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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사필궐(圍師必闕)
적을 포위할 때는 필히 빈틈을 열어둔다
圍 : 두를 위(囗/9)
師 : 스승 사(巾/7)
必 : 반드시 필(心/1)
闕 : 궁궐 궐(門/10)
출전 : 손자병법(孫子兵法) 第七 군쟁편(軍爭篇)
악당이나 아첨배를 막으려면 달아날 길을 터주는 것이 좋다. 만일 달아날 곳이 없다면, 그것은 쥐구멍을 막아 퇴로를 끊는 것과 같다. 궁한 나머지 소중한 것까지 모두 물어뜯어 버릴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위사필궐(圍師必闕)'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포위할 때는 완전 포위하여 이른바 독 안에 든 쥐로 만들지 말고 달아날 길만은 터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달아날 길이 없는 상태로까지 몰아붙이면 사력을 다하여 반격해 오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궁지에 몰린 상대를 철저히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빤히 들여다 보이는 구실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얼굴로 이해해 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대해야 한다.
故用兵之法(고용병지법): 그러므로 병사를 움직이는 법은,
高陵勿向(고능물향): 높은 구릉의 적을 향하지 말고,
背邱勿逆(배구물역): 언덕을 등진 적을 맞 받아 치지 말고,
佯北勿從(양배물종): 거짓으로 달아나는 적은 쫓지 말고,
銳卒勿攻(예졸물공): 정예병사는 공격하지 말고,
餌兵勿食(이병물식): 미끼로 내놓은 병사를 취하지 말고,
歸師勿遏(귀사물알): 돌아가는 군을 막지 말고,
圍師必闕(위사필궐): 포위된 군은 반드시 터주고,
窮寇勿迫(궁구물박): 궁핍한 적은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此用兵之法也(차용병지법야): 이것이 용병의 법이다.
그러므로 용병의 기본은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적을 올려다보면서 공격하지 않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과 싸우지 않는다. 거짓으로 패한 척하는 적은 추격하지 않고, 적의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않는다.
미끼로 유인하는 부대는 공격하지 않으며, 돌아가는 군대의 퇴로를 끊지 않는다. 적군을 포위하되 한 쪽을 열어두며, 궁지에 몰린 적을 끝까지 공경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용병의 법칙이다.
圍師必闕(위사필궐)
窮寇勿迫(궁구물박)
포위할 때는 빈틈을 남겨 두고, 궁지에 몰린 적을 핍박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의 군쟁(軍爭) 편은 실제 전투에서 승리하는 책략을 다루는 장이었다. 치수(治水), 치심(治心), 치력(治力), 이 세 가지는 적의 기세를 다스리고, 적의 장수를 다스리고, 적의 전투력을 다스리고, 적의 변화를 다스리면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적을 포위하는 데 도망칠 여지를 남겨 두고,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는 적에게 심히 핍박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 섬멸하기보다 도주할 마음을 먹게 하고, 자포자기하는 여지를 주라는 것이다.
완벽한 승리가 없을 리 없겠으나 잘 싸웠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상당한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은 교만이거나 만용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수한 병사의 시신 위에 승전 장군이라는 칭호를 받기 위해 무리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장군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현명한 장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위사필궐(圍師必闕) 궁구물박(窮寇勿迫)하라
정치 보복이 끝나지않고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손자는 "전쟁을 하면서도 적군에 대하여 퇴로없이 너무 모질게 공격을 하지마라"고 하였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邱勿逆, 佯北勿從,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閼,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그러므로 용병의 방법은 높고 큰 언덕에 있는 적군을 공격하지 말고 언덕을 등진 적을 거슬려서 공격하지 말라. 거짓으로 꾸며 달아나는 체 하는 적군을 쫓지 말고 날래고 용맹스러운 적병은 공격하지 말라. 미끼로 풀어놓은 적병을 잡으려 하지 말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적군의 행군을 막거나 방해하지 말라. 포위 된 적군은 반드시 달아날 수 있는 길을 비워 주고 막다른 곳에 몰린 적은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전쟁에 있어 용병의 법칙이다.
이상은 손자병법의 군쟁편에 있는 용병술이다. 위의 용병술의 핵심은 궁지에 몰린 도적을 쫓지 말라는 궁구물박(窮寇勿迫)이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궁서설묘(窮鼠齧猫) 라는 말과 같이 막다른 지경에 이르면 약한 자도 마지막 힘을 다해 반격하게 된다는 뜻이다. 쫓기는 짐승이 강적에게 덤빈다는 금곤복거(禽困覆車)라는 말과 막다른 곳에 쫓긴 새가 상대를 쫀다는 조궁즉탁(鳥窮卽啄)이라는 사자성어도 같은 뜻이다.
전국시대 손자는 전쟁터에서 지켜야한 법칙으로 적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지 말라고 하였다. 적군을 사지에 몰아넣고 맹공을 하면 결사적으로 반격을 하여 도리어 아군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완전히 적을 제압할 수 있다 하더라도 퇴로를 열어주라는 뜻이다. 이 병법은 손자 병법의 군쟁편에 전쟁 중에 지켜야 할 8가지 금기사항을 제시하면서 마지막에 내세운 것이다.
적을 배려하는 소극적인 전술로 적이 재침을 해올 수 있는 화근을 남겨두는 전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을 궁지에 몰아 완전히 섬멸하려다가 적으로 부터 필사적 역공을 당할 위험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적군이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가게 하는 것도 더 확실한 승리를 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병법은 정치나 외교를 하는데 더 필요하다.
정치의 핵심은 협치다. 서로 의견이 다른 의원들이 모여서 안건을 논의해 최선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 정략적 대립과 극한적 투쟁이 벌어진다. 국내에는 최근 거대 여당이 선거법,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하고 상임위원장석 등을 독점했다. 야당이 발 붙힐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밀어 붙혔다. 설득과 타협도 없이 질주하는 일당 독주에 반대편은 울분을 삼키고 있다.
촛불 시위로 집권한 현 정권은 전직 대통령을 두명이나 감옥에 가두어 놓고있다.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한다며 수백명을 조사해 감금하고 구속 과정에 목숨을 끊게 했다. 모두 법적 절차에 의해 의법처리한 것이라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의한 억압과 보복이라며 원한을 갖게 된다.
과도한 권력의 독단과 압박은 앙심을 품은 정적을 만들어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손자는 적군과 대적해 싸울 때도 위사필궐 궁구불박 즉 적을 포위하되 도망갈 길을 열어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라고 하였다.
하물며 사람을 살리고 더불어 살려고 하자는 것이 정치인데 벼랑으로 밀고 막다른 길로 몰면 결국 필사적 반격의 피해를 입는다. 99의 힘을 가진 사람이 1의 힘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그 1마저도 빼앗는다면 빼앗긴 사람은 이판사판 죽기살기로 반격하게 된다.
그러다가 설령 강자에게 목숨을 잃어도 그 약자가 죽어가면서 품었던 원한은 바이러스처럼 주변으로 확산된다. 강렬한 바이러스가 되어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정치권력을 행사하면서 이같은 원한의 바이러스를 재생산하는 우매한 짓을 하지말아야 한다.
포위된 적은 반드시 도망갈 길을 터 주어야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쉽게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를 함락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최신 무기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일축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전략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위사필궐(圍師必闕) 전법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즉, 포위된 적은 반드시 도망 갈 길을 터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바그다드의 북쪽 퇴로를 터 주어서 극악한 저항을 피할 수 있었다.
무릇 자신이 상대방보다 압도적인 힘을 가졌을 때라도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공격만이 능사가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궁지에 몰린 적은 쫓지말라'는 36계 중 하나도 있다. 궁지에 몰린 적은 급박해지면 막다른 골목에 처한 심정으로 자칫 목숨을 걸고 반격할 수가 있다. 이럴 때 한 발 짝 물러서서 상대로 하여금 패배감을 느끼게 하고 투지를 꺾게 만든 후 다시 기회를 봐서 공격하면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징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란 책을 읽으며 그의 놀라운 지략과 전술에 탄복하고 만다. 문자도 깨우치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놀라운 병법을 쓸 수 있었을까?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경구들이 비단 승부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집착, 애착 등의 심리가 '놓으면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 조바심에 더욱 굳게 움켜쥐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하지만 세게 잡을수록 나에게서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 완전히 얻으려면 먼저 놓아야 한다는 진리!
직장생활을 하면 신입사원들은 선배 사원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그들의 가르침으로 더 나은 실무 능력을 취득하게 된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실제로 적절하게 소용이 닿지 않는 반증이리라.
그런데 어떤 사람은 꼭꼭 쥐고는 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소위 정보 공유가 중요하게 대두되어 요즘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그것을 소화할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개인의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위사필궐(圍師必闕)이라는 말을 박재희씨의 "36계와 경영전략"이라는 글에서 읽고서 나는 필요한 부분을 수첩에 적어 놨다. 오늘 그 글을 문득 보니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菜根譚 涉世篇 48
鋤奸杜倖, 要放他一條去路.
간교한 무리를 물리치고 아첨하는 자를 막는데는, 한 가닥 도망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若使之一無所容, 譬如塞鼠穴者, 一切去路都塞盡, 則一切好物俱咬破矣.
만약 그들로 하여금 한 군데도 몸 둘 곳을 없게 한다면, 마치 쥐구멍을 막는 것과 같아서, 일체의 도주로를 막아 없앤다면, 모든 소중한 기물을 모두 물어뜯어 못 쓰게 할 것이다.
