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이젖다
요지음 호주머니가 달랑달랑하여 돈이 필요하든 차에 생각지도 않던 돈이 들어왔다 쥐꼬리만한 국민연금이 거덜나지 않을가 조마조마하던 차에 재난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공짜 돈이 들어온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지고 돈을 써야할 사람들이 너나없이 활동이 부자스러운 관계로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재난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못사는사람은 물론 잘사는 사람들 까지도 서슴없이 국고를 털어 나누어 주는 돈이니 공돈처럼 쓰라는 것이다 비록 몇푼 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술한잔 나눌수있어 그런대로 체면유지가 된것같다 그러다 보니 재난 지원금이 결과적으로는 내가 지인들과 술한잔 할수있는 체면 유지비로 둔갑한것이다 어째든 이돈은 꼭 꼬집어 어떤곳에 써야된다고 명시를 하지 않았으니 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다 어제 당신이 술을먹고 이제는 얼마 남아있으니 어서 쓰시오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어서 쓰라는것이다 참으로 좋은세상 오래살고 볼일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떼놈이 받는다고 겨우 그까짓 몇푼가지고 제돈인양 생색내는 짓 또한 가증스럽다
언젠가 벌써 오래전 일이다 학창시절에 같이 문학동아리 회원이던 친구녀석 하나가 어깨를 흔들며 찾아왔다 가마득히 잊고 살던 녀석이였는데 어찌 내주소를 알았는지 반갑다며 자기사무실로 한번 놀러 오라며 명함을 내민다 아름아름 친구들을 통하여 대강의 소식은 알고 있었던터라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명함에는 웬놈의 이력서가 그리도 많이 달려있는지 잔글씨로 꽉차있다 이력서 자랑이라도 하려는것이 선듯 눈에 들어온다
oo 당 조직위원장 이라면서 이번에 공천을 받았으니 도와 주어야 겠다는 것이다 사무실은 생각하던것 이상으로 넓고 중앙에는 커다란 명판을 올려놓은 책상이 자리하고 군데군데 화환들로 그득하다 날보고 이천명 정도만 확보해 달라며 우선 아쉬운대로 쓰라며 뒷 주머니에 묵직한 봉투를 찔러준다 아다시피 너도 생활하는게 뻔한데 이리해도 되느냐고 하니 씩웃으며 어깨를 툭친다 자주와 ! 매일 매일와도 좋고 ! 가능하면 좋은소식을 많이 가지고오면 더욱좋고! 녀석과 둘이앉아 불고기 굽고 있는동안 떡대같은 놈들 여러명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신경쓰지말고 싫건 먹고 배가 꺼질때 까지 뛰어봐-
때로롱 ! 전화가 울린다 또 녀석이다 왠지 녀석에게 코가 꿴거같아 기분이 썩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갑다고 가겠노라 했다 이판에 여기저기 알만한 사람들을 불러서 같이 저녁을 하면서 녀석과는 금석지교 이고 백아절현이고 간담상조며 관포지교라고 너저분하게 늘어 놓았다 한참 흥이 돋울 때쯤해서 불러달라는 녀석을 불러다 이력서를 줄줄 읽어주기도 했다 한번 두번 다섯번 여섯번 갈때마다 여전히 뒷주머니로 녀석의 손이 들락날락 하는것이 예사로 여겨지면서 이제는 기다리기라도 한듯 당연한것 처럼 나도 서서히 속물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 ooo선생님 집에 계십니까 - 한참 저녁 식사하려는 참인데 통장이 불러 먹으려던 저녁상을 물리고 나갔다 통장과는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지만 같이 어울려 서예도하고 자주만나 술자리도 하는 사이이다 문앞에 새카만 트라젯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있다 더러는 안면은 있어도 그리 교류가 없던 사람들이다 갑자기 납치되는 기분으로 뒷좌석에 실려 어디론가 가드니 삐까번쩍하는 궁궐같은 집앞에서 멎는다
잘오셨슴니다 오늘 동네 어르신을 뫼시고 저녁이나 하려고 준비하였슴니다 미리미리 연락드리지 못하고 갑자기 초대하여 죄송합니다 알수있는 사람이다 직접 상대는 않했어도 메스컴이나 신문 지상을 통하여 익히 들어오던 배불뚝이 이다 널다란 상에는 진수성찬으로 꽉차있다 주인은 별다른 말없이 그냥 술잔을 공손히 돌리기만 한다 평소 같으면 코빼기도 내밀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슨 잘못이 있길래 이리도 굽신거리며 두손을 비비는지 연신 허리를 숙이고 또 숙인다 평소에는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건만 오늘따라 겸손하고 차분한 모습을 하고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해도 주인이 너무나도 낮은자세를 하니 먹는것이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화기애애할 자리건만 서로가 할말을 찾지 못하고 꾸역꾸역 먹기에만 바쁘다 그는 끝내 이력이 줄줄 딸린 명함은 내밀지않는다 아시다 시피 메스컴이나 신문지상을 통하여 들은바와 같노라고 곁에서 말숙하게 차려입고 정중한 자세로 서있는 젊은이의 간단한 소개뿐이였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집까지 태워다 주드니 작은 선물이라며 커다란 박스한개를 힘겹게 내려주고는 떠나 버린다
이거야말로 양다리 걸치게 생겼으니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것은 자신이 아닌 남의 이목때문이다 그야 먹는것은 마음대로 싫컨 얻어먹고 찍을때는 양심까지 팔지 말라고한다 그러나 관포지교가 없는 누군가는 아무래도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많이 얻어먹은놈 고향이비슷한놈 아름아름 아는놈 아니면 잘생긴놈에게 동그래미를 하지 않을가 생각된다
