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짧은 가을
시월이 가는 마지막 날이다. 자연학교 등교는 열차 교통편을 이용할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어 퇴촌삼거리로 나갔다. 창원중앙역으로 걸으면 두 갈래 가운데 주로 창원천 상류로 올라 창원대학 건너편에서 도청 뒷길 역세권 상가를 지났다. 창원대학 앞 느티나무 가로수는 서리가 내리지 않음에도 갈색 단풍이 물드는 중이었다.
도청 뒤를 돌아가려던 마음을 바꾸어 창원대학 캠퍼스로 들어섰다. 대학 정문 일대는 수령이 제법 되어 보인 수목들은 단풍이 물드는 기색이 완연했다. 정병산이나 날개봉의 낙엽활엽수는 단풍빛이 물들지 않아도 대학 구내 나무들은 엽록소가 먼저 퇴색되었다. 근교 산자락보다 도심 거리 가로수에서 단풍이 일찍 물듦은 아스팔트로 지표면이 머금은 수분 부족이 한 원인일까도 싶다.
도청 뒷길로 들지 않고 창원대학 캠퍼스로 향해 정문으로 들지 않고 버스 종점에서 운동장을 비켜 사림관 곁으로 갔다. 마주 보인 정병산과 날개봉으로는 단풍이 물드는 모습은 일러도 대학 구내 활엽수들은 단풍 기미가 조금씩 보였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캠퍼스여서 수목에는 메마른 땅이라 조락 현상으로 단풍이 일찍 물이 들어가는가 싶었다. 공학관 앞뜰은 더 짙어 갔다.
공학관에서 층계를 따라 창원중앙역으로 올라가 진주에서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비음산터널을 통과한 진례역에서 수서로 가는 SRT 열차를 앞세우려고 대피 선로에서 잠시 비켜주었다. 연이어 진영역을 지난 한림정역에서는 타는 이는 아무도 없고 혼자 내렸다. 역사를 빠져나간 거리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내려 신봉마을 어린이 공원에서 마셨다.
쉼터에서 일어나 북쪽 들녘 향해 가니 축사에 붙은 외딴 농가와 드론 동호인들의 비행 연습장이 나왔다. 지난 추석 무렵 부분 개통된 60번 국가 지원 지방도 가동에서 생림 구간은 자동차 통행이 한산했다. 열차 선로와 화포 습지는 높다란 주탑 2개를 세워 쇠줄을 팽팽히 당긴 사장교로 건넜다. 시전마을에서 신촌마을 들녘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여름부터 키워온 딸기가 싱그러웠다.
시산마을에 이르러 강둑으로 올라 술뫼생태공원을 조망했다. 수산에서 흘러온 강물은 삼랑진 뒷기미로 향해 흘렀는데 밀양강과 합류 원동과 물금으로 흘러갈 테다. 강 건너편 명례에는 전주 이씨 낙주재와 순교자 신석복 생가에 들어선 천주교 명례성지가 바라보였다. 낙동강 둔치를 조망하기 좋은 곳에 농막을 지어 전원생활을 누리는 지기는 부재중이라 뵙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술뫼 언덕에서 가동으로 가는 둑길을 걸으니 파크골프장에는 여가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잔디밭을 누볐다. 대산 둔치 파크골프장은 창원에 연고를 둔 이들이 찾았고 술뫼 둔치는 김해 지역 사람들이었다. 두 곳 다 4대강 사업 이후 외진 강변에 파크골프장이 생겨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듯했다. 점심때면 인근 식당이나 찻집이 손님들로 붐볐다.
낮은 언덕을 돌아가니 신설되는 도로에서 미개통 구간 공사장이 나왔다. 저만치 유등 배수장을 앞둔 농로가 창원과 김해로 나뉘는 경계였다. 도로 공사장에 쓰일 흙더미를 쌓아둔 자리와 가까운 밭뙈기 언덕에는 절로 자란 산국이 무성해 노란 꽃을 피워 가까이 다가가 진한 향을 맡고 사진으로 남겼다. 사람 손길이 닿아 가꾸려 해도 그렇게 많은 꽃이 피는 덤불을 못 만들지 싶었다.
유등 종점에 이르니 창원역으로 오가는 36번 마을버스가 출발 시각을 맞추느라 대기 중이었다. 들녘을 더 걸어도 되겠으나 오후에 소진될 열량을 남겨둬야 해 마을버스를 타고 가술로 나갔다. 자주 들린 국숫집으로 들어 점심을 때우고 삼봉 어린이 공원 쉼터에서 구름 사이 비친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보냈다. 정한 시간이 되어 연녹색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임무를 수행했다. 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