(해설)
우리 속담에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뜻이 같은 한자 숙어에 '궁구막추(窮寇莫追)'라는 말이 있다. 손자(孫子) 구변편(九變篇)에 이런 기록이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군대는 막지 말고, 군대를 포위하되 반드시 퇴주로를 틔워 놓으며, 궁지에 몰린 적을 추적하지 말고, 고립된 지점에 머물지 말라(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莫追, 絶地勿留)."
그렇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제 목숨을 살기 위하여 생명을 걸고 반항한다. 간사하거나 아첨하는 사람도 궁하면 덤빈다. 이들을 물리칠 때는 퇴로(退路)를 열어 주어야 한다. 곧 물러가게 하는 구실을 주어야 한다.
孫子兵法 第七 軍爭篇
군쟁편에서는 실제 전투에 있어서의 방략(方略)을 설명하고 있다. 이해(利害)를 잘 검토하여 이점은 살리고 불리한 점은 이(利)가 되도록 전환시켜야 한다.
1. 불리한 것을 유리하게 되도록 한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孫子)는 무릇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은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고, 군인을 모으고, 백성을 징집하여 진을 마주하고 주둔하거니와, 맞싸워 승리를 다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하였다.
(해설)
전쟁을 하는 방법은, 우선 장수가 임금에게서 명령을 받은 다음에 군인을 모아들이고, 백성들을 징집하여 부대를 편성하고, 이어서 적군과 진영을 마주하고 주둔하는데, 무엇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적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는 일이다.
합군(合軍)은 나라의 상비군(常備軍)을 집합시키는 것이고, 취중(聚衆)은 일반 국민을 집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교화(交和)의 화(和)는 군영(軍營)의 문(門)을 말하는 것으로, 화를 마주한다는 것은 서로 대진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사(舍)는 막사를 치고 머무는 것이다.
군쟁(軍爭)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고 있는데, 같은 진영 안에서 서로 공명(功名)을 다툰다거나, 적에 대한 장수와 장수끼리의 작전경쟁, 탐색경쟁 등의 승리를 위한 경쟁과 그 밖의 모든 경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1편에서 제6편까지의 '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편은 모두 전략적, 전술적인 설명이었을 뿐 직접 맞부딪쳐 싸우는 전투는 아니었다. 비로소 이 군쟁(軍爭) 편에 들어와 전투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손자가 말한 것처럼 전투야말로 전쟁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이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싸워서 이기기 어려운 것은 돌아감으로써 직행으로 만들고 불리함을 유리하게 하는데 있다.
故迂其途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그러므로 그 길을 돌아가 이익으로 적을 유인하고 적보다 뒤에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면서 직행하는 계략(우직지계.迂直之計)을 아는 사람이다.
(해설)
우(迂)는 멀리 돌아가는 것이고, 직(直)은 똑바로 질러가는 길이다. 환(患)은 재난, 도(塗)는 도(途)와 같은 의미로 길이란 뜻이다. 인(人)은 다른 사람, 즉 적을 말한다.
군과 군이 직접 충돌하는 어려운 전투에서는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여 결국은 그것을 가까운 길로 만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재난을 마침내는 나에게 유리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돌아가는 먼 길을 택하면서 적에게 유리하게끔 하여 적을 유인하여 오히려 적을 더디게 만들고, 적보다 뒤늦게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바로 돌아가는 길을 가까운 길로 만드는 계략이다.
이 계략이 이른바 우직지계(迂直之計)이다. 먼 길을 돌아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적에게 이쪽의 출발과 행진을 노출시키지 않고, 진군 속도나 가는 방향도 알리지 않는 더딘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에게 이쪽의 전술이 그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공격하거나, 적군보다 늦게 떠나서 적군보다 먼저 도착하여 기다렸다가 뒤늦게 오는 적을 공격하는 것이니 이와 같은 전략을 쓸 줄 아는 사람을 가리켜 돌아가되 곧게 가는 전략[(迂直之計)]을 아는 장군이라 말한다.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컸던 한신(韓信)이 한중(漢中)에서 삼진(三秦)으로 진격하여 나올 때 쓴 방법이 전형적인 우회 작전이었다. 한신은 한쪽으로는 가까운 잔도(棧道)를 만드는 공사를 크게 벌여 놓고, 다른 쪽으로는 질러가는 길로 가서 적을 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적은 그 잔도가 완성되면 작전을 세우려고 매일같이 그 공사의 진척 상황만 살피면서 태평하게 지냈다. 그러나 한신의 우회군은 잔도가 10분의 1도 이루어지기 전에 벌써 목적지에 밀어닥쳤던 것이다. 유지이리(誘之以利)란 잔도를 만들어 보임으로써 적을 우선은 안심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다. 자기에게 밀어 닥친 어려움을 슬기롭게 처리함으로써, 화(禍)의 화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신속한 행동으로 변화에 대응한다.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그러므로 싸워서 이기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고 위험이 되기도 한다.
故擧軍而爭利則不及, 委軍而爭利則輜重捐.
따라서 모든 군대를 들이대어 이익을 다투면 미치지 못하고, 일부의 군대를 놓아두고 이익을 다투면 치중(輜重; 수송, 보급)을 버리게 된다.
(해설)
적군과 사워서 이긴다는 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 다시 말하면 군쟁(軍爭)이란 이(利)를 놓고 다투는 것인 만큼 그만큼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눈앞에 있는 이익에 덮어 놓고 끌려가게 되면 자칫 위험과 직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비 부대까지 포함한 모든 군대를 싸움터에 투입하여 싸우면 적군보다 뒤떨어져 승리를 거둘 수 없게 되고 그렇다고 경장비 부대만 투입하여 싸우게 되면 수송부대가 뒤에 쳐져서 물자의 공급이 딸리게 된다.
적군과 싸울 때에는 우선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점에 적보다 먼저 도착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전군을 동원하여 일제히 이끌고 나아가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얻으려 한다면 그 행동이 신속, 기민하지 못해 이(利)를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반면에 군인 각자의 능력에 맡겨[委軍] 급히 달려가서 기선을 제압할 이(利)를 쟁취하게 한다면 가벼운 몸차림으로 신속히 움직여야 하므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치중 부대는 뒤에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보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是故, 券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이런 까닭으로 갑(甲)옷을 접어두고 달려가, 밤낮을 쉬지 않고, 길을 배로 늘려 행군하여 백 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세 장군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강한 자는 먼저 가고 피로한 자는 뒤떨어져서 그 비율은 10분의 1이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5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툰다면 상장군이 쓰러지고 그 비율은 반에 이른다.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30리를 가서 승리를 다투게 되면 3분의 2가 이르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이런 까닭으로 군대에 수송 보급이 없으면 곧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망하고 쌓아 놓은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해설)
갑(甲)옷을 만다[券]는 것은 빨리 달려가기 위하여 갑옷을 벗어 수레에 싣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벼운 몸으로 달리게 되어 빨리 갈 수 있고, 또한 하루에 30 리씩밖에 갈 수 없는 길도 밤낮을 쉬지 않고 가게 되니 그 곱절인 60 리씩이나 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백 리를 달려가 승리를 다투게 된다면 전군(前軍)의 상장군(上將軍), 중군(中軍)의 중장군(中將軍), 후군(後軍)의 하장군(下將軍) 등 세 장군이 모두 무리를 하게 되어 다들 적에게 포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한 강행군을 하게 되면 아주 튼튼한 군사들만이 앞으로 달리게 되고 튼튼치 못한 군사들은 자꾸 뒤로 쳐져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군사는 겨우 열 명 가운데 한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50 리 정도를 강행군하게 되면 맨 앞에 있는 선봉 부대, 즉 상장군(上將軍)이 거꾸러지거나 하며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군사는 그 비율이 반밖에 되지 못한다.
하루거리인 30 리를 달린다 하여도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는 병력은 3분의 2밖에 되지 못하므로 전력은 결국 3분의 1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무거운 장비를 수송하는 치중 부대는 강행군을 할 때 그 뒤를 바짝 따라가기가 힘들어 결국은 전투에 필요한 보급이 딸리게 된다.
화살이 모자라는 군대가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식량도 마찬가지이다. 배고픈 군사가 배부른 적과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며, 전쟁이 오래 계속될수록 후방의 물자가 풍족하여야 끝까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비록 기선을 제압하여 승리를 거둔다 하여도 군사에 군수품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고, 양식이 없으면 패망할 것이며,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패망할 것이다.
촉한(蜀漢)의 승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은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쓴 다음 위(魏)군을 다섯 번이나 공격하였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에 '삼국지(三國志)'의 저자인 진수(陳壽)는 "제갈량의 지략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제갈량의 실패는 전략이 부족한 것에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극복할 수 없었던 약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촉(蜀)에서 위(魏)를 공격하려면 촉도난(蜀道難)이라고 하는 절벽의 험한 길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사람조차 통과하기 힘든 곳에 군량이나 무기의 보급은 더더욱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제갈량은 원정 때마다 목우(木牛)나 유마(流馬) 같은 수송수단을 고안하여 내기도 하고 원정한 곳에다 둔전(屯田)을 하여 식량을 확보하려 하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위(魏) 원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3. 전쟁은 속임으로 이루어진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그러므로 다른 나라 제후가 도모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미리 국교를 맺지 못하고, 산림의 험난한 곳과 질퍽질퍽한 습지대의 지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군사를 행군시키지 못하고, 길 안내하는 사람을 쓰지 않는 사람은 지형의 이득을 얻지 못한다.
