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편적 대한민국 老人 백수들의 생홀일과?
1. 주야장천 배낭에 막걸리 한 병 넣고 청계산에서 북한산으로, 핸드폰에 미스트롯 뽕짝 100곡 깔아 틀어 놓고 무릎연골 남아 있을 때까지 심마니 흉내 내며 살아가기
2. 손자가 좋아 죽겠다고 카톡프로필까지 손주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고, 할아버지가 외계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7살 될 때까지 보육원장 노릇하기
3. 허리가 온전한 그날까지 선블록 떡칠하여 전국 골프장 순회하며 나이스샷에 중독되어 닐니리야 하다가 죽을 때도 호주머니에 티 넣고 화장터 가기
4. 말죽거리에서 쓰리쿠션 치다가 저녁에 영동족발에서 막걸리 마시고 59년 왕십리 읊으며 집으로 가기
5. 옆집 눈치보며 색소폰 대가리에 뮤트 끼워 자뻑 예술하다가 비 오는 날 밤에 양재천다리 밑에서 소원 없이 빽빽거려보기
6. 박물관 미술관 순회하며 노년의 품위에 맞게 심오한 예술적기품을 심겠다고 경복궁 담벼락 옆 현대미술관에서 먹줄 몇 가닥 튕긴 300호 대형 추상화 앞에서 귀신 튀어 나올 때까지 서 있거나 인문학적 소양을 up하기 위해 장 쟈크 루소의 800페이지 짜리 에밀부터 칸트 행님의 순수이성비판까지, 돋보기 끼고 수면제 먹기
7. 저 푸른 초원 위에 전원주택 짓고 좋은 공기 마시며 내 입에 들어갈 풀 쪼가리는 유기농으로 내가 키워서 먹겠다고 인터넷으로 온갖 씨앗봉다리는 다 사서 남새밭에 뿌리고, 주말이면 친구들 불러서 장작불에 삼겹살 구워 먹을 생각으로 TV 삼시세끼 프로그램처럼 살아가기, 아니면 그것도 성에 안차서 아예 귀농하여 태백산 골짜기로 입산하기
8. 이미 한물간 큼직한 DSLR카메라에 묵직한 접사렌즈까지 달고 뒷산에 흔하게 핀 야생화 앞에 안쓰럽게 쭈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눌러대어 자기가 봐도 정말 잘 찍었다며 SNS에 올려 자랑하며 지내기
9. 실업자에게 국비지원으로 공짜로 해주는 바리스타 교육 받고 집에서 커피콩 볶다가 휘슬러 후라이판 다 태우기.
10. 폼나게 살기 위해 만화 신의 물방울 44권 마스터하고 이마트 5천원 짜리 와인으로 디캔팅하여 맹물 만들기나 하면서 클래식과 재즈까지 곁들여 마이가리 품격 LIFE 즐기기
11. 종교적 신념으로 하나님과 부처님 모시고 살아가기
12. 그냥 낚시터에서 찌만 쳐다보며 평생 살기
13. 배달되는 조간신문 처음부터 사설까지 혼잣말로 대통령 욕 곁들여가며 완독하고, 삼식이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쓰레기분리배출을 마치고 마누라 마트에 갈 때 짐꾼 겸 기사 노릇으로 뿌듯함을 만끽하기
14. 디지털 청첩장 받아 유행이 살짝 지난 기장이 약간 길고 헐렁한 양복 아래위로 걸치고 간 예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뷔페 퍼다 나르면서 정치와 코로나 이야기로 입에 거품 좀 내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기
15. 존재감 없는 단체카톡방에서 남이 퍼 올린 글 읽어 보다가 공감이 가면 또 퍼다가 다른 데 옮기면서 남들도 분명히 좋아 할거라고 확신하며 핸드폰 닫기
16. 가끔 약속도 없고 심심하면 헌팅캡 쓰고 황학동 벼룩시장부터 모란역 5일장까지 기웃거리며 근처 칼국수집에서 한 끼 떼우며 한나절을 지우기
17. 새벽잠에서 깨면 카톡 켜고, 마누라, 아들딸, 손자, 며느리 자랑거리 늘어놓기에 날 저무는 줄 모르고 카톡방 독차지하기.
18. 자랑거리가 신통찮으면 남들이 비웃는 줄도 모르고 "나는 이렇게 행복 하노라"며 집 앞에서 장바구니 들고 폼나는 모습으로 사진이라도 찍어 카톡에 올려야 직성이 풀리기
19. 죽어도 침 흘리며 낮잠 잤다는 얘기는 안 하고 잡아떼기
20. 나는 이래서 살 맛 난다. 코로나가 끝나면 그림이 달라지겠지만, 바다 건너로 여행갈 꿈에 사는 재미
*상기사항에 딱히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퇴 후의 핵심은 시간이 남아도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년퇴직 풍경 20'이란 제목으로 SNS로 받아본 글이다.
남자들의 은퇴 후 풍경을 적나라하게 적어놓고 있는 게, 바로 내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쳇말로 웃픈 얘기다.
웃기면서도 슬픈, 시간은 남아돌고, 돈은 모자라고, 기력은 쇠잔해가는 게, 대개의 나이든 남자들의 모습이렷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어느 시인의 읊조림 마냥,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듣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추억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하는 겔까.
우짜든지 아프지나 마시고 주어진 삶의 형편
대로 살다가 갑시다.
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날 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