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시가 길을 내거나 공원을 만들기 위해 해당 구역에 있는 집을 헐 때는 철거민에게 감정가로 계산한 보상금에다 아파트 분양권(딱지)을 준다.
하지만 28일부터는 딱지를 주지 않고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 철거민에게 딱지를 준 것은 영세민의 집을 헐었기 때문에 살 집을 공급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딱지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에서 딱지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6일 이런 내용으로 ‘서울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 공급규칙’을 고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상 면적 40㎡ 이상이면 전용 85㎡ 이하 임대주택 받아
시는 다음 주 입법예고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뒤 28일부터 새로운 규칙을 시행할 계획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은 철거민 규칙과 관계없이 새로 짓는 주택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영세한 철거민들은 ‘딱지’를 받아도 분양대금을 낼 돈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입주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며 “이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려면 분양권보다 임대주택 입주권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철거민 ‘딱지’는 1970년대 후반 서울시가 도로ㆍ공원ㆍ학교 등을 만드는 도시계획 사업을 할 때 철거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도입했다. 문제는 당장 돈이 급한 철거민들이 대부분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딱지’를 팔아넘기면서 생겼다.
당시에는 아파트 분양가가 실제 거래가격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딱지’를 산 투기꾼들은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6년)에는 ‘딱지’ 거래를 둘러싼 사회 부조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93년부터 딱지를 사고 파는 것을 금지하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도 강화했다. 그러나 은밀하게 ‘딱지’를 사고 파는 게 끊이지 않았다. ‘딱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철거 예정 주택에 투기꾼이 몰려드는 일도 생겼다.
서울시의 이번 조례규칙 개정은 철거민 보상정책을 30여년 만에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임대료가 비교적 싸기 때문에 영세민이 실제로 살기엔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분양권과 달리 웃돈을 받고 팔 수 없어 재산으로서 가치는 적다.
서울시는 철거 보상면적이 40㎡ 이상이면 전용면적 85㎡ 이하 임대주택을, 보상면적이 40㎡ 미만이면 60㎡ 이하 임대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철거되는 집의 주인이 아닌 세입자에겐 50㎡ 이하 임대주택 입주권을 준다.
☞철거민 '딱지'=법률에서 정한 철거 보상금과 이사비에다 추가로 서울시가 건설하는 아파트의 분양권을 특별 공급하는 것. 과거 종이로 된 증명서를 나눠줬기 때문에 '딱지'라는 말이 붙었다. '딱지'가 있더라도 분양대금은 정상적으로 내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선 ‘법률에 근거가 없는 단순한 행정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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