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
♡
오랫만에 늦잠에서 깨어 늦은 아침을 먹고
늦게 일어 났는지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출근한 아내.
흩어진 옷들을 세탁기에 넣으며
오래전 읽었던 위 詩가 문득 생각났다.
나도 내 향기를 전하고 싶어
피죤 두방울을 떨어 뜨렸다.
차마 눈물까진 흘리지 못하고..
연차 휴가를 낸 날..
빨래하고..집안 청소하고..
반려견 산책 시키고..목욕 시키고..
냉장고에 남은 무우를 썰어 깍두기를 담근다.
절여둔 무우에 양념을 넣고
간이 잘 베이도록 박박 문질러 주고
시원한 맛을 위해 사이다 조금 넣고
김치통에 담아 하루 숙성하기 위해 배란다에 놓고..
퇴근시간에 맞춰
아내가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준비한다.
육수 끓이고..면 삶아 채에 받쳐놓고..
계란 지단 붙이고
호박, 양파, 당근 볶아 고명 만들고..
숨죽였던 배추에 양파와 당근을 넣어 섞어주고
고추가루,설탕,매실청,새우젓, 갈치액젓으로
양념을 만들어 겉절이를 무치고..
나는 왜 살림하는게 이리도 재미 있을까?
전생에 어느 왕조 수랏간 상궁쯤 했을라나
돈 버는 재주만 있더라면
특등 남편감 이었을텐데..아쉬워라
국수를 맛있게 먹으며
당신이 최고라는 칭찬 한마디에
주말엔 내 전문 특허인
소고기샤브샤브를 해 주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카페 게시글
◆삶의 길목에서
살림 하는 남자
푸른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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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7
23.09.14 05:2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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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사람
울 마누라두 이렇게 생각해 주면 좋겠네요 ㅎ
감사합니다
와우~~ 놀면서도 손도 까딱 안하는 완전진상 삼식이 종간나섹휘들도 많은데 정말 머찐 남편이세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아요^^
형님의 동거할매 사랑보다 더 하겠습니까?
늘 유쾌하게 사시는 모습이 부러운 1人 입니다
와우, 먹음직 스럽게
때깔도 고운 깍뚜기에 침샘이 ,,
아직 식전이라
한웅큼 동냥이라도 하고 싶어 지네요
나에겐 "꿈속의 사랑" 이겠지요?
ㅎ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수 있어요
화이팅 입니다
멋찐 남편 다정한 남편이군요 문득 내남편도 나에대해 저리 애틋한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맘속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수도 있지요
전 떠벌리는 타입이라 실속은 없어요
깍투기 익혀서 먹을때
더 맛날거 같아요
100점 남편잇네요~
지난번 담갔던 깍두기를 먹고 우리 딸 왈
와..설렁탕 집에서 파는것 보다 훨 맛있다.
아빠 우리 김치 장사 해볼까?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오늘도 또 무우사러 갑니다 ㅎ
박영희 시인의 시는 하도 유명하여 알고 있었지만....
시만큼 멋진 글.
감탄하며,
그리고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이리 좋은 글을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