(해설)
그러므로 이웃 나라 제후가 무엇을 도모하려는지 그 속셈을 알지 못할 때는 쉽게 그들과 손을 잡고 군사행동을 같이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를 돕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때로는 적을 돕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국교를 맺었다고 하여 그 국교가 성공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크나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국의 산림 지대 중 그 어느 곳이 험조(險阻)한 곳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한 어느 곳이 습기가 많은 질퍽질퍽한 못인지 모른다면 군대를 행군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그 지방 사람으로 길 안내인을 쓰지 않으면 전투에 미치는 지형상의 이점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그러므로 전쟁이란 속임으로 성립되고, 유리함으로써 움직이고, 분산과 집합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해설)
그러므로 전쟁이란 먼저 상대방의 눈을 속여 이쪽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행동하여 전투태세를 갖추고, 태세를 갖춘 다음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향하여 움직이며, 그 조건 여하에 따라 분산과 집합 등 자유자재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손자는 첫째 편인 계편에서 "전쟁은 속임수이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다시 "전쟁이란 속임으로써 성립된다"고 하였다. 즉 아군의 허실(虛實)을 숨겨서 허(虛)를 실(實)로 보이게 하고, 실(實)을 허(虛)로 보이게 하여 적으로 하여금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다음 아군의 근거를 정립(定立)하여야 한다.
그리고 적을 속여서 아군의 조종에 좇아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또한 적의 허(虛)를 노려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우에 공격을 개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전투는 적을 속이는 것으로 성립되어야 한다.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움직인 것이 때로는 유리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정말 어느 것이 유리한 것인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또한 이를 위하여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적을 속이고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전투를 하려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병력을 나누기도 하고 합하기도 하는 임기응변의 전략을 잘 써야 한다. 병력을 나누는 것은 기습 전술을 쓰는 경우가 많고, 병력을 합치는 것은 정면 대결의 경우가 있다.
4. 싸울 때는 바람처럼 빨라야 한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震.
그러므로 그 빠르기가 바람과 같고, 그 느리기가 숲속과 같고, 적지에 들어갈 때에는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산과 같고, 알기 어려움은 어둠과 같고, 움직임은 우레. 벼락과 같다.
(해설)
그러므로 신속한 행동이 요구될 때에는 질풍(疾風)같이 빨라야 한다. 즉 적의 빈틈을 노려 습격할 때에는 태풍처럼 돌격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빈틈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에 생기는 것이므로 태풍처럼 빨라야만 놓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군대의 태세가 느리기를 바랄 때에는 삼림처럼 안정하여야 한다. 적의 빈틈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는 행동은 물론 마음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삼림처럼 안정되고 느리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갖게 하여야 한다. 적의 국경을 침략할 때에는 그 행동이 타는 불처럼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은 삽시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기세를 가짐으로써 적에게 방어할 기회나 대항할 기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군이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에는 안정되고 묵직함이 마치 큰 산이 놓여 있는 것과 같아야 한다. 전투시에는 가볍게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안정되고 견고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적에게서 빈틈이 보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결정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는 태산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서 아군의 상황을 숨기고 가려서 적이 탐지할 수 없음이 어두운 밤과 같아 아무 것도 엿볼 수 없게 하여야 한다. 적과 결전을 노리는 싸움터에서는 아군의 허실(虛實)을 탐지하기 위하여 적의 눈과 손, 귀는 물론 피부와 육감과 머리까지, 모든 신경이 아군의 주변과 내부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의 노력이 헛되게 하려면 아군의 모습을 마치 그믐달의 암흑 같은 비밀 속에 감추어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적에게 빈틈만 보이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천둥 번개처럼 신속하고 맹렬하여야 한다. 맹렬하면 할수록 적은 감히 대항할 기세를 가지지 못한다.
이 대목은 '손자병법' 중에서도 유명한 풍림화산(風林火山)을 설명한 것이다. 즉 때로는 바람과 같이 재빠르게, 또 때로는 숲과 같이 고요하게, 때로는 불길과 같이 맹렬하게, 또 때로는 태산과 같이 태연하게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의 고을을 침략하여 빼앗은 것을 그곳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땅을 넓혀 얻은 이익도 나누어 주고, 저울을 달아 움직이니 먼저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은 승리한다. 이는 군쟁(軍爭)의 법이다.
(해설)
약향분중(掠鄕分衆)은 적의 마을에서 빼앗은 것을 병사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보는 해석도 있으나, 일단 적의 마을을 빼앗으면 그곳에서 빼앗은 물건은 그곳 사람들에게, 즉 잘사는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못사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민심을 얻고, 또한 되도록 땅을 넓혀서 그 얻은 땅을 그곳의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어 갖게 되면 이쪽에 협력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저울에 달 듯 그 경중(輕重)을 신중히 검토하여 다음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남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장기적인 포섭 정책을 펴가며 전투를 해 나가면 퍽 더딘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완전히 승리할 수 있는 바른 길인 것이다. '돌아가되 곧게 가는 것이 된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만이 참다운 승리를 얻게 되는 것으로, 균형의 원리 원칙이란 바로 이것이다.
손무(孫武)가 오자서(伍子胥)와 함께 초(楚)나라를 완전히 점령하였을 때 손무는 오자서에게, "초나라 왕손인 공자 승(勝)이 오(吳)나라에 망명하여 와 있으니 그를 초나라 왕으로 삼으면 대대로 오나라를 고맙게 생각하여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초나라를 오나라가 차지하게 되면 초나라 사람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 라고 하면서 초나라 땅을 초나라 사람들이 동정하고 있는 평왕(平王)의 손자 공자 승(勝)에게 물려줄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자 오자서는 이를 듣지 않고 초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오나라는 초나라를 후원하는 진나라에게 패하고 말았다. 적의 물건으로 적의 마음을 사서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이다.
5.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軍政曰, 言不相聞, 故爲鼓金, 視不相見, 故爲旌旗.
군정(軍政), 즉 군의 제도를 말한 병서(兵書)에 이르기를, "말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징과 북을 만들었고, 보아도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깃발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대체로 징과 북, 깃발들은 병사들의 귀와 눈을 하나로 하기 위한 것이다.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사람들이 오직 하나가 되면 용감한 병사도 혼자서 나아가지 못하고 겁 많은 병사도 홀로 후퇴하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많은 병사들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그러므로 밤의 전투에서는 횃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적군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다.
(해설)
군정(軍政)을 말한 병서(兵書)에서도 "큰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는 소리에 의한 구령으로는 완전히 다 들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징과 북을 쓰며, 손짓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모든 사람에게 신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의 빛깔과 모양을 달리하여 이것으로 신호한다"고 씌어 있다. 이것들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의 보고 듣는 것과 관심과 주의를 하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이 하나로 되면 마음도 생각도 하나가 되어, 무용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제멋대로 앞장서서 나갈 수 없고, 또한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여 혼자 뒤처지거나 도망하거나 하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군을 움직이게 하는 원칙이다.
군중, 대중은 개체의 집단일 뿐만 아니라 군중 특유의 강력한 힘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사람이 단독으로 돌진하며 나가지 않는 대신에, 약한 사람도 함께 이끌려 전체가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뭉치면 큰 힘이 된다. 그러므로 밤에 싸울 때에는 필요 이상의 화톳불과 횃불을 밝히고 요란스럽게 북을 울리며, 낮에 싸울 때에는 가능한 한 필요 이상의 깃발을 내꽂아 이 집단의 힘을 상대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그러므로 3군(三軍; 대규모 적병)은 기운을 빼앗길 수 있고, 장군(將軍)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해설)
이편의 성세(聲勢)를 과장하고 기세를 과시하면 적은 의심하게 되고 겁나게 된다. 그러므로 적군의 사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적장(敵將)의 심리를 혼란시킬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군대의 사기, 또는 적장의 심리는 한 마디로 정신을 의미한다. 정신력이 왕성한 군대는 필승의 신념을 가진 군대임에 틀림없다.
군대에게 필승의 신념이 없어지고 적을 겁내는 위축된 정신이 있다면 그들은 싸우기도 전에 이미 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군대를 쳐부수기는 쉬운 것이다. 정신이 혼란한 장수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작전을 짤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정신이 혼란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면 비록 정확한 작전을 바르게 짰다고 하더라도 그가 지휘하는 군대는 용감할 수 없으며 승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전투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기와 심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투에서는 먼저 적군의 사기를 꺾어 놓아야 한다.
是故, 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이런 까닭으로 아침의 기운은 날카롭고, 낮의 기운은 게으르고, 저녁의 기운은 끝난다(돌아간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氣, 此治氣者也.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그 날카로운 기운을 피하고, 그 게으른 기운을 공격한다. 이것이 기운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적의 사기를 꺾으려면 먼저 사기가 쇠하고 성하는 자연의 추세를 알아야 한다. 대체로 사기란 처음에는 왕성하고 나중에는 해이해진다. 짧은 시간에는 긴장하지만 시간이 오래되면 느슨하여 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의 사기는 날카로운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정신이 깨끗하고 용기가 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느슨해지고 낮에는 게으르게 되며, 해질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기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날짜가 가면 갈수록 사기가 점차 떨어지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런 까닭으로, 용병은 능숙하게 잘하는 자는 적의 사기가 날카로운 때를 피하고 적이 게을러지거나 사기가 없어진 때에 공격한다. 이를 가리켜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이다.