얻어먹고 침뱉는 사람없다고 한다 갑이든 을이든 누구가 헛기침 하드라도 얻어 먹었으니 양심상 먹은 값을 지불하여야 하는것이 예의 인것같아 결국은얻어먹은 죄인이 된다 [아무튼 세상] 에서는 서로 더 못주어 안달을 하고있다 우리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속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 보릿고개를 넘기려고 익지도 않은 풋보리 목아지를 따다가 솥에다 말려 갈아서 죽을 쑤어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보리릿개를 견디지 못하고 장리長利쌀 을 얻어다 가족들 살리려고 이유없이 굽씬거려야했다 장리란 춘궁기에 쌀 한가마니를 얻어다 먹게되면 가을이 되어 50%내지 100%를 더해서갚는 불문률의 제도였다 이자 치고는 고리대금이나 다를바 없는 그들만의 착취였지만 누구 한사람도 그걸 착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먹고 살아가야하니 오히려 그들에게 감지 덕지하며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 거리던것이 그당시의 현실이였다 그렇게 절박하든 시절에 살아온 기성세대들은 요지음 때아닌 호강에 젖어 있다 세월이 변해도 너무변하다 보니 참으로 좋은세상이 오히려 어리둥절 할뿐이다
사정하지 않아도 주겠다는 너그러운 주인에게 이제는 또다시 굽실굽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알고보면 가랑비에 옷 젖드시 너그러운 주인의 불랙홀에 점점 빠저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모르고 있다 이래서 이왕이면 크고 많이 인심 쓰는 놈에게 편이 되어주는것은 당연한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줏대없는 바보로 되고있다 그런데 아이로니 하게도 어느놈도 자기 호주머니의 것을 절대 끄내지 않는다
지금 내가 얻어 쓰고있는 돈은 어느녀석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아들 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가불해서 나오는 돈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무심히 공짜 돈을 받아 쓰고 공짜음식을 배부르게 먹은것이 왠지 후세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할뿐이다 내가 쉽게쓰는 만큼 후손들이 그만큼 더힘들게 땀을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 재난 지원금이란 것이 이리도 꼭 필요한것일가 대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불편을 모르는 돈이건만 경제활성화란 미묘한 덫에 갇힌 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생각은 쓸데없고 부질없는 생각인것같다 혼자만이 위선자인척 하는것도 오히려 꼴 사나운 일이 아닌가 아무튼 다들 아무생각 없이 잘쓰고 이빨을 쑤시고 거드름 떤다 차후 세대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것이다
나도 옛날 고생깨나 했는데 세상이 좋아지니 허울좋은 지원금을 조금 얻어 쓰는게 무슨 나무랄 일이라고! 세상사 둥글둥글 돌아가는것이고 너희들 세상엔 너희들 재주껏 사는것이 아니겠니 ! 요지음 애비 에미 잘만나서 금수저 덕을 톡톡히 보면서 땀한방울 흘리지않고 호의호식 하는가 하면 남의돈 삥땅해서 세상걱정없이 잘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아주 쉽게 볼수가있다 말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치나 살피며 살아야하는 바보 병신 같은이들 등처먹고 사는사람들이 잘사는세상이라고 입방아를 찧고있다 그런데 얼마 않되는 공짜돈 생겨서 모처럼 마음놓고 삼겹살에 막걸리한잔 먹은것뿐인데 !
그래도 아무튼 미안하다 가득이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있는돈 없는돈 끌어다 어렵사리 대학을 나와도 번듯한 직장하나 구하지 못하고 하늘에 별따려는 젊은이 ! 아무리 벌어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면 오두막집이나 전세집조차도 엄두도 못내는 젊은이 ! 전세라도 작만하려면 먹지도않고 쓰지도않고 수십년을 살아야 된다는 해괴망칙한 세상사 ! 아무튼 세상에서는 이런 개같은 일이 버젓히 벌어지고 있다
아마 먼훗날 그들은 주제도 모르고 덥썩 덥썩 받아 먹은 아버지 할아버지를 원망 하게될지 모른다 아니 반드시 원망할것이다 세상에 부모 잘만나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떵떵거리며 호의호식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좋을가 하지만 땀을 흘리면서도 살아가기 힘든세상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대할가 반드시 땀을 흘린자만이 얻어야 하는것이 진리이다 정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잘살아야하는 것이 또한 진리이다 그런데 어떤놈은 대가리 피도 마르지않은 주제에 집을 샀다고 한다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호의호식하고 외제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이들은 누구일가 참으로 세상 희한한 세상이다 이게 과연 평등이고 기회고 공정하냐고 말할수 있을가 그러면서도 삼겹살 한점 막걸리 한잔으로 자손의 피땀을 가불해서 쓰면서 희히덕 거리고 있는것이다 아무튼세상은 이렇게 가랑비에 옷이 젖는줄 모르고 희희낙낙하며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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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경 제 닭 잡아 먹는다' 고 했지요. 결국은 내몫인 것을...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주는 대로 받아 먹다 보면 거덜나지 않을까 싶고
모든 국민이 춘암님처럼 혜안을 가져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부끄럽습니다
눈을 딱 감고 흐름에 맟추어 살다보니 얻어먹으며 떳떳한 죄인이 되였슴니다
복지를 들여다 보면 주인앞에서 재롱떠는 애완용 강아지가 생각납니다
부스럭지를 주워 먹을때마다 재롱떠는 !
복지는 결코 허울좋은 이름 같기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