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손잡이 컵이었다.
왼손은 힘이 무척 세서 손잡이가 있으면
은이 혼자서 컵을 잡고 물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오른손도 손잡이를 잡도록 쥐여주면 왼손만큼은 아니지만 잘 잡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컵이 있으나 손잡이 부분이 얇아서
더 두꺼운 손잡이가 있다면 은이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손의 힘으로 얇은 손잡이를 쥐니 음료가 많으면 컵이 무거워져
오래 들고 있기 버거워 보였다.
자세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3개월, 6개월’ 등으로
개월 수에 따라 컵이 구분되어 있었다.
은이 나이를 생각해 그중에서 가장 높은 연령의 아이들이 쓸 수 있는
12개월용을 집어 은이에게 건넸다.
왼손에 쥐도록 거들자 은이가 손잡이를 꼭 잡았다.
컵인 것을 알고 입 가까이 가져갔다.
“은아, 아직 계산 안 해서 입 대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거 살까? 집에 가서 한번 써 보자.”
마트 바구니에 손잡이 컵을 담았다.
2. 숟가락과 포크
컵과 빨대만큼은 아니지만 은이 혼자 숟가락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숟가락으로 음식을 뜨고 은이 손에 쥐여주면 입 가까이 가져간다.
아직 입에 넣은 숟가락을 빼지 못해 그것만 돕는다.
물론 아직 어설프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바들바들 떠는 은이 손에 들어간 힘이 반가워 천천히 연습하고 싶다.
식사를 도와 먹여 주더라도 은이 손에 숟가락을 쥐여준다.
식사하는 것을 은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느끼고 반응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돕는다.
판매하는 것 중에 올바른 젓가락질을 배우도록 보조하는 젓가락은 있었지만
숟가락과 포크는 별다른 게 없었다.
특별한 목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어도 은이 손 크기에 맞는 것을 사용하면
집이나 공동 식당 수저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적당해 보이는 것을 골라 은이에게 내밀며 물었으나
포장이 뜯겨져 있지 않아 은이 손에 쥘 수는 없었다.
때문에 손잡이 컵처럼 은이의 적극적인 반응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집에 가서 밥 먹을 때 한번 써보자’는 말과 함께
숟가락과 포크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3. 휴대용 턱받이
진열대를 구경하다 처음 보는 것을 발견했다. 휴대용 턱받이였다.
아이를 키운다면 익숙한 것이겠으나 경험이 없어 마냥 신기했다.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하나를 집어 한참 들여다보았다.
집에서 식사할 때 은이는 턱받이를 사용한다.
입가에 음식이 묻으면 바로 닦도록 돕지만 옷에 떨어지면 곤란한 경우가 있다.
떨어진 음식은 바로 주우면 되지만 옷에 묻은 양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얼룩이 남아 깨끗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타인들이 보기에 긍정적 이미지를 지닐수록 존중받고,
존경받을수록 그 사람에게는 긍정적으로 가치부여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이미지는 그것들에 병치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과 연관을 갖게 되기 때문에,
특히 그 병치가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우에 가치박탈된 사람들은
더욱 긍정적인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미지에
강력하고 연속적으로 병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그들이 관계 맺는 사람들,
그들이 하는 활동 모두에 적용된다.
「장애인복지정책과 노말라이제이션, 이성규」발췌·편집
노말라이제이션을 공부하며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여러 번 느끼며 깨달았다.
일상적인 식사라 하더라도, 그러니 더욱 세심히 챙기고 도와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턱받이 사용은 은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은이가 조금 더 성장해서 어린이보다는 청소년이,
청소년보다는 성인처럼 보인다면 턱받이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으나 아직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턱받이 사용이 주는 깔끔한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실리콘 재질의 턱받이는
집에서 사용하기에 세척이 쉽고 착용도 간단해 매우 편하지만,
외출할 때마다 챙겨 다니기는 번거로웠다.
휴대용 턱받이는 일회용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정말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은이와 외출하며 사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 구입했다.
서두르며 열심히 다녔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돌아갈 시간이었다.
바구니에 은이 양말과 어린이용 로션, 선크림을 마저 담고 쇼핑을 마쳤다.
은이와 하나씩 사용해볼 생각에 걸음이 바빴다.
2019년 7월 22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보통 개월 수에 따라 무게나 빨대의 구멍 크기 등이 달라요. / 은이와 쇼핑, 성공적이네요. : ) 은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궁리하며 함께 구입하고, 정진호 선생님의 그 마음 알기에 쇼핑이 쇼핑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 같네요.
최희정(국장): 개월은 박현진 팀장님 말씀처럼 무게나 빨대의 구멍크기가 다릅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따라 그 개월 수에 해야 하는 과업들을 잘 할 수 있도록 돕지요. 빠는 힘이 약한 아이에게는 빠는 연습을 도와 수월하게 먹을 힘을 기르도록 말입니다. 휴대용 턱받이, 필요하다면 사용해요. 다만 턱받이도 찾아보면 캐릭터 없이, 또는 다른 모양들로 많이 나온답니다. 유아용품들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제품들을 찾는데 유아용품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은이는 조금씩 자라 곧 청소년이 될 테니.
월평: 병원 다녀오는 길에 쇼핑, 좋아요. 은이가 마트 이곳저곳 둘러보며, 정진호 선생님이 이 궁리 저 궁리하며 쇼핑하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