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권오은 기자 입력 2021.06.28 06:00
건설·자동차·조선 호황에 생산 늘리고 가격도 인상
2분기 영업이익 4150억원 전망… 사상최대치 육박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모습. /현대제철 제공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업계 분위기가 1년새 180도 달라졌다.
건설·자동차·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이 살아나면서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철광석 등 원자재값 강세를 지렛대 삼아 제품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도 개선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돌아가고 있다. 당
진제철소는 쇳물부터 철강재 생산까지 모든 공정능력을 보유한 일관제철소로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철근, 특수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은 자동차에, 후판은 조선에, 철근은 건설에 주로 쓰인다.
현대제철 제공
◇ 6월 후판 생산량 25% 늘려… 냉연도 최대치 생산
지난 25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2후판공장. 1200도(°C)로 시뻘겋게 달궈진 슬라브(Slab)가 눈에 띄었다.
설비를 따라 움직이던 슬라브는 압력을 가해 길게 늘려주는 압연기로 들어갔다.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을 뿌릴 때마다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압연 과정을 마치고 나온 슬라브는 8m에서 60m로 길어졌다.
송진원 당진제철소 책임매너저는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이어서 덜 늘어나는 편”이라며 ”열연강판은 10m 길이의
슬라브가 1㎞까지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당진제철소 후판공장은 연간 250만톤의 후판을 생산할 수 있다. 조선업계에 절반가량을,
나머지는 건설업계와 에너지설비업계 등에 판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수요산업이 움츠러 들면서 후판 생산량이 줄었으나
올해는 수급이 빠듯하다. 건설업계 수요가 견조할 뿐더러 조선업계도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후판 생산량은 전년 5월보다 8% 늘었다. 이달에도 지난해 6월보다 생산량을 25%가량 늘릴 계획이다.
다른 제품 공장도 마찬가지였다. 2냉연공장은 정비·수리 등을 위한 며칠을 제외하고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냉연강판은 2.5㎜ 두께의 열연코일을 냉간압연한 뒤 열처리해 1㎜가량의 두께로 만든 제품이다.
A4용지 2장을 겹친 것과 같은 0.25㎜ 두께 제품도 생산할 수 있다. 아연도금을 해 거울처럼 빛나는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 외부에, 일반 냉연강판은 내부에 쓰인다.
당진제철소의 냉연강판 최대 생산량은 연간 450만톤인데 현재 완전 가동중이다.
완성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로 부침을 겪었지만, 수출이 탄력을 받으며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철근공장에는 완제품이 2~3단만 쌓여있었다.
송 책임매너지는 “건설업계에서 수요가 많다보니 제품이 바로바로 나가 평소보다 재고가 적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제공
◇ 조선용 후판·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에 수익성↑
철광석 등 원재료 비용이 올랐지만 제품 가격이 크게 뛰며 수익성도 좋아졌다.
철광석 가격은 1년새 2배가량 올라 현재 톤당 200달러를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열연강판 가격은 유통가 기준 톤당 66만원에서 130만원까지 올랐다.
대형 협상에서도 가격 인상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업계는 상반기 조선업체들과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원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 역시 톤당 5만원 인상에 성공했다.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만이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이 2분기에 4150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15년 2분기(4332억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0배 가까이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오는 3분기에도 열연강판값을 유통가 기준 톤당 10만원 올릴 계획이다.
냉연강판 가격 인상도 저울질하고 있다. 하반기 조선용 후판값과 자동차용 강판값 모두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주요 수요산업 가운데 건설업계는 3분기가 장마 등의 영향으로 비수기로 꼽히지만,
자동차·조선업계는 수출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익성 개선과 실적 기대감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수소공장 앞에 코크스 가스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TSA 설비가 서있다. /권오은 기자
◇ 코크스 가스 15m 원통들 거치며 ‘수소’로 재탄생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미래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비전 2030′에 발맞춰
당진제철소 수소공장에선 순도 99.999%의 수소 ‘파이브나인’을 생산하고 있다.
수소공장 앞에는 ‘전기집진기’ ‘흡착탑’ ‘TSA’ ‘PSA’ 등으로 불리는 높이 15m 안팎의 원통형 타워들이 서있었다.
코크스 가스가 지나는 통로다.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들 때 코크스(석탄가루를 고열 처리해 만든 덩어리)가 필요한데
제조와 연소 과정에서 코크스 가스가 나온다.
코크스 가스에는 약 56%의 수소가 함유돼 있다. 원통형 타워를 지나면 코크스 가스에서 타르와 황, 메탄, 일산화탄소 등이
차례로 걸러지고, 압축과 추출 과정을 통해 순수한 수소로 재탄생한다.
수소는 인근 하이넷과 SPG 수소출하센터에 판매한다. 남은 코크스 가스도 다시 제철소로 보내 전력 생산에 쓰인다.
이승민 유틸리티설비팀장은 “수소 생산에 있어 ‘순도’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수소에 질소 등 불순물 비중이
늘면 공급을 중단하고, 산소가스가 높아지면 아예 멈춰서도록 설계가 돼있다”고 했다.
당진제철소 수소공장에서는 현재 연간 3500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연간 2만㎞씩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1만7000대가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제철은 수소 생산량을 2025년까지 연간 4만톤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