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이영미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 네이버 '이영미의 스포츠 인 스토리' 칼럼 연재. 추신수&류현진 MLB일기 담당자
<라이브 피칭을 마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이날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선수는 물론 감독도 충분히 만족해 했다.(사진=이영미)> LA 에인절스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는 미국 애리조나 탬피에 위치해 있다. 18일(한국시간) 찾은 에인절스 훈련장에는 80여 명의 일본 취재진과 5명 정도의 에인절스 전담 기자가 아침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오타니 쇼헤이였다. 감독, 타격 코치, 선수들과의 인터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질문이 오타니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오타니는 14일 에인절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첫 훈련을 소화했다.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에서만 무려 50여 매체의 취재진이 모였다는 후문이다. 그들은 오타니가 주차장에서 내릴 때부터 훈련하는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오타니 쇼헤이로 인해 에인절스 훈련장은 미디어의 취재 동선을 엄격히 제한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동안 근접 촬영이 가능했던 부분이 오타니 만큼은 근접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일부 일본 취재진이 암벽 같은 산에서(훈련장 바로 옆에 위치했다) 망원 렌즈로 오타니를 촬영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시아 감독은 이미 인터뷰를 통해 오타니를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 겸업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오타니를 ‘타석에 선 매디슨 범가너’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에인절스 전담 기자들도 참석한 인터뷰였는데 내용은 오타니로 시작해서 오타니로 끝났다.
<마이크 소시아 감독.(사진=이영미)>
마이크 소시아 감독, “오타니, 대주자로도 내보낼 생각”
똑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겠지만 오타니가 선발투수로 나설 때 지명타자로 타석에 내보낼 생각을 갖고 있나.
“그 질문을 제법 많이 받았다. 그럴 경기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와 얘기를 나눈 후 결정하겠다.”
대주자로 기용할 예정인가.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까진 3명의 대주자를 대기시켜 놓고, 투수를 대주자로 기용해본 적이 없다. 투수가 대주자로 나설 경우 좋은 결과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다르다. 그는 투수 겸 타자이기 때문에 그를 기용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주자로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선수의 에너지 소모가 심하지 않겠나.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선수마다 준비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투수들이 매 경기 108개의 공을 던지지는 않는다.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가 대주자로 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용하고 싶다.”
모든 구종을 다 사용하게 할 것인가.
“커브, 패스트볼 등 그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다 던지게 할 것이다.”
지난 불펜에서 전력투구를 하지 말라고 했다. 쉬엄쉬엄 하라는 말이었나.
“모든 투수가 스프링캠프에서 전력 투구를 하지 않는다. 내가 말한 의미는 정규 시즌이 아닌 캠프 기간이니 투구 매케니즘이나 릴리스포인트에 더 신경 써서 던지라는 것이다. 캠프에서의 훈련은 다음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 불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 전력 투구로 힘을 빼라는 게 아니다.”
스케줄에 따라 정하겠지만 오타니가 언제쯤 시범 경기 선발로 나설 예정인가.
“우린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았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진행 단계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오타니는 우선 타자보다 투수로 먼저 경기에 나설 것이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 중 어느 자리에 더 알맞은 선수라고 생각하나.
“이번 캠프에서 우리 팀 전체의 미션은 투수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오타니도 배팅 연습은 해도 투수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투수들이 타자들보다 먼저 캠프에 오는 이유는 타자들이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오는 게 투수들 보다 쉽기 때문이다. 오타니도 투수로 몸을 다져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에릭 힌스케 타격 코치.(사진=이영미)>
에릭 힌스케 타격 코치, “오타니는 최고의 타격폼을 갖췄다”
이번엔 투수가 아닌 타격 코치가 등장했다. LA 에인절스의 에릭 힌스케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매커니즘을 칭찬했다. “오타니의 타격 매커니즘이 굉장히 훌륭하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이더라.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
힌스케 코치는 오타니가 뭐든지 배우려 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방식에 맞추려 하는 편이다. 일본에서 해왔던 모든 것들이 미국에선 반대로 하거나 아예 다른 방식으로 하는 훈련들이 많기 때문에 그는 최대한 팀의 방침을 따른다. 덕분에 우리도 그에게 도움을 주기 편하다.”
