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
001.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선글라스와 파란색 야구모자로 무장아닌 무장을 한 채 드르륵 소리를 내는 여행용 가방을
이끌고서 공항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내가 입국한다는 소식을 접했는지, 수첩과 볼펜을 들고 이리 저리 기웃거리는
팬들을 뒤로한 채, 단 한사람. 내 동생 한 율만을 찾아서 두리번 거렸다.
저기 한 구석, 만남의 광장에서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와 함께 있는 낯익은 인물. 율이다. 분명 율이었다.
" 한 율! "
율이가 들을 수 있을정도로 크게, 만남의 광장 주변에 있는 사람까지 다 들리도록 크게 외쳤다.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나를 스윽 바라보는 율이. 이내 활짝 웃으면서 폴짝 폴짝 뛰며, 한걸음에 달려와 가방을 빼앗아 든다.
" 누나! "
" 그래, 누나야. 율이, 3년만인데 정말 많이 컸네? "
" 당연하지! 3년이나 지났으니까. 누난 하나도 안변했어! "
마치 부드럽고 달콤한 연인들처럼 우리는 웃으면서 서로를 반겼다. 아역배우 한유라가 정식 모델이 되어 3년만에
고국, 한국에 돌아왔고, H그룹 정식 후계자 한 율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어 3년만에 누나를 만나러 공항에 왔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서로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 야, 임마. 누님과의 애정공세는 그만하지? 응? "
" 모델된다고 하시더니, 정말 모델이 되셨네요, 누님? "
" 너희는 누군데 날 아니? 율이 친구중에 날 아는건…. "
" 이야, 우리 섭섭한데요? 몇번 본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꽤나 친한 사이 아니었던가? "
" 너만 그런거야, 쨔샤. 나는 잘생겨서 누님도 날 기억하고 있을거라고. "
그래, 생각났다. 4년전 청명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 재학중일때, 율이랑 같은반 친구였던.
" 생각났어. 네가 소월이지? 박소월. 그리고 네가 휘랑이고. 천휘랑. 맞지? "
" 나이스! 누님이 우리를 기억해 내셨다! "
소월이는 휘랑이의 목에 팔을 걸고는 크게 웃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부끄러운것도 있었지만, 이 좋은 날…
굳이 ' 부끄러우니까, 그만해. ' 라고 말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냥 따라서 후후, 웃어보일 뿐이다.
" 아, 그런데 이쪽 아가씨는 누구…? "
소월이와 휘랑이, 둘 중 하나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 율이는 여자에 대해 관심이라곤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건….
" 아! 누님은 잘 모르시겠군요? 이쪽은 서진아. 두 달 전부터 율이랑 사귀기 시작한 율이 여자친구예요. "
" 율이, 여자친구…? 장난이지? 율이는 여자친구 같은 거 만들어서 이리 저리 데리고 다닐 성격은 아닌데. "
율이의 여자친구. 휘랑이가 짖궂게 웃으면서 말하기에, 장난인 줄 로만 알았다.
" 에에? 내 성격이 뭐가 어떤데! 우씨이이… 진아 오해하면 어떻게! "
볼 안 한 가득히 바람을 집어넣어 부풀린 율이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뭔가 허탈한 느낌. 애써 침착해 하며
율이의 여자친구라는 그 여자아이를 내려다 보았다. 165는 될까, 나보다 10cm는 족히 작아보이는 그 여자아이는 밉게도,
정말 밉게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우리 어머니의 눈빛과 똑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이 아이만은 절대로 안돼. 내 머릿속에서 이 문장만이 둥둥 떠다니는 듯 했다. 이 아이만은 무조건 안된다. 아무 이유없이
이 생각만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물론 어머니의 눈빛과 똑같은 눈빛을 가졌다는건 단지 핑계일지도 모른다. 동생을
너무나 사랑해서, 아껴서, 또 한 나랑은 너무 달라서.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를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
이거 하나만은 한유라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고, 또 장담할 수 있다. 이 아이는 율이를 행복하게 해 줄수 없다는거. 오히려
율이를 울게 만들 것이라는거.
" 아, 안녕하세요. "
" 그래. 율이 누나, 한유라야. "
수줍게 웃으며 나를 올려다 보는 이 아이. 제 딴에는 아무 악의없는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나를 경계한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누군가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연예계에서 오래 생활하며, 얻은 재빠른 눈치와 여자의 감각… 이라고 말할것이다.
아마도, 이 첫 만남 때 부터였을것이다. 나중에 허탈한 울음만 토해내며, 악연으로 이어진 우리둘의 만남을 후회 할 일이
일어나는 첫 시작은.
첫댓글 우와 글 잘쓰시네요!!!ㅜㅜ
ㄷㄷㄷ; 과찬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