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추풍령휴게소
대회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 추풍령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총무님이 미리 준비한 김밥과 빵을 나누었고
일찍 일어나 허기진 보성 씨가 맛있게 먹었다.
화장실에 들렀다 다시 차에 오르는데 우리가 탄 차에 경고등이 떴다.
무슨 일인지 도우려 내리자 보성 씨가 말했다.
“빨리 타세요. 시간 없단 말이에요.”
보성 씨 재촉에 웃음이 터지며 분위기가 밝아졌다.
금방 고치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회원들이 보성 씨에게 말했다.
“재촉하는 걸 보니까 예전의 보성이가 아니야.
예전에는 어색해서 그랬는지 조용하더니 이제는 말도 잘하네.
많이 기대되는가 보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밝아진 것 같아 보기 좋다며 회장님이 말했다.
#3. 신발 끈
대회 장소에 도착하니 형형색색의 마라톤 복장과 운동화로 인산인해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고조된 긴장감이 보성 씨가 작년에 참가했던
거창사과마라톤대회를 떠올리게 했다.
어렵게 주차하고 내려 몸을 풀었다.
곧 달리게 될 코스를 가볍게 뛰며 몸을 풀었다.
회장님은 오늘 보성 씨와 함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당부했다.
회장님이 달리자고 하니 보성 씨가 잘 따랐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을 보고 나아갔다.
“어, 잠시만. 보성이 신발 끈 다시 묶어야겠네. 이리 와 봐.”


달리다 끈이 풀릴 수 있으니 회장님이 다시 묶어 주겠다고 했다.
회장님 말에 따라 보성 씨가 난간에 발을 올리고 회장님 어깨를 짚으며 균형을 잡았다.
끈을 다시 묶으며 회장님이 보성 씨에게 말했다.
“보성이 저녁에 많이 뛰었지? 그 기분으로 하면 돼.
출발해서 들어올 때까지 끝까지 같이 와야 돼. 알겠지?”
매듭 짓고 남은 끈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정리한 보성 씨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4. 출발 전
차분히 달리는가 싶던 보성 씨가 대회 분위기에 들떴는지 보폭을 크게 하며 뛰었다.
호흡도 따라 금세 가빠졌다.
집중하며 앞만 보고 달려야하는데 종종 뒤를 돌아보며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몸풀기를 마치고 돌아와서 회장님이 보성 씨에게 말했다.
“마음이 앞서서 그래, 보성이가. 천천히 하면 돼. 기분 괜찮지?”
“네!”
“그래. 오늘은 같이 천천히 달리자. 빨리 안 뛰어도 돼. 마라톤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저녁에만 달리다 낮에 뛰는 것은 오랜만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기록은 염두에 두지 않고 적당히 달리다 걸어서 돌아오기로 했다.




#5. 드디어 출발
‘탕!’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소리가 들리자 보성 씨가 움찔하며 놀랐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이고, 보성이 괜찮아? 출발할 때 나는 소리야.
무서운 거 아니니까 괜찮아. 손 꼭 잡자.”
회장님이 보성 씨 손을 꼭 잡으며 안심시켰다.
코스별로 출발 시간이 달랐다.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하프 먼저, 그 다음은 10km, 그리고 마지막이 5km였다.
“가요? 가요? 지금 가요?”
보성 씨는 5km 참가자라 가장 마지막에 출발하는데,
앞 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할 때마다 회장님과 직원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얼른 출발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성 씨, 우리 출발할 때 말해줄게요. 조금만 기다립시다.”
“네! 기다리는 거예요?”
시간이 되어 출발선 앞에 섰다.
“보성아, 이제 ‘탕’ 소리 나면 우리 출발하는 거야. 소리에 맞춰서 가자.”
“3, 2, 1, ‘탕’.”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다섯 시에 일어나 준비한 대회, 드디어 출발이었다.
달리는 내내 회장님이 보성 씨와 함께했다.
때로는 구령을 맞추고 때로는 호흡을 챙겼다.
종이컵에 든 시원한 물을 보성 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6. 완주 후 휴식
보성 씨는 회장님 손을 잡고 5km 코스를 완주했다.
반환점에서부터는 뛰지 않고 걸어서 작년보다 많이 늦었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작년 여름, 전임 직원과 전담 직원 손을 잡고 5km를 완주하면서 마라톤 동호회를 꿈꾸었는데
오늘은 마라톤 동호회 회장님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혼자 살고 싶어요.’ 한 마디에서 배종호 아저씨의 자취가 시작되었고,
‘아저씨에게 무언가 집중하는 일이 어울릴 것 같다’던 생각에서
‘토정 배종호’ 역사가 시작되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보성 씨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완주 기념메달을 손에 쥐고 거창마라톤클럽 천막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화달과 목달에서 뵌 기억이 없는 회원이 다른 회원에게 보성 씨에 대해 물었다.
질문을 받은 분이 ‘보성 씨도 우리 회원’이라고 대답했다.
“아, 우리 회원이야? 어려 보여서 나는 또 누구 아들인 줄 알았네.”




