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35도를 넘는 폭염속에 마땅한 방법이 없어 물한병 들고 삼성산을 올라간다
날씨때문일가 사람들이 별로없어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올라가다 깔딱고개를 올라 그늘아래 바위에 앉아 저멀리 바라보이는 동네를 내려다 본다
저속에서도 많은사람들이 무더위와 싸우고 있으리라 어쩌면 나는 피서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때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무심한 바람님은 나의 바램에는 전혀 끄떡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내 그동안 모아놓은 작품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노라니 바람 한점이 슬며시 스친다
에잇 잠이나 한숨 자야겠다
-안녕하세요 - 전혀 모르는 중년의 여인이 미소를 띄며 상냥하게 인사를 한다
-녜 더운데 잠시 쉬었다 가세요 - 곱상한 얼굴이다 인상도 아주 밝고 명랑해 보인다
그런데 많이 본듯한데 아마도 우리 동네 아줌마가 아닐가싶다
때마침 솔솔 바람이 불어오자 여인이 심심한지 말동무 하자는드시 옆으로 와서 자리를 잡는다
- 아줌마 굉장히 미인이신데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혹시 석수동에 사시나요 -
-아니예요 인천서 왔어요 -
안양에 친구가 있어 같이 산에 가기로 하고 왔는데 우연찮게 친구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집으로 돌아 가려다가
여기까지 와서 그냥갈수 없어 산구경이나 하고 가겠다며 올라오는 길인데 사람들이 없고 너무 조용하니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어 내려갈가 하든 참이라고 한다
진달래빛 등산복을 산듯하게 차려입고 녹색 안경에 목에는 가벼운 붉은색 마후라를 둘렀다
처음으로 신은것 같은 등산화나 등에서 내려놓는 배낭역시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이고 금방 미장원에서 나온듯
바람에 날리는 귀밑머리 역시 영화배우를 뺨치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동그란 눈에 양볼에 드러나는보조개나 복숭아빛 두뺨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또한 한껏 매력을 발산한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인의 가슴을 스처 지나간다
아 ! 바로 그여인이다
옛날 내가 고등학교시절 다니던 동산교회에서 만났던 여고생 손소영이다
이름만큼이나 때롱때롱하던 손소영이는 예쁘다는 말밖에 더이상의 표현이 없던 여자였다
이세상 어느여자가 소영이보다 예쁠가
하느님은 우리에게 잠시간이나마 연인으로 즐거움을 선물하셨다
같이 별을세고 같이 물장구를 치고 이슬내리는 밤에 모닥불피워놓고 밀집방석위에서 흐르는 유성을 보았다
늑대가 우는 소리에 놀라 애기처럼 보채던 손소영 !
악마는 우리의 사랑을 시기하였던지 소영이에게 헤어나오기 힘든 굴레를 씌워 우리의 사이를 떼어 놓았다
사랑한다고 인연이 아니고 만난다고 해서 모두가 또한 인연이 아니다
굴레에서 벗어 나오지 못한 소영이는 결국은 나에게서 떠나갔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모르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유야무야하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길을 걸었다
악마는 쾌재를 부르고 또다른 연인을 찾아 갈라놓으려는 일을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
- 그렇게 좋아하는 애인과 혜여지면서 얼마나 한스러우셨어요 -
-글쎄요 사는게 무엇인지 먹고살려고 발버둥치느라 억지로 잊고 살았죠-
시원하게 불어오든 바람이 우리의 대화를 시샘이라도 하는듯 무더운 바람으로 방향을 바꾼다
- 더우네요- 여인은 배낭에서 부채를 꺼내어 나를 향해 바람을 날린다
-아니 저에게도 부채가 있어요- 뒤호주머니에서 부채를 꺼내 맞부채질을 한다
-어머나 멋있는글- 여인은 나의부채를 당기어 큰소리로 읽는다
듣고도 못들은척
보고도 못본척
세상사 모든탐욕
알고도 모르는척
삼성은 나를보고
하늘을 보라한다
-시인이세요 그리고 서예도 하시고요? -
- 아뇨 그냥 써본거죠 대단한것은 못되지만 선물로 드릴가요? -
- 너무 너무 고맙죠 - 둘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땀을 부채로 날리며 석수역으로 내려왔다
시원한 콩국수를 사주겠다며 중국집으로 나의 팔을 잡고 들어간다
실내로 들어가니 온몸이 금새 유토피아에 들어간듯 시원하고 아늑한 기분이 든다
잠시면 또다시 찜통의 거리로 나와서 오늘의 만남이 역사속으로 남게 될것이다
잠시의 일장춘몽이 아닐가
첫댓글 비몽사몽이라도 그런 꿈속의 여인과 어울려 봤으면....
그러나 요즘 세상에 늙은이를 쳐다보는 이가 있을가나? ㅎㅎ
잠깐의 만남이 기억에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소나기의 첫장면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일기를 쓰려고 펜을 잡다보니 엉뚱하게 흐른것 같슴니다
요지음에는 날씨가 더우니 마음까지 삭막해지는것 같슴니다
창밖에서 매미소리가 들립니다 곧 가을이 올것 같슴니다
더운날씨 玉體安寧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