힌스케 코치는 선수 시절 뉴욕 양키스에서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 한 일본 기자는 그에게 오타니와 마쓰이를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비슷한 스탠스, 손, 그리고 스윙할 때 하체를 이용하는 게 비슷하다. 오타니를 마쓰이와 같은 훌륭한 타자와 비교하는 건 오타니한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힌스케 코치한테 주어진 마지막 질문.
그가 투수가 아닌 타자로만 활약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선수로 성공했을 거라고 보나.
“오타니라면 100% 성공했을 것이다.”
<에인절스 선발투수로 활약 중인 앤드류 히니.(사진=이영미)>
파커 브리드웰과 앤드류 히니가 본 오타니
지난 시즌 10승3패 3.64의 평균자책점을 선보인 파커 브리드웰은 오타니와 관련돼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나타냈다.
“불펜 피칭할 때는 서로 옆에서 자신의 투구를 하느라 면밀히 지켜볼 수 없었지만 오타니 쇼헤이의 투구는 비디오로 수십 번 찾아본 것 같다. 오타니는 정말 좋은 투수이자 타자이다. 어떤 역할을 맡든 우리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던 만큼 우리 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 취재진의 요청으로 클럽하우스 밖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앤드류 히니. 그는 오타니와 관련된 일본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들에 미소를 띠며 성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쓰는 공과 메이저리그 공에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오타니에게 조언해준 부분이 있나.
“메이저리그 공은 굉장히 건조한 반면 일본에서 쓰는 공은 끈적거리는 감이 있다. 로진과 땀이 묻어있는 것처럼 손에 달라붙는 편이라 그 차이를 설명해줬을 뿐이다.”
오타니로부터 배운 부분이 있다면.
“일본어를 조금 배우고 있다.
어떤 말을 할 줄 아나?
“일이 끝나고 나면 ‘오사키데스’라고 말한다는 걸 배웠다. (일본어를)많이 모르지만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오타니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하는 걸 조금 더 연습하는 것 같다.”
많은 관심이 쏠리는 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최대한 안정을 취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이미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야구장 밖에서의 오타니는 어떤 사람인가.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야외 활동을 즐긴다. 배우려하는 자세를 갖고 있고,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이더라. 1년 정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감을 찾으려 한 건지 우리보다 무척 열심히 골프를 치더라.”
<오타니 전담 홍보 직원인 그레이스 맥나미.(사진=이영미)>
오타니 전담 일본 직원까지 채용한 에인절스
LA 에인절스는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면서 홍보팀에 일본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그레이스 맥나미라는 이 여성은 오타니 전담 직원이다. 그는 노모 히데오가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하게 됐는데 노모 덕분에 박찬호하고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일본 미디어들은 물론 미국 기자들도 오타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캠프 첫 날에는 무려 150팀 정도의 미디어들이 왔다. 우린 많은 미디어들이 오타니를 놓치지 않도록 돕고 있는 중이다. 미디어도 선수한테 방해가 되지 않고, 선수도 미디어에 충실할 수 있게끔 서로를 존중하게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오타니의 팀 적응력과 관련해선 “최대한 많은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성격이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다. 우리 팀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일본 미디어들.(사진=이영미)>
일본 기자, “오타니와 악수도, 인사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일본 취재진들 중 낯익은 기자가 눈에 띄었다. LA 다저스의 마에다 겐타를 커버하는 미카란 여기자였다. 그는 마에다가 있는 다저스 캠프와 에인절스 캠프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일본 현지, 그리고 미국에 베이스를 둔 일본 미디어들이 에인절스 캠프로 몰려들었다. 캠프 시작하고 넷째 날인데 아직까지 오타니를 단독 인터뷰한 팀은 한 군데도 없다. 일본 기자들은 오타니와 인터뷰를 못할 뿐만 아니라 악수도, 가벼운 인사조차 나눌 수 없다. 마에다하고는 쉽게 악수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데 여기선 오타니의 얼굴 조차 가까이서 보기 어렵다. 일본에서 자란 빅 스타라 그런지 다르빗슈 때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내기 전까진 최대한 선수한테 시간과 공간을 주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취재하기가 너무 힘들다. 취재진들이 많아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벌써부터 다저스 캠프가 그립다.”
