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間歇的) 시(詩) ★ 서정시(瑞正詩) 147
영생(永生) 9
모든 우주를 향해 말한다
나 여기 있어요
그래서 뭐요
신을 보고 갈구한다
나 여기 있어요
네 그런가요
하늘을 우러르며 절규한다
나 여기 있어요
구름이 끼었네요
[우주의 지배는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의 법칙)이다.
항성의 목적은 수소를 헬륨으로 전환하고 빛과 열을 생산하는 것이다.
산의 목적은 높이 솟아오르다가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강의 목적은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이다.
생명의 목적은 살아남아 번식하고 번영하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어제는 우리의 모든 내일에 그림자를 드리운다.]*(<천국의 발명>에서)
우주 자체도 영생이 불확실하다
온전한 내 영생은 당연히 없다
그저 살 뿐이다
빨간 동백꽃이 바닥에서 시들어지는 모습처럼
처연해도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게 영생이다
(김서정, 金瑞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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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과도한 의도에서 생기는 병폐는 반대 의도로 고칠 수 있다고 하지요. 꼭 써야겠다는 집념이 시를 망쳐놓았다면, ‘이제 다시는 안 쓸 거야!’ 하고 다짐하세요. 필요한 건 관점을 바꾸는 일이에요. 지금까지 적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 자신이라는 걸 되새기세요. 무시, 원한, 증오는 결코 시가 될 수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예요.
414
테니스 칠 때 공을 앞에서 맞추라 하지요. 뒤에서 맞은 공에는 힘이 실리지 않아요. 시 쓸 때도 전향적 사고를 해야 해요. 가령 아버지가 아들을 낳은 게 아니라, 아들이 아버지를 낳았다고 해보세요. 안 될 게 없잖아요. 삶이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은 사소한 생각의 전환에서 와요.
415
삶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생각을 바꾸려면 은유를 바꾸어야 해요. 믿을 수 없고 수긍할 수도 없지만 글쓰기 외에 다른 천국이 없어요.
- <무한화서>(이성복)에서
위 글에서 “생각을 바꾸려면 은유를 바꾸어야 해요.”를 보자.
무지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열심히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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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는 그리도 고통에 차 있으면서도 착하고 참되다:
그리고 조용히 당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천고(千古)의 돌:
참으로! 나는 언제나 너희들 곁에 있으리라
오, 저 은빛 수양버들 가운데서 떨고 있는 입(口)이여!
이 연은 고통에 대한 순수한 노래애며, <유쾌한 봄>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시를 끝맺기 위해 노래되고 있다.]
- <시에 있어서의 언어>(하이데거)에서
고통이 있는데 착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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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길을 가는데 갑자기 차가 확 달려들 듯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 차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주시하게 됩니다. 그전에는 아마도 그 차에 대한 현상들이 그 차의 통일성을 명확하게 제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 차의 통일성이 확실하게 주어집니다. 그럴 때 차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것들은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일성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차가 지나가고 난 뒤 그 옆에 우연히 아는 친구가 웃으면서 서 있었다고 해봅시다. 얼마 전만 해도 친구의 통일성이나 정체성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을 것인데, 이제 내가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서 제대로 주어집니다. 이렇게 주어진 소여들을 바꾸고 변경하면서 주의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의란 지평 속에서 이미 설립되어 있던 형태들을 재형태화하는 것이지요.]
- <몸의 세계, 세계의 몸>에서
글쓰기는 순간의 인식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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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상처(Discord in Childhood)
집 밖엔 한 그루 물푸레나무 잔악한 회초리들 드리우고
밤이 되어 바람 일 때 그 나무의 채찍
새된 소리 지르며 바람을 휘갈긴다, 마치 범선의
기묘한 삭구(索具) 폭풍우에 말려 찢긴 굉음 연발하듯.
집 안에서 목소리 두 가닥 섞여 나온다.
섬망(譫妄)에 빠진 여인이 분노를 토하는 호리한 회초리 소리,
휘감아 생채기를 내는
가죽 허리띠의 험악한 소리, 드디어 그 소리, 선혈이 낭자한
침묵에 다른 소리 잠재운다. 물푸레나무의 비명 거센데.
<제대로 된 혁명>(D. H. 로렌스)에서
너무나 아픈 상처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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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도 영생을 키워드로 썼다. 영생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자꾸 관심이 간다. 알고 싶다. 진짜가 뭔지, 그런 게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