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강좌 첫날
십일월 첫째 토요일을 맞았다. 평일은 근교 들녘이나 강둑으로 나가 산책으로 보냄이 우선 일과다. 폭염이 지속되던 지나간 여름에도 새벽이다시피 일찍 길을 나섰다. 두세 시간 산책 이후 9시가 되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마을 도서관에 머물며 더위를 잊고 독서삼매에 빠졌다. 가을이 이슥해져도 늦더위가 남은 속에 비가 간간이 내리는 날씨이면서 우리 지역 단풍철은 늦은 감이다.
평일 오후는 시골 아동안전지킴이 임무로 시니어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역할 수행에 앞서 산책을 먼저 마치고 아침나절 도서관 열람실에서 한 자리 차지했다. 도서관을 찾는 이가 적어 열람실은 내 개인 서재나 마찬가지였다. 날씨가 선선해지고부터는 열람실 방문 횟수와 시간은 줄여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주말 이틀은 산자락을 누벼 가을 속으로 들어봤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6회에 걸친 토요일은 근교에서 창원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설한 ‘작은 집 짓기 목공 강좌’에 등록해 참여한다. 행정 당국에서 농어촌 활성화와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해 개설한 교양 프로그램인데 시내 거주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산간에서 피어난 야생화 탐방도 어느 정도 다녔는지라 목공 교육에 참여해 봄도 나에게 의미가 있을 듯해 스스로 원했다.
토요일이면 산자락으로 냅다 달아났는데 이번부터 6주는 평일에 다닌 근교 들녘으로 나가게 되었다. 간밤까지 내린 비가 그쳐가는 아침 식후 길을 나섰다. 창원역 앞으로 나가 평일에 자주 이용한 1번 마을버스로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로 향했다. 주말이라 회사원과 학생이 타지 않아 버스는 혼잡하지 않았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니 비가 내려 추수가 중단된 들녘이 펼쳐졌다.
가술에 닿아 목공 강좌 교육을 진행하는 지역 나눔문화센터를 찾았다. 지난여름 지역민을 위해 기존 사용하던 주민 복지관이 낡아 새롭게 단장시켜 재개관한 건물이다. 이번 강좌 앞서 주중에 ‘대산면민 대학’ 교양 강좌를 열여 수강생을 신청받아 연말까지 교육 중이다. 대상은 지역 주민으로 한정시킨 강좌를 오후에 운영해 내가 참여할 시간대가 못 되어 수강을 신청하지 못했다.
목공 강좌는 주말에 이루어졌고 시내 거주자에도 기회를 부여해 기꺼이 참여했다. 교육을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갔더니 내가 제일 먼저 찾아간 수강생이었다. 뒤이어 나이 지긋한 여성 한 분이 나타나고 강사 일행이 장비와 교재를 트럭에 싣고 나타나 옥외와 강의실에 펼쳤다. 건물 밖에는 목재와 전동 장비였고 실내는 안전모와 조끼를 비치해서 수업에 쓰일 교재가 배부되었다.
정한 시각이 되자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강사는 항공기 제작 회사에서 은퇴 후 2모작 인생이 목공 장인으로 변신한 이로 ‘사회적 협동조합 꿈을 짓는 학교’를 운영했다. 교재에 수록한 설립 이념에서 ‘하나의 못을 박기 위해 수십 번 내리친 망치 자국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마침내 이루어 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지의 자국이다.’가 눈길 끌었고 마음에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안전모를 쓰고 조끼를 입고 첫 시간은 강사 소개와 함께 교육 후 결과물로 남을 개인 도마로 제작될 판자를 하나씩 받았다. 옥외로 나가 트럭에 실어 온 여러 가지 목공 장비로 나무를 자르거나 못을 박는 실습을 했다. 예전 전통적 방식 연장과 달리 전기의 힘을 빌린 전동 장비였는데 모두 안전장치가 갖추어져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아도 강사의 지도를 받아 조심스럽게 다루어 봤다.
앞으로 더 남은 다섯 차례 교육 기회가 기대되었다. 첫날 교육 3시간 마치고 가술에서 점심을 때우고 부산으로 향했다. 진영으로 나가 경전선 열차로 부전역으로 가려다 버스로 사상으로 가는 편이 빨랐다. 사상에서 지하철로 자갈치로 가서 선도가 좋아 뵈는 생선들을 샀다. 조기 갈치 고등어를 샀더니 보조 가방이 묵직해 왔다. 우리 집과 내일 고향 형님댁을 찾을 때 쓸 생선이다. 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