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어린 시절 소명을 받은 사무엘과 예레미야
매년 청소년 주일이 돌아올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성경 속 인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사무엘과 예레미야입니다. 사무엘은 어린 시절부터 실로(Shiloh) 성소에 맡겨져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 한나가 오랜 불임 끝에 서원하며 ‘아이를 얻으면 주님께 바치겠다.’고 맹세하였기 때문입니다. 한나는 사무엘이 젖을 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삼 년 된 황소 한 마리에 밀가루 한 에파와 포도주를 채운 가죽 부대 하나”(1사무 1,24)를 사무엘과 함께 성소에 바칩니다. 이사악이 젖을 뗐을 때 아브라함이 큰 잔치를 열었듯이(창세 21,8) 말입니다. 2마카 7,27 등에 따르면, 당시 수유 기간은 3년 정도였던 듯합니다. 그래서 세 살쯤 된 어린 사무엘이 성소에서 자라는 모습은 성전에 홀로 남은 어린 예수님이 ‘자신은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루카 2,49을 생각나게 합니다. 당시 실로 성소에서 어린 사무엘을 키우고 교육한 이는 그곳 사제로 봉직한 엘리입니다. 사무엘은 엘리의 후계자가 되어 훗날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이자 예언자 그리고 사제로서 백성을 이끌게 됩니다.
한편, 예레미야는 사제 집안 출신(예레 1,1) 예언자입니다. 예레 1,6에 따르면, 그 역시 어린 나이에 예언 소명을 받은 듯합니다: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언자로 세워지자 환시를 분간해내어 예언자의 자질을 당당히 증명합니다. 바로 11-12절의 ‘편도나무 환시’와 13-14절의 ‘끓는 냄비 환시’를 보고,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성질 급한 편도(아몬드) 나무처럼, 그리고 부글부글하는 냄비처럼 주님과의 계약을 저버린 유다 왕국에 징벌이 빠르게 다가오리라고 예고한 것입니다.
사무엘과 예레미야, 이 둘은 모태에서부터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점(예레 1,5) 외에도 레위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사무엘은 1사무 1,1에서 레위인이 아닌 에프라임인처럼 소개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단 1역대 6장에서는 사무엘의 족보를 레위 집안으로 소개하며 사무엘의 후손이 다윗 시대 성소에서 직무를 맡은 것으로 나옵니다(18-19절). 그렇다면, 판관 17,7에 나오는 레위인을 “유다 씨족의 한 젊은이” 곧 유다 지파의 영토에서 사는 레위인으로 묘사하였듯이, 사무엘도 에프라임 땅에 살았던 레위인 집안에 속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당시는 왕조가 세워지기 전이라 레위인이 주관하는 정식 경신례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에 사무엘이 사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성조 시대에는 아브라함이 한 집안의 가장인 동시에 사제 역할까지 하였듯이 말입니다. 이스라엘에 왕정이 세워지고 공적 경신례의 중요성이 커진 뒤에 비로소 특정인들이 사제직에 임명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소명을 받고 주님의 사랑 안에서 자라나 이스라엘을 이끈 사무엘과 예레미야는 오늘날 하느님의 은총 속에 성장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5월 26일(나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