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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밀양’ – 무시무시한 걸작 | ||
[이동진 닷컴 2007-05-02 10:08] | ||
암연(暗淵)이다. 삶이라는 부조리다. 세상이라는 수수께끼다. 1일 첫 시사회를 갖고 뚜껑을 연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5월24일 개봉)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호흡으로 관객을 끝없이 빨아들이는 걸작이었다. 생(生)의 의미와 무의미 사이, 서슬 퍼런 경계의 칼날에 제겨디딘 채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이 영화는 인간의 전쟁을 처절한 용기로 끝끝내 치러낸다. 여기에 값싼 카타르시스 따윈 없다. 푸른 하늘을 올려찍는 쇼트로 시작하는 ‘밀양’은 햇볕 따가운 마당을 내려찍는 쇼트로 끝맺는다. 첫 장면의 하늘은 드넓고 푸르기 이를 데 없지만, 자동차 유리창을 통해 비춰진 간접적 광경이다. 마지막 장면의 땅은 좁고 옹색하기 짝이 없지만 직접적인 풍경이다. 하늘은 멀거나 불투명하고, 땅은 좁거나 생생하다. 언뜻 기독교적인 세계관의 강렬한 자장 속에서 신을 논하는 듯한 이 영화는 사실 소화할 수 없는 고통을 꺽꺽대며 삼키려는 인간에 대한 영화인 것이다. 혹시라도 ‘밀양’을 반기독교 영화로 읽어낸다면, 그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영화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세심한 장치들까지 들어 있다. 용서조차 소유할 수 없고 절망만이 온전히 인간의 몫이 되는 삶에서, 인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저마다의 몸부림을 힘에 부치도록 겪어낸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신애(전도연)는 어린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간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종찬(송강호)은 피아노 학원을 열고서 의욕적으로 새출발하려는 신애를 마음에 두고 그녀 곁을 맴돌며 도움을 주려 한다. 개업 인사를 다니고 다른 학부모들과도 적극 교류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신애에게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아들이 유괴되어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그에게 이웃이 신앙을 권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또다시 유괴 이야기냐고 지레 푸념하지 말 것. 이 영화는 모든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제껏 한국영화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아예 외면한다면 모를까, 일단 극장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당신은 이 어둡고 위엄 있는 이야기의 마력에 사로잡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30페이지 남짓한 이청준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핵심 모티브와 범인의 직업 정도만 빌려왔을 뿐, 이창동 감독은 거의 전면적으로 살을 붙이고 뼈대를 바꾸어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여자배우와 남자배우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연기의 폭과 깊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내던진 채 낮고 또 낮아져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캐릭터를 맡은 전도연은 처음 유괴범의 전화를 받으며 심하게 떨 때, 걸리지 않는 자동차 시동에 발악할 때, 처음 찾아간 교회에서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다가 통곡으로 바꿀 때, 촬영이 끝난 후의 그녀 모습이 못내 걱정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몰입력을 보여준다. 송강호는 캐릭터의 색깔과 동선을 한 눈에 파악한 채 어디까지 나아가면 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배우다. 어차피 이 이야기가 신애의 것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심각한 주제의 표면을 이리저리 미끄러지면서 관객에게 숨쉴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준다. 이창동 감독의 가장 어두운 영화에 가장 유머가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종찬의 시각에서는 이 영화가 멜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신애의 입장에서도 이 작품이 사랑영화라고 우기는 것은 온당한 발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밀양’은 결국 신애라는 인물 혼자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이 송강호의 앞모습에 대한 영화였다면, ‘밀양’은 전도연의 뒷모습에 관한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유괴 사실을 알고서 누군가의 도움을 찾아 밤거리로 뛰어나갈 때 전도연의 뒷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 카메라는 이후 영화가 마음의 계곡을 저공비행할 때마다 그녀의 상처받은 등을 처연히 바라본다. 허세를 부리고 위엄을 가장하고 예의를 차리는 앞모습이 아니라, 부르르 떨리거나 초라하게 말리는 ‘위장할 수 없는 뒷모습’을 아프도록 생생하게 응시하는 영화인 것이다. 동시에 스타일적으로 ‘밀양’은 “왜 그 형식이냐”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는 드문 작품이기도 하다. 왜 내내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왜 신애가 비극의 현장으로 다가가는 장면은 멀리찍기로 담았는지, 왜 어떤 장면들은 유리창을 필터로 사용해서 찍었는지, 왜 위악적인 특정 장면은 아예 인물을 거꾸로 놓고 클로즈업으로 포착했는지에 대해 이 영화는 제대로 답한다. 혹시 이 이야기는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한 여자의 일회적이고 예외적인 참극이 아닐까. 만일 밀양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갔더라면, 그녀는 보란 듯이 새로운 삶을 행복하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극이 막을 내릴 즈음 신애의 남동생이 묻는다. “밀양은 어떤 곳이예요?” 차를 몰던 종찬이 답한다. “똑같아예. 딴 데 하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예.” 아, 정말이지, ‘밀양’은 사무치는 가슴 통증 없이는 볼 수 없는 무시무시한 영화다. |
첫댓글 워낙 전작들이 다 엄청난 명작이기 때문에.. 기대도 큽니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당시 이영화는 한국 영화의 중흥기를 가져오는 영화중 하나였죠.. 정말 소름 돋는 연기와 연출...), 오아시스
전도연 송강호 주연만 아니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가 줄 수 있는 영화였을 텐데...평이 좋아 봐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리 안 내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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