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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회 지역구 선거 등에 총 167명이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정당 지지율에 해당하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은 전국적으로 3.6%였다.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이 10.3%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2년 사이에 종북(從北) 논란이 일면서 지지자의 10명 중 7명이 사라졌다. 전국 성인 인구로 보면 400만명에 달했던 지지자 중에서 무려 300만명가량이나 떠난 셈이다.
통진당은 7·30 재·보선에서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7곳의 선거구에 후보를 냈지만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김선동 전 의원의 지역구 수복(收復)을 위해 전남 순천·곡성에 당력을 쏟았지만 득표율은 6%에 머물렀고, 경기도 수원의 3개 지역구에 나선 후보들의 득표율은 평균 2%에 그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통진당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통진당의 노선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를 당명(黨名)으로 내세운 통진당은 강령에서 '새로운 대안 사회를 지향하는 진보 정당'으로 명시하며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디오피니언 조사에 따르면 통진당 지지자 중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념 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고 72%는 '중도' 또는 '보수'라고 답했다. 통진당은 여야(與野)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거부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설 것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지만 통진당 지지자의 과반수(51%)는 "야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와 대안 제시보다 정치적 의혹 제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말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통진당 지지자의 절반가량인 43%가 "우리 사회의 종북 세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통진당 노선에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통진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30~40대가 많다. 얼마 전 갤럽 조사에서 연령별로 통진당 지지율을 보면 50대와 60대 이상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때 든든한 지지 기반이던 20대 대학생에서도 1%에 그쳤지만, 30대와 40대의 지지율은 각각 5%와 3%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에 짓눌려 있는 30·40대의 일부가 여당 새누리당과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모두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진당은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 시절 2004년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3%로 진보 정당 최초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 이후 10여년간 꾸준히 1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의 지지층이 떠나면서 국민에게 정치적 파산 선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진당을 지지하는 극소수는 급진 좌파 이념을 지닌 게 아니라 지지할 만한 다른 정당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여당과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통진당에 기대를 거는 2~3%의 지지층도 조만간 소멸(消滅)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