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금치는 왠지 토종 채소가 절대 아닐 듯합니다.
들판에 나물로 자생하지는 않지만
늘 보아온 배추와 무의 중간쯤 되니 반드시 생김새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
이는 순전히 ‘뽀빠이, 도와줘요’를 외치면 팔뚝이 유난히 굵은 해군 하나가
시금치 캔 하나를 삼키고 악당을 물리치는 애니메이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방언에서는 ‘시근초, 시근치, 시금채, 신금치’ 등으로 나타나니
그 이름은 한자로 지어진 것일 듯한데 그 과정이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시금치를 눈여겨보면 붉은 뿌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채소는 붉은 뿌리의 채소란 의미의 ‘적근채(赤根菜)’란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적근채’와 ‘시금치’는 말소리의 변화로 설명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지요?.
혹시 중국어와 관련이 있나 해서 찾아보면
오늘날 시금치의 중국어는 ‘보차이(파菜)’입니다.
일본에서는 ‘호렌소(파 草)’라고 하니 역시 관련이 없습니다.
‘赤根菜’를 오늘날의 중국어 표준발음으로 하면 ‘츠건차이’입니다.
그런데 중국어의 발음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금치는 ‘赤根菜’를 ‘시건차이’ 정도로 발음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건차이’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언형으로 남았고,
그중의 하나인 ‘시금치’가 표준어로 제정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의 중국어에는 ‘赤根菜’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지만,
오히려 우리말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채(菜)’로 끝나는 채소들은 한자를 바탕으로 이름이 지어진 것이니
한자를 같이 쓰는 한·중·일 세 나라의 채소 이름도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유채와 청경채가 다른데
중국의 ‘유차이(油菜)’는 우리의 청경채입니다.
아예 다르면 애초부터 조심할 텐데 이렇게 같고도 다르면 실수하기 십상이지요.
그럴 때는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뽀빠이는 물론 외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겠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돼지감자라고 부르는 것이 아메리카 인디오들은 감자로 여긴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