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중앙 새마을금고 문화센터 성인 ‘바둑강좌’ 회원들
과 8월3일(목) 오전 9시 부천 대학교 후문 중앙 지
구대 앞에 모인 것은, 충남 서산에 소재한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으로 여름 바둑 여행을 떠나기 위함
이었다.
2013년 4월에 개강한 성인 바둑강좌는 매주 수
요일 오전에 입문/ 초급반이 진행되고, 매주 금요
일 오전에는 중/ 고급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고급반 회원들과 함께다.
2년 째 바둑부 중책을 맡고 있는 김용준 반장님,
새마을 금고 문화센터 회원이면서 원미복지관
바둑부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윤장현
반장님, 대학에서 정년 퇴임하고 바둑강좌에 열심
히 나오는 왕철수 교수님, 중. 고급반을 필자와 함
께 진행하는 한면희 사범(두레생협 이사. 아마 6단)님,
그리고 필자와 다섯이서.
서산 IC를 빠져 나온 차가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山 길로 접어들었을 때, 백일홍이 줄을 서서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마치 개선장군이나 한 것처럼.
소나무 군락을 이루는 산마루 정상에 오르니 서해
안 청소년 수련원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계곡을 타고 휘돌아오는 솔향이 솔솔 풍기는 거기
에, 원장님이 나리꽃 같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는다.
(왼쪽부터) 왕철수 교수님, 새마을 금고 바둑부 김용준 반장님,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원장님, 필자, 한면희 사범님, 새마을
바둑강좌 회원이면서 원미복지관 바둑부 윤장현 반장님.
마련해 준 점심은 오지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고, 이어진 산책길은 걷지 않고는 모를, 평
안이 심신을 보듬는다.
짧은 시간이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와락 달겨 든다.
3조로 세팅해 놓은 바둑판에 대좌하니 이내 신선
이 된 듯 오로 삼매경에 빠진다.
만면에 웃음꽃 피우고.
돌아가며 세 판이 끝나니 저녁 6시.
낚시로 건져 올린 생선이, 자연에서 난 나물과
반찬이 어우러진 원탁 저녁상 앞에 놓였을 때,
일행은 탄복하고야 마는 것이다.
원장님 인솔로 ‘일곱 촛대 소나무’ 구경 길에
나섰다.
'일곱 촛대 소나무'
* 서산시 제94호
* 수종 : 소나무
* 수령 : 150년
* 수고 : 15m
* 충남 서산시에서 보호
한 뿌리에서 7가지로 뻗어 났으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국내에 없는 기이한 소나무라면,서산시에서
보호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할 것이다.
7시에 시작된 야밤 수담은,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깔로 수놓고 있다.
중. 고급 수준의 회원들이라 저 말이 아까워 아직
움켜 쥔다.
9시가 넘어 저 밑에서 바람길 타고 올라오는 산마
루에 둘러 앉아 그 간의 살아온 인생론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반복의 굴레를 벗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것이 삶의 터전이었던가.
때로는 힘겨웠던 세월을 변명하고 핑계대면 잠시
마음은 편 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합당한 방법이 아니니, 있는 그대
로 받아 들이고 앞길로만 뚜벅뚜벅 걸어갈 일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어둠으로 웅크리고 있는 소나무 가지에 달이 걸려
있다.
달이 우리를 자꾸 따라 다니는 걸 보니, 꽤나 심
심한 모양이다.
반짝반짝 하늘에 별이 떠 있다.
도시에서 흐릿한 별들이 마침내 영롱한 빛을 뿜
은 채.
지금 도시에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청량한 한줄기 바람 나뭇가지 흔든다.
습도 하나 없는 산마루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
내리는 소린가.
그렇게 서산의 밤은 깊어가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뜨니 6시20분.
공기 좋은 여행지에서 싱그럽게 뿜어 올리는
기운은 몸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창문을 여니 한 폭의 풍경이 그림으로 다가온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천인국 꽃이 화려하고
단아하게 나그네를 맞는다.
크기는 해바라기보다 훨씬 작지만 얼핏 보면
비슷하여 ‘작은 해바라기’라고도 부른다.
천인국 꽃 위에 방아개비가 올라와 내려갈 줄
을 모르니 청정 지역인 게지.
아침을 들고 대학 동문전에서나 볼 수 있는 6인
(3:3) 페어 바둑으로 돌입했다.
사방이 소나무가 둘러쳐진 곳에서의 바둑 삼매
경은 오릇이 문장이 된다.
실력 차가 제법 나는 페어바둑이어서 희비는 극
명하게 엇갈리게 마련이지만,기량은 오히려 점점
늘어 흥미를 더했다.
취미 찾아 떠나는 특별한 바둑여행 여기는, 서산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원장님은 우리 일행을 물 흐르는 용현 계곡까지
이끌어 어느 식당으로 안내했다.
수제비를 떠 넣은 얼큰한 새우 매운탕은 집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만들었다.
9급의 원장님 祺力기력이 한 차원 높은 취미로
비약하려면 욕심 없이 5급 정도면 되겠는데,상당
한 이해력에 열정을 지니셨으니 머지않아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제 고향(충남 아산) 맹주상 시인도 그랬지요.
‘간절히 바라는 건 늘 더디고 느리게 온다’ 고.
바둑 지도로 맺어진 인연 하나로, 숙식을 흔쾌히
허락해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신 원장님께
고마움을 표합니다.
소나무 군락 계단에서 원장님과 새마을금고 바둑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