라이브 피칭에서의 오타니, 아직 몸이 덜 풀렸나?
이날은 오타니 쇼헤이의 라이브 피칭이 있었다. 오타니는 마이너리그 타자 8명을 상대로 1이닝 당 15개의 투구를, 2이닝까지 소화하며 총 30개를 피칭했다. 이날 패스트볼은 15개였고, 체인지업 2개, 슬라이더 8개, 포크볼 1개, 커브가 4개로 나타났다. 커브 제구는 전혀 안 되는 상태였다.
캠프 초반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가 좋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3.5:6.5일 정도였다. 직구는 위아래로 오락가락했고, 슬라이더는 포수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폭투가 두세 차례 나타났다. 커브의 각은 살아 있었지만 공이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좋은 투구를 가져가지 못했다. 타자의 헛스윙 유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비로소’ 마주한 오타니 쇼헤이
모든 훈련을 마친 오타니 쇼헤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자회견장. 에인절스 구단은 일본 취재진들을 위해 경기장 외부에 흰색 천막으로 임시 기자실을 준비했는데 그곳에 오타니가 나타났다. 인터뷰는 일어와 영어로 진행됐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라이브 피칭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커브 제구에 어려움을 보인 것 같은데.
“좋았던 부분과 안 좋았던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피칭할 수 있어 괜찮았다.”
소시아 감독이 대타 뿐 아니라 대주자로도 기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대주자로 뛰어본 경험이 있나.
“신인 때 몇 번 뛰어보긴 했었다.”
혼자서만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투수들에 비해 라이브 피칭을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일본에서도 투구를 많이 하고 왔기 때문에 지금이 늦었다고도, 또 이르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한 타이밍에 시작한 것 같다.”
오늘 에인절스의 메인 경기장에선 네브라스카 대학 야구팀이 경기를 치른다. 현 네브라스카의 감독이자 전 에인절스 선수인 대런 어스타드 감독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눴나. 혹시 등번호 17번에 대해 얘기한 건가(대런 어스타드 감독은 에인절스 시절 17번을 달고 뛰었다).
“그가 등번호 17번을 달고 뛰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서로 인사하고 내 소개를 했을 뿐이다.”
캠프가 시작된 후 팬들과 미디어, 그리고 마이너리그 선수들까지 당신을 향해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이 부담스럽지 않나(이 내용은 기자의 질문이었다).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 압박이 있더라도 최대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려 한다. 투수인 만큼 최대한 공 하나하나에 신경 써서 던지려고 노력한다.”
오타니의 인터뷰는 여기까지였다. 에인절스 측에서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가자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가는 일본 취재진들. 기자도 함께 따라 나갔다. 오타니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하려 뛰어간 것이었다.
대표팀도 아니고 단 한 명의 선수를 위해 이토록 많은 취재진이 몰리는 게 가능할까. 취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일본인 미카 기자는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를 거론했다. 다나카가 양키스에 입단했을 때도 수많은 취재진이 플로리다 양키스 훈련장을 찾아갔다는 것.
다나카 마사히로,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등 계속해서 스타플레이어들을 양산하고 메이저리그로 보내는 일본 프로야구 시장.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가 추신수, 류현진 뿐인 우리로선 그 시장이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웠다.
<라이브 피칭에서 오타니의 공을 받은 포수 마틴 말도나도. 오타니는 이날 8명의 마이너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30개의 공을 던졌다.(사진=LA 에인절스)> <애리조나 탬피=이영미 기자, 통역 이윤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