수나라 말기에 각지에서 군중이 항거하였다. 이때 이연(李淵)은 또 다른 군웅의 하나인 두건덕(竇建德)과 범수(氾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싸웠다. 두건덕의 군대는 장장 수리(數里)에 걸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세민은 부하 장수들과 높은 산으로 올라가 두건덕 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정도라면 자신 있다고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놈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험상궂고, 평정치도 못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 같다. 저것은 군대의 정령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성 가까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이쪽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표시다. 아군은 출격을 하지 말고 적의 기력이 쇠하는 것을 기다리라. 오랫동안 대진하고 있으면 적군은 돌아갈 것을 틀림없이 생각한다. 철수하는 시기를 기다렸다가 출격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였다. 과연 이연의 군대는 크게 성공하고 후에 당(唐)을 건국하게 되었다.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다스림으로써 혼란되기를 기다리고, 고요함으로써 시끄러움을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이쪽이 질서정연하게 간추려진 상태에서 적군의 정신상태가 혼란하여 지기를 기다리고, 아군이 정숙하고도 안정된 태세로 적군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싸움에서는 힘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의 안정과 냉정한 태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하가 일치단결하고 위정자와 군 지휘관의 손발이 잘 맞으면 이것은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하며, 또 이렇게만 된다면 안정과 정숙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 내부와 군과 위정자 사이에 알력이 있거나 숙청하는 정치적 혼란이 일어나게 되면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시끄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정신을 못 차리게 되고 이때 외부의 다른 압력을 받게 되면 심리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용병술이 뛰어난 사람은 먼저 심리 작전을 펼친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饑, 此治力者也.
가까운 것으로써 먼 것을 기다리고, 편안한 것으로써 수고로운 것을 기다리고, 배부른 것으로써 배고픔을 기다린다.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앞에서 말한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에 비하여 여기에서는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로 가면 멀리 가는 것보다 그만큼 힘이 덜 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상대가 멀리서 오도록 하여 그 힘을 빼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아군은 가까운 곳으로 갔으므로 힘이 그만큼 덜 들어 편안한 상태에 있는데 비하여 적군은 멀리서 행군하여 왔으므로 지칠대로 지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이동하여 왔으므로 피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배부르게 먹고 있으나, 적은 멀리서 왔으므로 피로한 상태이고 또한 길이 멀어 보급이 제대로 안 되었으므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적군의 힘은 쏙 빠져 버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정연한 대형으로 기를 앞세우고 오는 적을 공격하지 말고, 당당하게 진영을 갖춘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
(해설)
질서정연하게 위치와 간격을 맞추어 깃발을 내걸고 있는 적을 정면으로 맞아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즉 군대가 질서 정연하다는 것은 평소에 훈련이 잘 되었으며 기율이 잘 지켜지는 군대이다. 모든 것이 다 정비되고 충실한 준비가 있는 군대이다. 바로 이것이 실(實)인 것이다. 이러한 적을 요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당당한 진(陣)을 치고 있다는 것은 빈틈없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당한 기세를 갖고 있는 군대는 바로 실(實)인 것이므로 섣불리 공격하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적군을 공격하여 비록 승리한다 하여도 아군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實)한 것은 허(虛)하여지도록 만들거나 허(虛)하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계략을 써서라도 적을 혼란하게 만들고 피로하게 만들고 사기를 잃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의 상황에 따라 작전을 변화시켜 대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변화로써 다스린다고 한다.
이상에 설명한 치기(治氣), 치심(治心), 치력(治力), 치변(治變)을 가리켜 사치(四治)라 한다. 장수가 된 자가 이 사치(四治)의 방법을 능숙하게 운용할 줄 알아야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패배할 근심이 없는 것이다.
후한(後漢) 말에 조조(曹操)가 업(鄴)을 포위하였다. 이때 원상(袁尙)이 업을 구원하러 오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조조는, "원상이 만약 큰 길로 진격하여 온다면 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서산(西山)의 소로로 오면 생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원상은 서산의 소로로 진격하여 와 조조는 즉시 이를 맞아 싸워 크게 원상의 군대를 물리쳤다. 조조는 원상의 군대가 큰 길로 정정당당히 왔다면 질서정연한 군이나, 그렇지 못함을 미리 간파하였던 것이다.
6. 불리한 조건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脊丘勿逆, 佯北勿從.
그러므로 전투하는 방법은 높은 언덕으로는 향(공격)하지 않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에게는 거스르지(진격) 않고, 거짓 패하여 도망가는 적을 쫓지 말라.
(해설)
전투할 때에는 첫째, 높은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공격하기 위하여 산을 올라가다 보면 아군의 힘이 바지고 피로하여지나 적군은 산 위에 편안히 있다가 맞이하므로 적군과 아군 사이에 균형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높은 곳에 있으면서 아군의 부대 편성과 움직임 같은 것을 환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적은 벌써 심리적으로 아군보다 우위에 놓여 있게 된다.
둘째, 언덕을 등지고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은 금물이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산을 내려오는 적을 맞아 싸우게 되면 적은 자연 결사적으로 되어 보통 이상의 전투력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 이쪽을 유인하기 위하여 쓰는 적의 위장 전술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쫓기어 패하고 달아나는 척하는 적을 그대로 달아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쫓아가다 보면 깊숙이 들어갔을 때 적의 복병을 만나거나 포위망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겼다고 그 기세를 몰고 간다'라는 이른바 승승장구란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란 한 번 이기고 두 번 이기게 되면 우쭐대기 마련이다. 이것은 적이 노리는 전술이기 때문에 그러한 적의 전술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銳卒勿攻,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고, 미끼를 던져주는 적은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지 말고, 돌아가려는 적을 막아 공격하지 말고,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 쪽을 터놓고, 궁지에 몰린 적은 끝까지 공격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용병(用兵)의 이치이다.
(해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전투하는 방법의 설명을 계속한 것으로 넷째, 사기가 날카로운 적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예졸(銳卒)이란 적군의 사기가 날카로운 것으로 이러한 적은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사기가 줄어들기를 기다리거나 또한 사기가 떨어지도록 이족에서 대력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끼를 던져주는 적이라면 그 미끼를 먹으려고 쫓아가면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 이병(餌兵)이란, 적을 유인해 내기 위하여 낚시밥으로 던지는 작은 규모의 군대를 말한다. 그러한 줄도 모르고 이를 쫓아가다 보면 그 뒤에는 반드시 강한 적군들이 '어서오십시오' 하고 기다리고 있게 마련이다.
여섯째, 돌아가려는 적을 못 가게 막고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귀사(歸師)란 귀국명령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적이다. 그들은 돌아간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저하되었던 사기가 다시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를 방해하면 적군은 목숨을 걸고 반격을 가하여 올 것이다.
일곱째, 적을 포위할 때에는 반드시 한쪽을 터 놓아야 한다. 위사(圍師)란 적을 포위한 것으로,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하지 말고 세 방향으로 둘러싸되 한쪽은 터놓아 적군이 도망갈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망칠 곳이 없는 독 안에 든 쥐가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격으로, 결사적인 반격을 가할 것이므로 예상 밖의 희생을 당하는 수가 있다.
여덟째, 궁지에 몰린 적군을 끝까지 쫓아서는 안 된다. 궁구(窮寇)란 궁한 도적, 즉 도망 갈 곳이 없는 침략군이다. 이것은 일곱 번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독 안에 든 쥐가 있으면 성급하게 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달래고 항복시키거나 시간을 지연시켜 지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나갈 구멍이 없는 개는 쫓지 말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의외의 초능력적인 힘이 솟아나 반격을 가하게 되므로 아군이 큰 손실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孫子兵法 第7 軍爭篇
의표를 찌르는 기습전법
'군쟁(軍爭)'이란 군대를 써서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즉 전투를 말한다. 이제까지 논술한 것은 전투에 있어서의 중요한 전제 요건이었다. 그러나 본편부터는 실제 전투에 있어서 필승하는 방략을 논술한다. 심리전에 있어서는 허실의 기계(奇計)를 써서 이른바 사치(四治)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1)군쟁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孫子曰: 凡用兵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가 말하기를, "무릇 용병법은 장수가 임금으로부터 명을 받아, 군사를 합하고 무리를 모아 화(和)로써 사귀어 머무르는 것으로 군쟁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解)
마침내 전쟁이 시작되면 주장(主將)이 임명되고, 각종 군대와 병과(兵科)를 모아 편성하며, 가급적 필요한 사람을 징용한다. 그리고 한 곳에 군문(軍門)을 벌여 놓고 숙영한다. 여기까지의 일도 상당히 복잡하지만, 그 병을 움직여서 직접 교전을 시작할 경우에는 모든 것을 규합하여 경합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군쟁이란 말의 해석 방법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동일 진영 내에서는 공명다툼, 선진(先陣)다툼, 노획품의 쟁탈전 등이 있을 것이다. 적에 대해서는 장수와 장수의 작전 경쟁, 그 간파경쟁, 용병 만단의 경쟁, 기타 각종 경쟁이 있을 것이다.
