부문), 2002년 {농민신문},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이 당선되었고, 시집으로는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었다} 외 등이 있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 {답청}, {용오름} 있고,미술서로는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등이 있으며, 지훈문학상, 김상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종인 시인의 제4시조집 {니르바나 바게트}는 그의 몸과 마음으로 쓴 ‘깨달음의 시’이며, 우리 한국인들이 일용할 마음의 양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질리지도 지치지도 않는 담백한 속종의 빵”이고, “옥생각 부스러기로 털고/ 인생 절로 그윽한 빵”이다. “한 대접 불의 물맛을 어룽지듯 쑤어 먹”는 [숭늉]과도 같고, “죽은 줄 알았던 춘엽이/ 궂겨서야 열 일 하”는 [책갈피]와도 같다.
니르바나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적인 것이다. 미욱할지라도 깨우치고 돋우어 가는 마음의 지경이 일상적 사물과 경험들 속에 성속聖俗을 포월해 함께 한다. 나는 실패하고 지연되는 우리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모두에 연결돼 있음을 기억하려 한다. 그렇듯 트여가는 존재의 바람은 우리가 사랑해야할 우주적 커넥터임을 여러 순간 알아차림이지 싶다.
--유종인, {니르바나 바게트}의 시 세계
생크림도 팥앙금도 아니 넣은 기름한 빵
소금 간이 슴슴하니 싱거웠던 한 사내처럼
맛없이 맛이 들었던
그 고요의 말 맛처럼
질리지도 지치지도 않는 담백한 속종의 빵
구설을 저버린 말로 침묵이 은근한 맛
겉으론 데면데면해도
부드러운 허공의 속살
다 가져 갈 것처럼 번다한 속내 말고
푸슬하니 허정(虛靜)해져 빵도 되고 방(房)도 되는
품은 듯 내어준 하관에
인중마저 기름한 당신
내어줘도 줄지 않는 오병(五餠)이 네 전생일까
그런 생각 죽부인처럼 너를 품고 잠든 저녁엔
옥생각 부스러기로 털고
인생 절로 그윽한 빵
*니르바나: 온갖 번뇌가 소멸된 상태거나 완성된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하는 싼쓰크리트어로 열반[涅槃, 涅般]은 그것의 음사(音寫)이다.
--[니르바나* 바게트] 전문
오랜만에 해가 놓친 달의 말씀 건너왔네// 뭉근한 돌의 눈빛// 슴슴한 고요의 혀//한 대접 불의 물맛을 어룽지듯 쑤어 먹듯
--[숭늉] 전문
지난 봄 시르죽은 춘란의 잎새 한 줄// 그냥은 버리려다 그냥은 아쉬워서// 법구경 그 여름 갈피에/ 끼워두고 놔뒀더니// 가끔은 바스락대듯 법의 잎새 벼르다가// 비다듬을 옥생각들 아니 살펴 어찌하랴// 죽은 줄 알았던 춘엽이// 궂겨서야 열 일 하네
--[책갈피] 전문
빗소리는 엿들어야 그 키가 훤칠하고
빗소리는 엿보아야 그 눈매가 서늘하고
연애는 캄캄하여야
그 속종이 웅숭깊듯
빗소리는 맘에 걸어야 시인의 옛 애인 같고
빗소리에 등을 기대야 천리 밖에 술이 익고
가난은 다솜을 얻어야
산해(山海) 같은 조화 속이니
--[빗소리는 엿들어야] 전문
--유종인 시조집 {니르바나 바게트}, 도서출판 지혜,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