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득 달 떠올라
오색 홍등 불 밝히면
굴피나무 때죽나무 덩달아 독을 벗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놀음판에 내딛는 밤
문둥이, 양반, 할미, 악사들도 모두 나와
덧배기 굿거리로 어깻짓 흥겹다가
살별처럼 쏟아내는 말뚝이 한 소리에
눈물로 고여오는 달꽃 한 무더기
양반 아흔아홉 잡아묵고
네 하나 잡아 묵으면 등천한다
소리치던 비비새는
나 하나 잡아먹고 이제는 떠나가
동래야류 들놀음엔 빈 날개만 일렁일 뿐
보름 밤, 동래야류 들놀음판 찾아가면
수십만 잎사귀 악사석에 내려앉아
해금 젓대 바람을 켜고
그 음률 밟고 노는 탈 그림자 그곳에 있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5.02.11. -
오늘은 정월 대보름입니다. 동래야류는 정월 대보름에 부산 동래구에서 세시 민속놀이로 연행하는 들놀이입니다. 1967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었고, ‘수영야류’에서 유래했지만 앞놀이와 뒷놀이 중에서 동래야류의 뒷놀이에 ‘문둥이춤’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음력 정월 초사흗날부터 ‘지신밟기’로 집을 돌면서 야류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놀이꾼과 구경꾼이 함께 굿거리장단에 맞춰 덧배기춤을 추며 놀았는데 주로 동래시장 앞 네거리나 동래 금강공원 내 놀이마당에서 공연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줄다리기와 세병교 안락동 쪽에서 출발해 시장터까지 행진하는 길놀이도 볼만합니다. 마을의 풍요와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전통놀이가 상생의 의미가 절실한 우리나라의 평안으로 이어졌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