제1장 '시계' 편에서 시작하여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편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점차 각론으로 들어왔는데, 마침내 백병전 차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설명된 방법 중에서 재차 등장하는 말이 많이 나타난다. 이 조항은 군쟁 편의 첫머리이므로 특히 해설을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손자 자신이 쓰고 있듯이 군쟁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손자'의 병법 중 진정한 전쟁에 참가하는 병술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되어 있으나, 우리들로서는 얼마만큼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는 독자의 마음 가짐에 달려 있다고 본다.
(2)돌아가는 길은 샛길로 하고 재해를 이익으로 전환시켜라.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군쟁의 어려움은, 우(迂)로써 직(直)을 삼고, 환(患)으로써 이(利)를 삼는 것이다.
故, 迂其塗而誘之以利, 後人發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그러므로 그 길을 우회하여 이를 유인하는데 이(利)로써 하고, 남보다 뒤져서 떠나고 남보다 앞서 이르는 것은 이 우직(迂直)의 계(計)를 아는 자이다.
(解)
군쟁이란 어려운 것으로서 방법 여하에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을 반대로 가까운 길로 갈 수도 있고, 손실 재난을 돌려서 이익으로 할 수도 있다. 원래 길을 멀리도는 것은 손해이다. 그러나 일부러 돌아가라는 것은 거기에 어떠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이쪽의 진발(進發)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 진행 속도를 모르게 하고 방향도 알리지 않는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눈을 가리면 상대의 계획에는 반드시 파탄이 오고 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듯이 오히려 그쪽이 목적지에 빨리 닿게 된다. 상대에게 '이젠 됐다'는 생각을 갖게 해놓고, 실은 그 허점을 찔러서 샛길을 택하여 급습하거나 방심하고있는 틈을 이용하여 시간을 버는등 수단 방법은 많을 것이다.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가장을 하였지만 실은 상대보다 먼저 전쟁터에 도착하는 재주를 부리는 것이 바로 이 계략이다.
여기서 '유지이리(誘之以利)'란 말은 아군의 작전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려면 엉뚱한 곳으로 상대가 주의를 돌리도록 소리(小利)를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렇게 해석을 하면 좀더 복잡한 작전인 듯하나 결국 상대를 속이는 행동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저돌적으로 상대의 중위(重圍)를 돌파하는 것보다는 다소 멀리 도는 한이 있어도 이쪽에서 피하는 것이 손해도 적고, 또한 적이 당연히 예측하지 못한 후면이나 측면을 찌르는 것이므로 거기서 생기는 상대의 혼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의 손실이라도 각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 때의 손실이 낭비가 되어서는 아무 의미도 없겠으나, 저울에 달아보고 수지가 맞는 희생은 아낌없이 지불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예화]
돌아가는 길은 샛길로 하고, 재해를 이익으로 전환시켜라.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군쟁의 어려움은 우(迂)로써 직(直)을 삼고, 환(患)으로써 이(利)를 삼는 것이다.
노(魯)나라 애공(哀公) 17년,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공격하였을 때의 일이다.
월의 왕 구천은 군을 좌우로 나누어서 각각 전고(戰鼓)를 울리며 진격시켰다. 밤이 되어도 전고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월군(越軍)의 진격도 그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오군(吳軍)에서는 이 전고 소리에 따라 월의 군 소재를 알고 그 속도를 잰 다음에 역시 군을 좌우로 나누어서 만전의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월왕 구천은 별개의 중군에게 은밀히 강을 건너게 하고, 전고를 조용히 울리며 진격시키고 있었다. 제 3군을 눈치채지 못하고, 좌우에 대해서만 만전의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던 오의 군대는 월의 중군이 돌연 습격해 왔을 때는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월의 좌우 양군에게 총공격을 당하여 궤멸상태에 빠진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또 서진(西晉)의 민제(愍帝) 건흥4년, 석륵(石勒)과 희담(姬澹)이 싸울때의 일이다.
희담의 군이 멀리 원정해 온 터이라 피로할 것이니, 이는 편함으로써 수고로움을 기다린 것이라고 계산한 석륵은 장수 공장(孔長)을 선봉으로 파견하여 희담의 군을 영격(迎擊)시켰다. 그런데 희담 군의 공격은 의외로 날카로워 어정쩡한 태도로 영격을 하던 공장의 군대는 어림도 없이 격파되어 퇴각하고 말았다. 그러자 희담은 곧 군사를 몰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안 석륵은 급히 그 진로에 복병을 깔고, 패주하는 공장의 군을 추격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 희담의 군대를 갑자기 좌우에서 협격시켰다. 좌우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대하여 전혀 무방비 상태였던 희담의 군이 대패를 맛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공장이 패주하고 희담이 추격으로 옮겼을 때 석륵은 뚜렷하게 주도권을 쥔 것이었다.
승패는 어떻게 해서 주도권을 쥐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손자는 말하기를, "주도권을 쥐는 어려움은 먼 길을 가까운 길로 전화시키고, 재해를 이익으로 전화시키는 데 있다. 먼 길을 취하듯 꾸며 유인하고, 적보다 늦게 출발하여 적보다 먼저 도착한다"고 한 것이다.
월의 왕 구천은 먼 길을 가까운 길로 전화시킴으로써 주도권을 쥐고, 석륵은 재해를 이익으로 전화시킴으로써 주도권을 쥐었다고 할 수 있다.
(3)군쟁은 이로움이 되고 위태로움이 된다
故, 軍爭爲利, 軍爭爲危.
그러므로 군쟁은 이로움이 되고, 위태로움이 된다.
故, 擧軍而爭利則不及, 委軍而爭利則輜重損.
그러므로 군을 들어 이(利)를 다투면 곧 미치지 못하고, 군에 맡겨 이(利)를 다투면 곧 치중에 손해를 본다.
(解)
그러므로 모든 경우에 군쟁이란 눈앞에 보이는 이해가 그대로 안위와 표리 관계에 있는 때가 많은 것이다. 싸움에서 모든 이해를 무시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최대의 목적이 되어 이익만을 좇고 있으면 가장 중요한 목적인 전승에는 도달할 수 없다.
문제는 소국부가 아니고 전체이다. 전군의 연계 병참선(兵站線)이란 것을 무시하면서까지 적을 좇다보면 아무래도 탄약이나 식량을 허비하는 손해를 입기쉬운 것이다. 지나치게 뻗어 나가면 발밑에 허점이 생기기 쉽다.
전쟁에 끌린다는 것은 인정이고, 자연의 기운이다. 그러나 기세를 타고 이에 깊이 빠져들면 대국적으로 보아 큰일이 생기게 된다. 특히 승리를 앞에 두었을 때가 위험하다. 이럴 때야말로 누군가가 높은곳에 서서 전국면에 빈틈없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곳에 파탄이 생긴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에는 지는 결과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깊이 들어 가면 병참 보급선이 늘어 난다. 이 점만도 위험하다. 하물며 이 약점을 적이 파고 들면 눈뜨고 볼 수 없는 꼴이 되고 만다.
(4)병참이 길어지는 것은 금물이다.
是故, 卷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罷者後, 其法十一而至.
그러므로 갑옷을 걷어 올리고 달려서, 밤낮을 쉬지 않고, 길을 갑절로 하여, 행군 100리에서 이(利)를 다투면, 곧 세 장군은 포로가 되고, 강한자는 앞서고, 약한 자는 뒤쳐져 그 법이 10의 1에 이른다.
五十里而爭利, 則蹷上將軍, 其法半至.
50리에서 이(利)를 다투면 곧 상장군은 전사하고 그 법은 반이 된다.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30리에서 이(利)를 다투면, 곧 3분의 2에 이른다.
是故, 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그러므로 군에 치중이 없으면 곧 망하고, 양식이 없으면 곧 망하며, 맡기는 자가 없으면 곧 망한다.
(解)
무거운 갑옷 투구류를 벗어 버리고 가벼운 차림으로 한때의 휴식도 없이 주야겸행으로 강행군을하여 100리나 떨어진 곳에서 승부를 지으려고 하면 곧 무리가 생기기 때문에 세장군 모두 포로가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은 당시의 역사책인 '좌전(左傳)'에 나오는 사실을 보기로 든것 같다.
이렇듯 무리한 강행군이면 완강한 자만이 앞서고,지친자는 점점 뒤쳐져서 목적지에 닿은것은 겨우 10명에 1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낙오 하거나 뒤늦게 도착하게 된다. 만약 50리의 거리라면 상장군, 즉 전위부대의 장수는 전사하고 제때에 도착한 병력은 반남짓할 것이다. 그리고 30리의 거리라 하더라도 그한계선까지 무리한 행군을 한다면 역시 3분의 2의 병력이 남고 3분의 1의 병력은 고스란히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강행군에는 가장 중요한 탄약이 제때에 도착되지 않기 때문에, 군사는 맨손으로 덤비는 꼴이 되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양식의 경우도 같다. 배가 고파서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한 원칙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써야 할 군자금도 불충분할 것이다. 이쯤 되고 보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해도 관언은 아니다.
싸움이란 상대적인 것이므로, 시대가 바뀌어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여기서 설명한 숫자상의 비율등은 들을필요도 없겠으나 이치만은 같다. 병참이 길어지는 것은 금물이다. 그 늘어난 병참선을 생각지 않는 강행군의 원정은, 결국 모두를 파멸로 몰아 넣고 만다는 것이다.
