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힘든 산행을 마치고,
이번에는 관악산으로 갑니다.
술에 찌든 몸은,
천근이나 되지만,
그래도 연주대를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체내에 축척된 알코올은,
아직도 알딸딸하지만,
가방에는 막걸리를 품고서,
산으로 가는 나의 정신이,
온전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낙성대 까치고개를 지나서,
숲으로 들어갑니다.
개인 땅이라고,
철책으로 막았던 곳을,
누군가 허물어 놨네요.
그리고,
산에 불법으로 설치한 가설물을 고발하겠다는 으름장까지...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ㅎㅎ
남현동 국기봉에 올라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니,
하루 전 상황과는,
확실한 차이를...
경치가 좋기는 하지만,
충분한 알코올을 보유한 상황에서,
여길 올려하니 만만하지는 않았고...
더구나,
해장을 한답시고,
콩나물해장국 한 사발을 먹었더니,
뱃속은 난리가 아니었고... ㅎㅎ
아직,
초여름이라 생각했는데,
수줍게 핀 나리꽃을 보니,
여름이 무르익어 가네요.
올여름에는,
깊은 산속 양지쪽에서,
이런저런 나리를 만났으면 하는데...
개나리(참나리),
중나리,
말나리,
털중나리(노랑 털중나리),
하늘나리,
말나리까지...
하늘도,
그름도,
바람까지도 시원하게...
힘든 건,
오로지 내 몸만...
그래도,
발걸음은 정상으로...
날이 너무 좋은데,
어떤 산객은,
가방을 비닐도 덥고서...
어디서 왔는지 몰라도,
소나기에 흠뻑 젖어서,
저런 모습으로 관악문을 지나는 지도... ㅎㅎ
촛대바위를 지나고,
두 개의 봉우리를 오르면,
연주대가 기다리는데...
연주대의 대(臺)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높고 평평한 곳이라는 의미가 있고,
침대, 무대, 돈대 등이 있는데...
어제의 백운대, 신선대를 포함하여,
관악산의 연주대도,
높기는 하나 평평한 느낌은 "1"도 없는 곳인데...
아마도,
평평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이름을 사용했는지도...
이제,
가파른 바위에 설치된,
철제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그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털중나리의 반가운 인사가 고마웠고...
허걱....
정상에는,
인증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사람이 많으니,
막걸리 장수와,
아이스크림 장수까지...
그리고,
젊은이들의 쫄쫄이 바지(??)가,
너무 눈에 거슬리기만...
시끄러운 산객의 목소리에,
연주암 응징전의 조용한 불경 소리는,
힘을 잃은 지 오래고...
더운 날씨와,
힘든 산행 코스로 인해,
허기가 밀려오는데...
모든 것이 완벽했으나,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에 전화해서,
후다닥 가져오라 하고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산을 내려갑니다.
평소에는,
사람이 없고,
바위가 많은 곳을 따라서 내려갔으나...
오늘은,
식사가 중요하여,
최대한 빨리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고...
술과,
밥과,
고기와,
김치까지 준비했으나...
단 한 가지가 없었던 것은,
GAS(연료)가 없어서,
급하게 주문을 했고...
가스가 도착하고,
우여곡절 끝에,
식사 준비가 됐네요.
고기를 먹고,
밥까지...
밥이 부족하여,
라면 두 봉지를...
그리고,
마지막 입가심은,
누룽지로 마무리했네요.
먹고 즐기는 사이에,
어디선가 집게(사슴벌레) 한 마리가...
너무 배가 불러서,
움직일 수 없었던 관계로,
잠시 이 녀석과 시간을 보냈고...
배가 부르니,
걷는 것도 귀찮아서,
산행을 조기에 마감했네요.
그리고,
아침에도 충만했던 체내 알코올은,
점심과 함께 다시 리필됨으로 인해,
산행 의욕을 완전히 감퇴시켰고... ㅎㅎ
산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찾아온 곳은,
술 파는 만두집...
늘어가는 빈병은,
날 행복의 나라로... ㅋㅋ
암튼,
만두 한 조각에,
소주 한잔씩... ㅎㅎ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왔는데...
옷에는,
소금이 가득하네요.
이 사진이,
하루의 기나긴 여정을 말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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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3개의 봉우리를 답사했고...
이제는,
하루에 다녀오는 것이,
최대 목표로 남았네요.
당장,
실천하기는 어렵고,
천천히 준비해서,
꼭 한번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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