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
비 내리는 거리, 늙은 개가 돌아다녔다. 병들었는지 다리를 절룩거린다.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개 한마리가 얼씬거리는 거였다. 어제부터다.
바다로부터 높은 파도와 함께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만두가게에 물어보니, 주인이 버리고 간 거 같다는 거였다. 호기심에 살펴보니 꽤 늙은 개였다.
불과 하루만에 털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가끔 도시인들이 키우기 힘든 개를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자신들은 놀러 왔다가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버리듯 내팽개치고 가는 것이다.
귀여워 할 때는 호들갑을 떨다가 미워지면 냉정해지는 것이 요즘 사람들인 것이다.
늙은 개는 이빨이 다빠져서 한 개 밖에 남지 않았고, 입도 돌아가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나 보다.
개는 도망 간 주인이 그리운 지, 사람만 지나가면 따라다녔다. 파출소 순경이 데리고 놀아주다가, 박스 하나를 두었더니 거기서 가끔 자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곳도 개가 안주할 곳은 되지 못했다. 순경은 키우고 싶어도 상관이라는 사람이 개를 너무나 싫어한다는 거였다.
내가 키우고 싶어도 자신이 없다. 나도 늙어가는데, 같이 늙어가자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병까지 든 놈을 거둘 처지가 아니다.
어제 오후에 보니 파출소 앞의 박스가 없어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개가 어디로 갔는 지 물을 용기가 없었다.
다행히 누군가가 데리고 갔다면 좋으련만, 그것이 아니고 시청에서 가져갔다면 틀림없이 한 달 후면 안락사 당할 것인데.....누가 눍은 개를 입양해 간다는 말인가.
순경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까봐서 모른 척 하고 말았다.
날씨는 더 추워졌다. 찬 바람이 가슴 속 깊숙히 밀려왔다. 늙은 개는 어디로 갔을까?
가슴은 더욱 시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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