사업을 경영할 때는 거리란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수송 시간이나 경비의 소모를 수반하나,이는 채산이 나올때까지 요하는 시간의 장단에 따르는 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기구가 보조를 맞추어 움직이지 않으면 사업은 잘 되지 않는법이다. 무리한 강행군, 그것도 한도를 넘는 오랜 시일이나 연월이 걸리면 반드시 큰 파탄을 가져오는 법이다.
(5)이웃에 도움을 청할 때는 간부급을 거절하라.
故, 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그러므로 제후의 계략을 모르는 자는 미리 사귈 수 없다.
不知山林險阻沮澤之形者, 不能行軍.
산림, 험조, 저택의 형세를 모르는 자는 행군시킬 수 없다.
不用鄕道者, 不能得地利.
향도를 쓰지 않는 자는 지리를 얻을 수가 없다.
(解)
이러한 미묘한 관계가 있으므로, 인접국 등의 왕후가 응원을 신청해 와도 행군시키는 법을 모르는 자라면 쉽게 도움을 청해서는 큰일이 난다. 조그만 부주의라도 민감하게 나타나는 법이다. 이를테면 산림 지대로 진군시키려고 할 때 어느 곳이 험하고 어느 곳이 습지대인지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예정대로 군사를 이동시킬 수 없다. 그럴때는 그지방 사람을 길잡이로 쓰지 않으면 절대로 유리한 행동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인접국에서 단지 군사만을 빌려 준다면 실로 고맙지만, 거기에 서투른 지휘자가 붙어 있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이 쪽과 똑같은 전술 지식이 있는 자라면 그래도 무방하나, 만약 그렇지 못할때는 거추장스럽기만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오히려 패전이란 고배를 마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이론을 존중한다면 부득이한 응원을 청할때는 가급적 노동력만으로 하고 간부급의 유능한 사람은 거절하는 것이 좋다.
(6)침략하기는 불과 같고, 조용함은 산과 같이 하라.
故, 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그러므로 싸움은 거짓으로 서고, 이(利)로써 움직이고, 나누어 합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故, 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震.
그러므로 그 빠름은 바람과 같고, 그 조용함은 숲과 같고, 침략하기는 불과 같고, 움직이지 않음은 산과 같고, 알 수 없음은 그늘과 같고, 움직임은 뇌진과 같다.
(解)
손자의 병법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유명한 문구인데, '풍림화산(風林火山)'이란 말은 병법의 대명사같이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싸움이란 먼저 상대의 눈을 어지럽게 하여 정체를 잡지 못하도록 행동을 일으키고, 다음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향하여 움직여서 그 조건이나 상대의 움직임 여하에 따라 자유 자재로 변화하여 분산집합할 수 있는 용맹을 지녀야 한다.
이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움직여야 할 기회를 잡거든 황야를 휩쓰는 강한바람과 같은 속도가 있어야하고, 정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을 때는 마치 산림속과 같이 고요해야 하며, 적지로 침입하였을 때는 마른풀에 불이 붙듯 맹렬한 기세라야 한다.
또 자중을 요할 때는 큰산이 흔들리지 않듯 침착성을 보여야 하며, 그늘에 숨어버린듯 전혀 눈치챌 수 없는 행동으로 상대를 공격하되, 벼락이 떨어지듯 격렬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용병하는 부장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점이다.
문구로서는 실로 유명하나, 그 내용은 이제까지 말한 것을 요약하여 배열하고 자연현상에 비유하고 있으므로, 새삼 해설을 더할 필요도 없다. 오직 명문(名文)이므로 원문을 외워두면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7)우직(迂直)의 계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고을을 약탈하여 무리에게 나누어 주고, 땅을 넓혀서 이익을 나누고, 저울에 달아 움직인다.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먼저 우직(迂直)의 계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이것이 군쟁법이다.
(解)
적지에 침입하면 약탈한 물자는 군사들에게 나누어준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이제까지 계속되어온 문장으로 미루어보아 그와 같은 해석은 어딘지 합당치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전지(戰地)의 악습으로 공략지와 약탈 행위는 붙어 다니는듯 당시의 전투에도 다분히 그러한 경향이 있었을 것이므로 혹 그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는 차라리 적지에 침입하면 적령(敵領)을 토착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가급적 이를 순무 시키고 앞에서 나온 길잡이와 같은 현지인의 협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석하는 편이 이치에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지역을 가급적 확대해 나가 이쪽에 편리한 장소를 분산 설치한다. 그러면 미지의 지역에 대해서도 각종정보가 모이므로 이것을 비교 검토하여 경중을 정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가 있다. 이처럼 아군의 계략을 선용하는 것이 승리로 통하는 길이요, 군쟁의 법이라고한다.
가령 적지라 하더라도, 그곳 주민은 제 3자로서 자기 형편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주면 이쪽 마음대로 그 주민을 활용할 수가 있다. 이것을 일러 실정을 모르는 적지로 들어갔을 때의 '우직의 계'라고 한다. 손자의 이와같은 사고방식은 역시 실전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중점을 파악해야 하는 점이 중요하나 필요한 경우에는 먼저 주어야 한다. 이 '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직의 계' 일지도 모른다. 곧장 목적물과 정면충돌하는 것은 언제 어느경우에도 득책이라고는 할수 없다. 가까운 길로 가려면 멀리 돌아가라는 반어적인 어투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진의를 파악하여 활용할 경우 여러모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8)야전에는 불과 북을, 주전에는 정기를 사용한다.
軍政曰, 言不相聞, 故爲金鼓, 視不相見, 故爲旌旗.
'군정'에 이르기를, "말해도 서로 들리지 않으므로 금고를 만들고, 보아도 서로 보이지 않으므로 정기를 만든다"라고 하였다.
夫金鼓旌旗者, 所以一人之耳目也.
무릇 금고와 정기는 사람의 이목을 하나로 하는 것이다.
人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사람이 이미 전일하면 곧 용자도 홀로 나아가지 못하고, 겁자도 홀로 퇴각할 수 없다. 이것이 무리를 쓰는 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人之耳目也.
그러므로 야전(夜戰)에 불과 북을 많이 하고, 주전(晝戰)에 정과 기를 많이 하는 것은, 사람의 이목을 변하게 하는 것이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그러므로 삼군은 기운을 빼앗아야 하고, 장군은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解)
군서에도 대군단에 대하여,우렁찬 목소리의 호령이라 하더라도 철저하지 못하므로 징이나 북을 쓰며, 손짓으로는 도저히 전원이 볼수 없으므로 기의 색깔이나 모양을 바꾸어서 신호를 한다고 쓰여 있다. 기나 북은 신호표지로서의 기능도 기능이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의 이목이나 주의를 통일시키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군중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한 특별히 무용에 뛰어 나다고 하여 혼자 빠져나가 공을 세울 수도 없겠고, 겁쟁이라고 하여 혼자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니, 오로지 개체로서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민중을 쓰는 원칙이다.
군중은 개체의 집단이란 것뿐아니라 군중특유의 강력한 힘이 생겨나는 법이다. 개체의 힘을 그 숫자만큼의 배율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강력한 힘이 된다. 이것은 강한자가 단독으로 돌진하는 대신 약한자도 함께 끌어 모두가 동등한 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합쳐져 커다란 다른 힘이 되는 것이다.
집단에 집중된 힘은 크다. 따라서 야전을 할 경우에는 필요 이상의 화톳불이나 횃불을 쓰고 힘껏 북을 치며, 낮싸움에는 될수 있는한 기를 세움으로써 압도적인 기세를 보여 산대편 삼군의 기를 꺾고 상대편 장수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려는 일종의 심리작전이다.
이야기는 지휘 신호를 주제로 하고 있으나, 손자의 의도는 예로부터 병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그러한 신호 보다는 군중이란 것과 그 위력, 또는 그에 수반되는 군중심리나 상대편에 주는, 대집단의 위압감 등의 심리적인 면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통어된 집단력은 개인의 힘이 누적된것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그 통제에는 기나 북처럼 집단에 맞는 지령방법이 취해지고 있다는데도 무엇인가 암시하는 것이 있는 듯하다.
(9)상대의 기세가 쇠하였을 때를 노려라.
是故, 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이 때문에 아침의 기는 날카롭고, 낮의 기는 게으르며 저녁의 기는 끝난다.
故, 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氣. 此治氣者也.
그러므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그 날카로운 기를 피하고, 게으른 기를 친다. 이는 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解)
이와 같이 심리적인 움직임이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아침에는 병사들의 기분이 충실하기 때문에 기운이 차 있고, 낮이되면 아무래도 늘어지기 쉽다가 저녁이 되면 하루의 일이 끝났다는 것에 안심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병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러한 병사들의 기분을 잘 파악하여 아침의 날카로움은 가급적 피하고, 대낮이나 저녁 때의 기분을 노려서 습격하는 것이다. 이는 비로소 기분이란 것의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터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찰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능률이 오를 아침 출근 직후가 교통혼잡으로 파김치가되어 버린다는것은 대단한 국가적 손실이다. 경영자로서는 자위상(自衛上) 이 교통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예화]
상대의 기세가 쇠하였을 때를 노려라
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아침의 기는 날카롭고, 낮의 기는 게으르며, 저녁의 기는 끝난다.
