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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홍보물 전락한 행정봉투 절에 배포 물의 | ||
포항 동해면, 20일 뒷면에 십자가 봉투 황불사로 전해 면 “죄송하다” 사과…교계 “불교 무시하는 처사” 비판 시도 민원봉투에 교회 광고 게재…종무부 “즉각 폐기” | ||
[법보신문] 5 |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봉투에 십자가가 새겨지고 교회 광고가 등장하는 등 행정봉투가 교회 홍보물로 전락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포항시 동해면 상정리에 위치한 황불사(주지 해안 스님)에 따르면 지난 12월20일 동해면복지위원장 명의의 행정봉투가 사찰에 배달됐다.
문제는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지원을 요청하는 홍보물이 담긴 이 봉투 뒷면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포항도구교회’ 광고가 실렸다는 점이다. 광고 옆에는 ‘공용으로만 사용합시다’라는 문구와 정부 마크가 새겨져 공공 행정봉투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십자가와 함께 담임목사 성명, 교회 연락처까지 상세히 게재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포항시 민원인용봉투에도 십자가와 함께 ‘행복, 만족, 힘이 넘치는 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빛과소금교회’ 광고가 뒷면 하단에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에는 “여러분의 소중한 자녀를 보내주십시오”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예배시간과 약도, 인터넷 카페 주소까지 표기하고 있다. 이 봉투는 황불사 신도가 시주금을 담아 오면서 추가로 밝혀졌다.
황불사 주지 해안 스님은 “과거 포항시 우체국에서도 십자가를 사용하더니 이제 면단위의 공공기관 봉투에도 십자가가 새겨진 봉투를 발행하고 있다”며 “관계자들이 실수라며 사과는 했지만 정말 황당한 일이다. 절에 이런 봉투를 배포한 것은 불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스님은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동안 불교계가 몰랐던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을 방치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2개의 행정봉투를 받은 황불사는 즉각 항의에 나섰고 관계자는 사과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8년 포항시 우편집중국도 소포를 취급하는 우편물의 배송지를 알리는 국령표 약칭 기호에 십자가 표시를 사용하다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의 시정 조치를 받고 수정했다. 또 2009년에는 서울시 공무원이 성경 문구가 새겨진 명함을 사용, 종교차별 사례로 인정돼 폐기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한보근 동해면사무소 복지계장은 “과거에 재정이 여의치 않아 기업체나 교회의 협찬으로 봉투를 제작한 바 있다”며 “이번 봉투는 지난해 관내 교회가 제작한 것이며 올해는 이런 봉투를 만들지 않았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근 동해면복지위원장은 “잉여봉투가 있어서 사용했으며 10여개 정도 나갔을 것”이라며 “종교적인 편향 의도는 없었으며, 이런 일이 생겨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항시 종교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김태만 종무담당은 “관련 사건을 모두 파악했다”며 “해당 봉투는 즉각 폐기 조치할 것이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