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차를 만들기로 하였으나 날이 너무 추워 포기하고
강원도 고성왕곡마을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고성은 예상 밖으로 구경할 곳이 참 많더라구요.
영화 '동주'는 왕곡마을에서,
'군함도'는 가진항에서,
'판도라'는 대진항에서,
'신과 함께'는 화암사에서,
'몽당분교 올림픽'는 폐교된 죽정초등학교에서...
그 외에 화진포에 가면 김일성별장, 이기붕부통령별장, 이승만대통령별장도 볼 수 있고
최북단에 있는 통일전망대도 볼만 하겠죠(금강산이 보인다 하니)
그러나, 인생이 어떻게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겠어요?
오늘은 늦게 출발한 관계로 점심 맛있게 먹고,
왕곡마을만 다녀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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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0분 넘어 도착한 막국수집
우리 학교 사서샘이 적극 추천한 백천막국수집, 입구에서부터 사람이 줄을 서 있어서
설마설마했는데 에구머니나! 40분을 기다려야 한다네요.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40분을 기다리는 것이 엄두가 안 나 발길을 돌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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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대로 도착한 곳은 공현진항...
한적한 포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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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첫 집으로 들어가 회를 주문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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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반찬도 별로 없이 이렇게 나와요.
헉!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양....
하지만 회는 자연산으로 쫀득쫀득
매운탕도 어찌나 맛있는지 남긴 것이 분할 정도였지요.(양이 너무 많아요)
자, 이제 오늘의 목적지, 왕곡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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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없어요.
힝, 그래서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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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드는 장승.
뭔지 모르게 불만이 가득한 장승.
무슨 사고를 칠 것 같은 얼굴이 참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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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도 정겹고, 걸어놓은 옥수수도 따뜻한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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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영화 '동주'의 촬영지.
바로 동주네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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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궁금해요, 윤동주' 책이 나왔을 때 오고 싶었는데, 이제서 오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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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를 보고
윤동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궁금해요, 윤동주' 책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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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동주는 학교에 다녀오면 이 우물을 들여다 보며 얘기를 하고 했지요.
영화 속에서는 몽규 등과 등목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서울 윤동주 기념관에 가면 실제 명동촌에 있는 우물이 있어요.(직접 갖고 왔답니다)
그 우물은 나무로 되었지요.
여기 우물은 돌로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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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왕곡마을은 참 아름다웠어요.
겨울인데 이렇게 아름다운데
꽃피는 봄에는 얼마나 예쁠까요?
초록 푸르른 여름에는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가을은 보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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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연기 폴폴 나는 마을
저녁밥 짓는 연기일까요?
그 집에 들어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요?
방앗간 풍경...
동주네는 제법 잘 살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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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은 그 모습 만으로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왜 부수고 새로 짓는지....
그래서 옛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성 왕곡마을은 참 위대합니다.
왕곡마을 사람들도 참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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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흙과 돌로 만들어진 담벼락도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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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흙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무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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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왕곡마을을 떠나기가 아쉬워
이리저리 다시 한번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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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 바다를 보러 갔어요.
동해 바다는 역시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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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촤르르....
파도 소리 가득한 바닷가....
다음에 고성에 오게 된다면...
왕곡마을에 머무르면서 글 하나 쓰고 싶습니다.
가끔 바닷가에 나와 파도소리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생각에 잠기다가
왕곡마을 기와집으로 들어가면
아마도 글이 술술 써질 겁니다.^^
첫댓글 가을에 다녀왔는데 비수기에는 하룻밤 5만원이에요. 집 한 채에.
저는 바로 그 동주네 집에서 잤지요.
조금 불편은 하겠지만 마을은 좋던데요. 가을 인데 5만원?
@바람숲 여름에만 조금 더 비싸다고 들었어요.
바다도 보고,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11월부터 3월까지는 집을 안 빌려주더라고요.
아, 그래요? 겨울(2월)에는 한적해서 괜찮을 듯 싶었는데...
이 추운 날에 여행을? 안선모 선생님다우셔요. 전 방콕의 행복으로 줄기차게 ㅎㅎ
나가면 생각보다 안 추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