7세기초의 수나라 말엽에 천하는 크게 어지러웠다. 당 태종은 고조(高祖)의 권유로 천하 통일을 완수하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켰다. 태종에게는이정(李靖), 이적(李勣) 등의 명장이 있었으므로, 무위가 크게 올라 널리 성밖 까지 그 이름을 떨쳤다. 특히 유명한 것은 장락왕(長樂王)을 자칭하던 두건덕(竇建德)과 범수(氾水) 동쪽에서 싸운 일이다. 건덕의 군대는 장장 수 리(里)에 걸쳐 진을 치고 있었다.
태종은 장군들과 함께 높은 곳으로 올라가 건덕의 군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장군들에게 이제 필승은 틀림없다고 자신있게 말하였다. "저놈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험상궂고 평온하지 않은데다 무엇인가 다투고 있다. 저것은 군대에 정령(政令)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성 근처 가까이 진을치고 있는것은 이쪽을 얕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군은 병사를 아껴서 출격하지 말고 적의 기력이 쇠하기를 기다리자. 대진이 길어지면 군사는 주리기 시작하여 돌아갈 생각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철퇴하는 시기를 보아 출격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이른 아침 5시부터 임전체제로 들어간 건덕의 군대였으므로, 정오가 되자 군사들은 공복과 피로가 생겨서 털썩 주저 앉거나 다투어서 물을 빼앗아 마시기에 이르렀다. 이를 본 태종은 기회를 포착하여 전군에 출격을 명하니, 마침내 건덕을 사로잡아 버렸다. 싸움에 진 건덕은 장안에서 사형당하고, 거병한지 겨우 6년만에 꿈이 깨졌으니 용병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 일전이었다.
(10)고요함으로써 화(譁)를 기다린다.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다스림으로써 난(亂)을 기다리고, 고요함으로써 화(譁)를 기다린다. 이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解)
이쪽은 빈틈없이 통제되어 순조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상대가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기를 서서히 기다리고 있거나, 이 쪽이 만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때문에 고요한 상태에 있으면서 상대가 떠들썩한 모습을 보이기를 기다리 고 있는 것도 역시 인간 심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극히 말하기 거북한 예이지만 상대편에 쟁의가 일어나서 아침부터 떠득썩하며 혼란스러울 때가 공격하는 데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11)편함으로써 수고로움을 기다린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饑. 此治力者也.
가까움으로써 먼 것을 기다리고, 편함으로써 수고로움을 기다리고, 배부름으로써 굶주림을 기다린다. 이는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解)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비교하면 앞서 말한 바 있듯이 이쪽은 근거리 이동으로 끝내고 상대가 멀리 고생을 하면서 오는것을 기다린다든지, 이쪽은 애를 쓰지않고 한가한 상태로 상대가 피로에 지치는것을 대기하고 있다든지, 또는 이쪽은 식량급여가 만족한데 상대는 부족하여 고생할 때를 기다리는 것 등은 전력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적인 것과 전력적인 것을 대비한 것이다. 여기에 인용된 것은 앞서 여러 차례등장하였던 것이므로 달리 해설할 필요는 없다. 이 두가지가 작전의 주가 되어, 다음 조항 이하에서 설명되듯 구체적인 작전이 되는 것이다.
(12)진형이 정비된 상대에게는 손대지 말라.
無邀正正之旗, 無擊當當之陣. 此治變者也.
정정한 기(旗)를 요격하지 말라. 당당한 진(陣)을 습격하지 말라. 이는 변(變)을 다스리는 것이다.
(解)
질서가 정연하게 대형을 정비하여 있어야 할 곳에 틀림없이 정기를 세우고, 오는 적에게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손해 이다. 빈틈도 없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적진을 습격하는 것은 역시 불리한 공격이다. 이를 안다면 변화의 콧대를 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육박전의 요령을 세가지 요소, 즉 심리적인 것, 전력적인 것, 그리고 여기서는 전략적인 것으로 요약하였다. 다음에는 이 3요소의 응용이란 형태로 구체적인 전법, 즉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순차로 전개하고 있다.
[예화]
진형이 정비된 상대에게는 손대지 말라
無邀正正之旗, 無擊當當之陣.
정정한 기(旗)를 요격하지 말라. 당당한 진(陣)을 습격하지 말라.
후한(後漢)말, 조조(曹操)가 업(鄴)을 포위하자 곧 원상(袁尙)이 구원하러 갔다. 이사실을 알고 조조가 말했다. "원상이 만약 큰길로 진격해 올때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서산(西山) 간도 쪽으로 오면 생포할 수 있다."
과연 원상은 서산 간도로 진격해 왔다. 조조의 군은 즉시 요격하여 원상의 군을 크게 격파하였다. 큰길을 정정당당하게 진형을 펴고 진격하는 군은 자신을 뒷받침하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 없다. 간도를 남모르게 진격해 오는 기습대(奇襲隊)에 비하면 전혀 다른 힘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무적의 힘이다. 아니, 무적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이다.
(13)불리한 조건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邱勿逆.
고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의 구릉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공격하지 말것이며,
佯北勿從, 銳卒勿攻.
패배한척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지 말아라.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 것이다.
餌兵勿食, 歸師勿遏.
유인하는 미끼를 탐식하지 말것이며, 고향으로 귀환하는 군사를 막지마라.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길을 터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아라.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解)
병사를 움직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높은 언덕을 점령하고 있는 적을 올려 보면서 공격하지 않는다.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에게 정면 공격을 행하지 않는다.
아군을 속이기 위해 거짓 후퇴하는 적은 추격하지 않는다. 적의 정예부대는 공격하지 않는다.
적이 아군을 유인하기 위해 드리운 미끼를 물지 않는다. 자국으로 철수하는 적의 후퇴로를 막지 않는다. 적을 포위하였을 때는 한쪽을 터 주어 적에게 도망갈 길을 보여 주어야 한다. 막다른 곳에 몰린 적은 너무 압박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용병의 원칙인 것이다.
▶️ 圍(에워쌀 위, 나라 국)는 ❶형성문자로 囲(위)의 본자(本字), 围(위)는 간자(簡字), 囗(위)는 고자(古字), 囯(국), 囶(국), 囻(국), 国(국), 圀(국), 國(국)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큰입구 몸(囗; 에워싼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韋(위)로 이루어졌다. 둘러 싸는 것, 둘러싸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圍자는 '둘레'나 '에워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圍자는 韋(가죽 위)자와 囗(에운담 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韋자는 성(城) 주위를 둘러싸고 경비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韋자가 '둘레'나 '에워싸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다룸가죽'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圍자가 '둘레'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圍(위, 국)는 ①에워싸다 ②둘러싸다 ③포위하다 ④두르다 ⑤지키다 ⑥사냥하다 ⑦둘레 ⑧경계(境界) ⑨포위 ⑩아름(양 팔을 벌려 낀 둘레) 그리고 ⓐ나라, 국가(國家)(국) ⓑ서울, 도읍(都邑)(국) ⓒ고향(故鄕)(국) ⓓ고장, 지방(地方)(국) ⓔ세상(世上), 세계(世界)(국) ⓕ(나라를)세우다(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쌀 포(包), 머금을 함(含), 두루 주(周), 묶을 괄(括)이다. 용례로는 바둑 또는 바둑을 둠을 위기(圍期), 바둑을 둠을 위기(圍棋), 삥 둘러싸고 섬을 위립(圍立), 한 아름 정도의 큰 나무를 위목(圍木), 경계선에 설치한 담을 위장(圍障), 어떤 지역이나 현상을 둘러쌈을 위요(圍繞), 빙 둘러 얽어맴을 위결(圍結), 빙 둘러 에워 싸서 곤욕을 줌을 위곤(圍困), 빙 둘러 에운 안을 위내(圍內), 빙 둘러 치게 만든 휘장을 위장(圍帳), 포위하여 잡음 또는 에워싸고 지킴을 위파(圍把), 달아나지 못하게 포위하여 막음을 위폐(圍閉), 테두리가 정해진 구역을 범위(範圍), 어떤 곳의 바깥이나 둘레를 주위(周圍), 도망가지 못하도록 둘러쌈을 포위(包圍), 굳게 포위함을 견위(堅圍), 사방의 둘레를 사위(四圍), 막아서 에워쌈을 방위(防圍), 에워싸고 공격함을 공위(攻圍), 머리 둘레를 두위(頭圍), 포위한 것을 풂을 해위(解圍), 빙 둘러 에워 쌈을 환위(環圍), 달무리나 해무리 따위의 둥그런 테두리를 운위(暈圍), 어떤 환경이나 어떤 자리 등에서 저절로 만들어져서 감도는 느낌을 분위기(雰圍氣), 울타리를 둘러 치고 흙을 모아 표를 한다는 말을 위리봉표(圍籬封標),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가두어 둔다는 말을 위리안치(圍籬安置) 등에 쓰인다.
