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답 시조로는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와 태종 이방원의 하여가가 유명합니다.
오늘은 화담 서경덕, 백호 임제, 송강 정철에 관한 화답 시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당대 최고의 기생 황진이가 당대 최고의 도학자 화담 서경덕에게 글을 배우러 다녔는데
한 동안 황진이의 발길이 뜸하자 서화담이 황진이 생각에 홀로 시조를 읊었습니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귄가 하노라
이 시조를 문 밖에서 듣고 있던 황진이가 아래와 같이 화답했습니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데
월침 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는 닙 소리야 낸들 어이하리오
이 두 수의 시조를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아주 연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백호집(白湖集)』에 전하는 백호 임제와 평양의 기생 한우(寒雨)가 주고 받은
화답 시조입니다.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雨裝)없이 길을 가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백호의 이와 같은 시조를 받아서 한우(寒雨)는 다음과 같이 화답했습니다.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백호 임제의 은근한 소청을 기꺼이 받아들인 기생 한우의 솜씨가 멋집니다.
3.
송강 정철(鄭澈)이 평안도 강계로 유배되어 기생 진옥(眞玉)을 만나 농담조로 던진 시조인데
진옥이 즉시 화답시를 읊어서 정철이 그녀의 재치와 재능에 탄복했다고 하는
화답 시조입니다.
옥(玉)을 옥이라커늘 번옥(燔玉)으로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적실(的實)하다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쑤셔 볼까 하노라
철(鐵)이 철이라커늘 섭철(鍱鐵)로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 볼까 하노라
번옥(燔玉) : 인공으로 만든 가짜 옥
섭철(鍱鐵) : 불순물이 많이 섞인 잡된 철
정철(正鐵) :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