#7. 첫 완주 축하 케이크
대회를 마치고 회원들과 대회 장소 인근 목욕탕에 들렀다.
깨끗이 씻고 상쾌한 몸으로 나와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흑돼지구이.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할 때까지 보성 씨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식당에서 다시 카페로 이동했다.
문을 닫은 초등학교가 캠핑장과 카페로 꾸며진 아름다운 곳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하루의 고단함을 씻는 듯했다.
그때 어디선가 케이크가 등장했다.
보성 씨를 비롯한 신입 회원들의 첫 완주를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거란다.
식당에서 회장님과 매니저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케이크를 사러 다녀오신 모양이었다.
“첫 완주를 무사히 마친 회원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다 같이 축하하고 보성 씨가 대표로 촛불을 불어주세요.”
‘후, 후, 후.’ 보성 씨가 세 번에 나누어 세 개의 촛불을 껐다.
박수가 쏟아졌다. 보성 씨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8. 집에 돌아와서
메달을 목에 건 보성 씨가 집에 돌아와 다시 축하를 받았다.
월평빌라 직원과 이웃들이 보성 씨를 격려했다.
입주자 대표님이 보성 씨 메달을 보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이거 보성이가 딴 거 맞죠? 아이고, 잘했네. 축하합니다.”
그 말이 좋았는지 보성 씨가 한참 웃었다.
완주 메달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좋아 보성 씨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두고두고 추억할 순간이라 생각했다.
“자, 보성 씨 찍을게요. 여기 보고 활짝 웃어주세요. 하나, 둘, 셋!”


2019년 7월 28일, 보성 씨도 직원도, 어쩌면 거창마라톤클럽 회원들도
오늘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2019년 7월 28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와~ 보성 씨 표정을 보면 다 알 수 있네요. 함께 뛰어 주신 회장님과 첫 완주를 축하해 주신 회원분들, 먼길 이른 아침 동행해 주신 정진호 선생님, 무사히 완주한 보성 씨, 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달리면 어떨까 하던 보성 씨가 달리기 시작했고, 이왕이면 동호회에서 함께하면 좋겠다 하는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꿈은 이루라고 꾸는 것이 맞나 봅니다. 보성 씨, 축하해요!
최희정(국장): 오늘 보성 씨와 함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회장님의 당부, 회장님의 어깨를 짚고 있는 보성 씨, 보성 씨의 신발 끈을 다시 묶어주며 한 회장님의 말씀…. 글 읽으며 울컥했습니다. 매 순간마다 보성 씨의 곁을 지키며 든든히 살피시는 회장님 덕분에 오늘 보성 씨는 완주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을 겁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오늘 선생님의 기록은 마음을 울립니다. 아! 정말 사람 사는 정이 가득한 곳은, 살만한 곳은 여기에 있었네요. 동호회 회원들 모두 감사합니다. 정진호 선생님, 잘 지원해 주신 덕분이고 고맙습니다.
월평: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드러나야 한다 하셨죠.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로 가득합니다. 보성 씨 인생의 큰 획을 그었네요. 정진호 선생님 사회사업가로서 이룰 거 다 이루고 거창마라톤클럽에도 역사적인 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