▶️ 師(스승 사)는 ❶회의문자로 师(사)의 본자(本字)이다. 왼쪽(지층의 겹)과 오른쪽(골고루 돎)의 합자(合字)이다. 옛날에는 언덕에 사람이 모여 살고 또 군대(軍隊)가 주둔했으므로 사람이 많다에서, '군대'의 뜻이 되었다. 또 사람의 모범이 되어 남을 이끄는 사람에서, '선생'의 뜻이 되었다. 사람이 많다는 뜻에서 '수도(首都)'도 師(사)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師자는 '스승'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師자는 阜(언덕 부)자와 帀(두를 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帀자는 '빙 두르다'라는 뜻을 표현한 모양자이다. 그러니 師자는 언덕을 빙 두른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師자는 본래 군대 조직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고대에는 약 2,500명의 병력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니 師자는 군인의 수가 언덕 하나를 빙 두를 정도의 규모라는 뜻이었다. 師자는 후에 '스승'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는데, 가르침을 얻기 위해 스승의 주변을 제자들이 빙 둘러 앉아있는 것에 비유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師(사)는 (1)스승 (2)고대(古代) 중국의 군제(軍制)에서, 여(旅)의 5배, 곧 2천 500인을 이르던 말 (3)조선시대 때의 세자사(世子師)를 달리 이르던 말 (4)조선시대 때 세손사(世孫師)를 달리 이르던 말 (5)고려 때 세자사(世子師)를 달리 이르던 말 등의 뜻으로 ①스승 ②군사(軍士), 군대(軍隊) ③벼슬아치 ④벼슬 ⑤뭇 사람 ⑥신령(神靈), 신의 칭호(稱號) ⑦전문적인 기예를 닦은 사람 ⑧악관(樂官), 악공(樂工) ⑨육십사괘의 하나 ⑩사자(獅子) ⑪스승으로 삼다, 모범으로 삼다 ⑫기준으로 삼고 따르다, 법으로 삼게 하다 ⑬수효가 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스승 부(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아우 제(弟)이다. 용례로는 모든 행동과 학덕이 남의 스승이 될 만한 모범이나 본보기를 사범(師範), 스승으로 섬김을 사사(師事), 학예에 뛰어나 남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사장(師匠), 스승과 제자를 사제(師弟), 스승의 의견이나 학설을 사설(師說), 가르침의 은혜가 높은 스승을 아버지처럼 높이어 일컫는 말을 사부(師父), 학식과 덕행이 높아 세상 사람의 표적이 될 만한 사람을 사표(師表), 스승의 집을 사가(師家), 스승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사법(師法), 스승과 벗을 사우(師友), 스승의 은혜를 사은(師恩), 학술이나 기예를 가르치는 스승을 교사(敎師), 병을 진찰 치료하는 사람을 의사(醫師), 학교의 부탁을 받아 강의하는 교원을 강사(講師), 은혜를 베풀어 준 스승이라는 뜻으로 스승을 감사한 마음으로 이르는 말을 은사(恩師), 으뜸 장수 밑에서 작전을 짜고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을 군사(軍師), 스승과 제자가 함께 길을 감 또는 스승과 제자가 한 마음으로 연구하여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사제동행(師弟同行), 군사를 출정시킬 때에는 엄한 군법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사출이율(師出以律), 자기의 생각만을 옳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사심자시(師心自是), 스승이 엄하면 자연히 가르치는 道도 존엄해짐을 이르는 말을 사엄도존(師嚴道尊), 스승에게서 제자에게로 법이 이어져 전해 감을 일컫는 말을 사자상승(師資相承),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과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나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은 무엇이나 내 몸가짐에 대한 깨우침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후세까지 오래도록 모든 사람의 스승으로 숭앙되는 덕과 학문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백세지사(百世之師),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으리오 라는 뜻으로 성인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하상사지유(何常師之有), 책 상자를 지고 스승을 좇는다는 뜻으로 먼 곳으로 유학감을 이르는 말을 부급종사(負芨從師),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존사애제(尊師愛弟) 등에 쓰인다.
▶️ 必(반드시 필)은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八(팔; 나눔, 필)과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의 합자(合字)이다. 땅을 나눌 때 말뚝을 세워 경계를 분명히 하여 나눈다는 데서 반드시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必자는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必자는 心(마음 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심장'이나 '마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必자는 물을 퍼 담는 바가지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 나온 必자를 보면 바가지 주위로 물이 튄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必자는 바가지나 두레박을 뜻했었다. 하지만 후에 '반드시'나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柲(자루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必자는 心자에서 유래한 글자가 아니므로 글자를 쓰는 획의 순서도 다르다. 그래서 必(필)은 ①반드시, 틀림없이, 꼭 ②오로지 ③가벼이, 소홀히 ④기필하다, 이루어 내다 ⑤오로지, 전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없어서는 아니 됨을 필요(必要),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반드시 없으면 안 됨을 필수(必需), 꼭 이김이나 반드시 이김을 필승(必勝), 필연이나 반드시를 필시(必是), 반드시 패함을 필패(必敗), 반드시 읽어야 함을 필독(必讀), 장차 반드시 이름이나 필연적으로 그렇게 됨을 필지(必至), 반드시 죽임 또는 그런 마음가짐을 필살(必殺), 꼭 얻음 또는 꼭 자기의 물건이 됨을 필득(必得), 필요하게 씀을 필용(必用), 반드시나 틀림없이 꼭을 필위(必爲), 꼭 그리 됨을 필정(必定), 반드시 명중함을 필중(必中), 반드시 앎을 필지(必知), 우편물 따위가 정해진 기일까지 틀림없이 도착함을 필착(必着), 꼭 이루기를 기약함을 기필(期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또는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필요가 없음을 불필(不必), 생각하건대 반드시를 상필(想必),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일컫는 말을 필사즉생(必死則生),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일컫는 말을 필생즉사(必生則死),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필유사단(必有事端), 틀림 없이 꼭 망하고야 맒이나 패멸을 면할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필망내이(必亡乃已),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필유곡절(必有曲折), 품은 원망을 반드시 풀어 없애고자 애씀을 일컫는 말을 필욕감심(必欲甘心), 결코 이러할 이치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필무시리(必無是理),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을 좇아야 한다는 말을 여필종부(女必從夫),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처음에는 시비 곡직을 가리지 못하여 그릇되더라도 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반드시 정리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사필귀정(事必歸正),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을 거자필반(去者必返),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덕필유린(德必有隣),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세상일은 무상하여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성자필쇠(盛者必衰), 어찌 꼭 이익만을 말하는가 라는 뜻으로 오직 인의에 입각해서 일을 하면 이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말을 하필왈이(何必曰利), 황하가 수없이 꺾여 흘러가도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결국은 본뜻대로 됨을 이르는 말 또는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다는 말을 만절필동(萬折必東) 등에 쓰인다.
▶️ 闕(대궐 궐)은 형성문자로 阙(궐)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문 문(門; 두 짝의 문, 문중, 일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모자라다, 비다의 뜻(缺; 결)을 나타내는 欮(궐)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闕(궐)은 (1)임금이 거처(居處)하는 곳의 통틀어 일컬음 (2)여러 차례 참여하거나 또는 하여야 할 일에서의 몇 차례가 빠짐 (3)많은 자리 중에서의 일부 자리가 빔. 결원(缺員) 등의 뜻으로 ①대궐(大闕) ②대궐문(大闕門) ③조정 ④흠 ⑤궐하다(마땅히 해야 할 일을 빠뜨리다) ⑥이지러지다(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없어지다) ⑦이지러뜨리다(이지러지게 하다) ⑧파다 ⑨뚫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궁(宮), 대궐 신(宸)이다. 용례로는 대궐의 안을 궐내(闕內), 대궐의 밖을 궐외(闕外), 대궐을 출입하는 문을 궐문(闕門), 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궁궐(宮闕), 대궐 안으로 들어감을 입궐(入闕), 실수나 부주의 등으로 인한 잘못을 궐실(闕失), 끼니를 거름을 궐식(闕食),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지내지 못하여 빠뜨림을 궐사(闕祀), 글자의 획을 빠뜨리는 일을 궐획(闕劃), 참여해야 할 데에 빠짐을 궐도(闕到), 군사의 정원을 채우지 아니하여 부족이 생기게 함을 궐립(闕立), 차례가 되었는데도 번을 서지 않고 빠짐을 궐번(闕番), 종자가 부족함을 궐종(闕種),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거두어들이는 종이를 궐지(闕紙), 죄인에 대하여 추문하는 일을 하지 않음을 궐추(闕推),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모자람을 궐핍(闕乏), 일을 할 장정이 없는 집을 궐호(闕戶), 문장 중에서 빠진 글자나 또는 빠진 글귀를 궐문(闕文), 문장 가운데 빠진 글자를 궐자(闕字), 벼슬아치가 결근함을 궐사(闕仕), 지위가 빔 또는 그 지위를 궐위(闕位), 참여한 일에나 장소에 빠짐을 궐참(闕參), 가난하여 끼니를 거름을 궐취(闕炊), 한참 동안 빠지거나 궐함을 구궐(久闕), 빈 자리를 만듦을 작궐(作闕), 자기의 부족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온 힘을 기울이는 일을 공궐(攻闕), 벼슬아치가 자리를 오랫 동안 비움을 광궐(曠闕), 일정한 수량이나 정도에 차지 못하고 모자람을 흠궐(欠闕), 반드시 하여야 할 일을 지체하여 빠뜨림을 계궐(稽闕), 벗어나거나 빠짐을 탈궐(脫闕), 문이 겹겹이 달린 깊은 대궐을 일컫는 말을 구중궁궐(九重宮闕), 의심이 나는 일은 억지로 자세히 캘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의자궐지(疑者闕之), 상소할 때에 도끼를 가지고 대궐문 밖에 나아가 엎드리던 일을 일컫는 말을 지부복궐(持斧伏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