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이 끌어올린 장마전선, 시작부터 ‘야행성 폭우’
■ 내일(3일)부터 전국에 '지각 장마' 시작
7월이 시작되자마자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서해상에서 다가온 저기압이 일본 남쪽에 머물던 장마전선을 활성화 시켜 비를 몰고 오는 건데요. 이번 주말 전국적으로 많은 장맛비가 예보됐습니다.
토요일(3일)인 내일 오전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전국으로 비가 확대되겠습니다. 또 일요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이어지겠는데요. 저기압이 몰고 온 많은 양의 수증기가 정체전선으로 유입되면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주말 동안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과 호남, 경남 남해안, 지리산 부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50에서 최고 150mm가 넘는 곳도 있겠고요. 그 밖의 충청과 영남, 강원도에는 30에서 80mm입니다.
■ 야행성 폭우, 토요일 늦은 밤부터 강한 비 집중
이번 비는 특히 밤이 되면 강해졌다가 낮에 잦아드는 '야행성 폭우'를 퍼붓겠습니다. 밤 시간대에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밀려오며 비구름을 폭발적으로 발달시킬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한 비가 집중되는 시점은 토요일 늦은 밤부터 일요일 오전 사이 중부지방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입니다.
저기압이 끌어올린 정체전선이 중부지방까지 북상하면서 폭우를 뿌릴 전망인데 시간당 50mm가 넘는 강한 비가 퍼부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하면서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비구름대가 발달하겠습니다.
천둥·번개와 함께 기압 차이가 커지며 해안지역에는 순간적으로 초속 20m(시속 72km)에 이르는 강풍이 불겠습니다. 소형 태풍급 바람이 예보된 만큼 강풍 피해도 우려됩니다.
■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 시작부터 '집중호우' 예보
이번 장마는 7월 3일 공식적으로 시작돼 전국에 동시에 장맛비를 뿌릴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주를 기준으로 1982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늦게 시작된 장마로 기록됩니다.
늦게 시작된 장마인데도 시작부터 많은 비가 예보됐습니다. 최근 호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강력한 소나기가 계속됐죠. 그만큼 대기 하층에 많은 수증기가 축적돼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장마전선을 본격적으로 활성화 시켰고 여기에 수증기의 공급까지 이뤄지면서 강수 강도가 강해질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저기압은 정체전선보다 규모가 작고 이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예보가 변동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저기압이 어느 지역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통과하느냐에 따라 강수량이나 강수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할수록 정체전선을 더 북쪽으로 끌어올려 비가 내리는 범위를 확대 시킬 수 있습니다.
■ 지난여름 54일 역대 최장 장마…강해지는 '장마철 폭우' 대비해야
일단 주말에 강한 비가 예보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산간과 계곡의 야영객들은 고립될 우려가 있으니 가급적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겠고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집 주변 배수로를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장맛비는 이번 주말을 지나 다음 주에도 주기적으로 내리겠습니다.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마다 정체전선이 활성화돼 주 초반에는 남부지방에, 후반에는 전국에 비를 뿌리겠는데요.
지난여름에도 저기압이 동반된 정체전선이 우리나라에 머물며 집중호우를 뿌렸습니다. 특히 중부지방에서는 54일 동안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컸습니다.
1973년 관측 이후 장마철 강수량 추이
최근 장맛비의 경향을 보면 해마다 그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장마철 강수량은 전국 평균 701.4mm로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고 평년 강수량(356.7mm)을 2배나 웃돌았습니다. 2010년 이후 비가 적은 '마른 장마'가 잦았기 때문에 대비 부족으로 더 큰 피해가 누적됐습니다.
장맛비의 양은 매년 들쭉날쭉하지만, 전반적으로 증가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장마철 시간당 30mm 이상 집중호우 일수 역시 증가 추세입니다.
'마른장마'인지, '찐 장마'인지는 장마가 끝난 뒤에 판단할 문제입니다. 올해는 장마가 늦은 만큼 '짧고 굵게' 폭우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도록 대비를 서둘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