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내가 잡아야 할 하나님의 지팡이(출 4:18-20)
2024.3.17 김상수목사(안흥교회)
지팡이는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여 균형을 유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휘봉이나 호신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지팡이하면 보통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끝이 구부러진 모양의 나무막대기를 상상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등산용 스틱, 옛날 지게의 작대기, 양치기들의 막대기, 환자용 스틱(목발 포함) 등 종류나 모양도 다양하다. 요즘은 지팡이의 대용으로 유모차 형태의 밀차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진짜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마음의 지팡이가 아닐까?
오늘 본문 말씀에 보면, 출애굽을 위해 애굽으로 가는 모세의 손에도 지팡이가 하나 쥐어져 있다(출4:20).
“모세가 그의 아내와 아들들을 나귀에 태우고 애굽으로 돌아가는데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출 4:20)
그런데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의 지팡이”라고 적고 있다. 하나님이 그에게 새로운 지팡이를 주신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지팡이는 이미 가지고 있던 지팡이다. 그러면 평범한 지팡이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하나님의 지팡이가 된 것일까?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다’는 것은 오늘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바로 이 점을 나누면서, 오늘 나를 향한 주님의 마음을 확신하는 것이 이 시간 설교의 핵심이다.
“모세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는 말씀은 곧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셨다는 것을 뜻하고, 모세 또한 하나님의 손을 굳게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인간적으로 볼 때, 모세에게 있어서 애굽은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곳은 여전히 애굽 왕 바로를 비롯한 대적자들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때 모세의 나이는 80세였다. 모세 당시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몇 세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는가? 시편 90편에 보면, 그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시편 90편은 시편에 나오는 유일한 모세의 기도문이자 작품이다(“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기도”). 시편 90편 10절에서 모세는 이렇게 말했다.
“10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 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0-12)
이 말씀에 보면,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는 표현을 했다. 이것은 모세 당시의 평균수명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이런 표현으로 미뤄 볼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셨던 80세라는 나이는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죽을 나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저런 핑계들을 대면서 애굽으로 가기를 주저했던 모세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래서 출애굽기 4장에 보면, 하나님은 몇 가지 표적들을 보여주시면서 그에게 확신을 주셨다. 그 중에 하나가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는 명령이었다(출4:2-4).
“2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3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것을 땅에 던지라 하시매 곧 땅에 던지니 그것이 뱀이 된지라 모세가 뱀 앞에서 피하매 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어 그 꼬리를 잡으라 그가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으니 그의 손에서 지팡이가 된지라”(출 4:2-4)
하나님은 모세의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고 하셨고, 그 지팡이는 순식간에 뱀이 되었다. 하나님은 그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하셨고, 모세가 꼬리를 잡았을 때, 다시 지팡이로 변했다. 여기서 나온 뱀의 종류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여기서 변한 뱀은 그 당시 애굽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코브라였을 것으로 본다. 당시 바로의 왕관에도 정면에 코브라가 머리를 쳐든 형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하나님이 꼬리를 잡으라고 했던 뱀은 그 당시 세계 최강인 애굽 왕 바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뱀은 머리 쪽을 제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꼬리를 잡으라고 명령하셨을까? 독사의 꼬리를 잡으면 어떻게 되나? 즉시 고개를 획 돌려서 덤벼든다. 더구나 당시 평균연령이 70-80세인 것을 감안하면 80세의 모세에게는 죽음의 공포가 가장 심할 때이다. 그렇기에 꼬리를 잡으라는 말씀에 순종해서 실제로 꼬리를 잡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신의 상식과 경험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꼬리를 잡는 일이다. 애굽 왕 바로에게 가서 출애굽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독사의 꼬리를 잡는 것과 같은 무모한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이나 두려움 마저도 내려놓고, 말씀에 순종해서 꼬리를 잡았을 때, 그 뱀은 다시 지팡이가 되었다.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또한 이 시간 오늘 우리(나)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인지 감이 오는가? 아무리 내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모세의 나이, 근력, 지식 등)이라 할지라도, 내가 피하고 싶은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면 못할 일이 없고, 안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코브라 독사 같은 바로의 공격, 마귀 사탄의 간계와 고난이 있다할지라도 할지라도,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만 하면, 하나님이 제압하시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믿음은 순종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증표로 그 지팡이를 손에 잡고 가서 이적을 행할 것을 명령하셨다(출4;17). 그래서 그 지팡이는 하나님의 지팡이인 것이다(출4:20). 모세는 이 지팡이로 나일강을 치기도 했고(출7:20), 홍해를 향해 지팡이를 들고 손을 내밀었고(출13:16), 아말렉과의 전쟁 때는 아무리 팔이 피곤해도 그 지팡이를 손에 잡고 놓지 않았다(출17:9-13)
“너는 이 지팡이를 손에 잡고 이것으로 이적을 행할지니라”(출 4:17)
이 시대 주님은 우리들에게 애굽보다 더 악하고, 바로보다 더 독사 같은 사람들이 우굴우굴한 세상으로 가서, 그들을 제자삼고, 주님의 증인이 되라고 명령하신다(마28:19-20, 행1:8). 이 속에서 우리들이 복음을 전하고, 성도답게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것은 마치 독사의 꼬리를 잡는 것과 같은 두렵고 힘든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악한 세상 속에서 우리들이 굳게 붙잡아야할 하나님의 지팡이를 주셨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십자가라고 확신한다. 우리들이 ‘십자가를 굳게 잡는다’는 것은 단지 십자가라는 나무토막을 붙잡는 것이 아니다. 그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손을 굳게 잡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우리는 십자가 복음의 말씀을 굳게 잡고, 주님 손을 굳게 잡고, 애굽 같은 세상으로 담대히 가야 한다. 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우리(나)에게 주신 백문일답(百問一答, 백 가지 질문 한 가지 대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 사도 바울은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건 자신의 결심을 이렇게 외쳤다.
“1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2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1-2)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 6:14)
나의 자랑 십자가! 이러한 사도 바울의 영적인 결심이 또한 오늘 우리의 결심이 되어야 하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보면, 민족적인 어려움이나 개인적인 고통들이 왔을 때, 성도들의 마음에 큰 위로와 소망을 주었던 찬송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지금까지 지내온 것”과 “하늘가는 밝은 길이”가 있다.
그런데 이 찬송들을 부를 때마다, 본 설교자의 가슴에 간절히 저며 오는 가사가 있다. 그것은 “주님 손을 굳게 잡고”라고 부분과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이기리로다”라는 부분이다.
“사랑 없는 거리에나 험한 산 길 헤맬 때, 주의 손을 굳게 잡고 찬송하여 가리라”
“내가 염려하는 일이 세상에 많은 중 속에 근심 밖에 걱정 늘 시험하여도, 예수 보배로운 피 모든 것을 이기니, 예수 공로 의지하며 항상 이기리로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지역 주민들이여, 정말 그렇다. 분명히 우리는 몸도 마음도 연약하다. 그러나 주님의 손만 굳게 잡으면 된다. 찬송의 가사처럼, 속에 근심 밖에 걱정이 늘 시험하여도 모든 것을 이기신 주님의 공로를 의지하면 항상 이길 수 있다. 우리에게 항상 승리를 주는 십자가, 그것이 바로 오늘 이 시대 하나님이 내 손에 쥐어준 하나님의 지팡이요, 우리 평생의 자랑꺼리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손에서 주님의 십자가, 주님의 손, 주님의 말씀을 결코 놓치지 말자. 주님이 늘 함께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