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천국이다
지옥에도 꽃밭이 있고
깊은 산에 비도 내리고
새들이 날고
지옥에도 사랑이 있다
나 이 세상 사는 동안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아도
반드시 지옥을 찾아갈 것이다
지옥에서 쫓겨나도
다시 찾아갈 것이다
당신을 만나
사랑할 것이다
-『서울경제/시로 여는 수요일』2025.02.11. -
지옥에도 꽃밭이 있는지, 깊은 산이 있고, 비가 내리는지, 새들이 나는지 몰라도, 지옥에도 사람이 있다면 사랑이 있을 것이다. 사랑이 있다면 지옥도 아주 지옥은 아닐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지옥에서 고통받는 이가 있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은 들어봤어도, 반드시 지옥에 가겠다는 서원은 낯설다. 무모하거나, 절대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결심이다.
지옥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지옥에 가더라도 저 시인이 부르는 사랑 노래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옥마저 천국으로 일구려는 시인의 꿈을 읽는다. 하물며 지상에서의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