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陰陽師)
인간은 양(陽), 귀신은 음(陰)
장국영과 왕조현이 출연한 홍콩영화 <천녀유혼>은 귀신과 인간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동방불패> <동방삼협> 등 시각효과가 뛰어난 무협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정소동이 연출한 <천녀유혼>은 80년대 중반 <영웅본색>과 함께 홍콩영화 붐을 촉발시킨 영화였다. <천녀유혼>에 등장하는 도사는 ‘인간은 양, 귀신은 음’이라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를 박멸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인간과 귀신은 이 세상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서로의 자리를 넘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주 가끔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존재가 있지만 결말은 늘 비극이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있고,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인간이건 요괴건 균형을 깨려는 존재가 있다. 서로 양보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앞에 놓인 길을 가면 좋으련만, 인간이나 귀신이나 욕망을 억누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서로를 침범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 그 때 뒤틀린 균형을 바로잡는 이가 바로 음양사다.
<음양사>의 원작자는 유메마쿠라 바쿠, 만화를 그린 사람은 오카노 레이코. 소설을 읽건, 만화를 보건 모두가 만족스럽다. <음양사>의 주인공은 아베노 세이메이. 인간과 여우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영험한 능력을 지닌 헤이안 시대의 음양사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곤자쿠 이야기집>과 <오카가미> 등의 옛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실제 인물이다. 유메마쿠라 바쿠는 실존 인물인 아베노 세이메이를 섬세하고 신비로운 인물로 잘 표현했다. 유메마쿠라 바쿠의 전기(傳奇) 소설에서 흔히 보이던 처절한 폭력과 성 묘사는 자제하고, 전통적인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담담하고 사려 깊게 아베노 세이메이가 해결하는 사건들을 들려준다. <음양사>는 마치 옛 문헌이나 시를 읽는 듯한 정적인 재미가 있다. 인간과 귀신이 마음의 극한에 달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정황을 아베노 세이메이의 말투처럼 차분하게 들려준다.
만신(萬神)이 한국의 무당이라면 음양사(陰陽師)는 일본 무당이다. 가톨릭에서 귀신 쫓는 퇴마의식(退魔儀式)을 하는데 이 퇴마의식을 하는 가톨릭 신부는 어느면에서 서양무당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의 무당과 달리 일본의 음양사는 정부에서 일정한 월급을 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