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19-13, 로뎀 기관방문 질문지
고령 성요셉재활원에 이어 대전에 있는 로뎀 방문을 계획했다.
로뎀에서는 입주자 재활을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 들으며 배우기 위함이었다.
방문 전, 맹은정 국장님과 통화했다.
방문하려는 뜻을 다시 밝히며 협조를 구했다.
맹은정 국장님은 질문지가 있으면 좋겠다며
질문할 내용을 담아 작성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방문 목적을 담은 인사말과 함께 로뎀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담아 질문지를 완성했다.
공문과 함께 발송한 질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안녕하십니까? 월평빌라 생활재활교사 정진호입니다.
저는 현재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진행하는
거주시설 장애인의 삶을 개별로 지원하기 위한 실습, 훈련, 지원사업
‘시설 단기사회사업 – One Person At a Time’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7월 한 달간 진행되는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월평빌라 입주자 하은 군의 생활과 지원에 유용한 용품을 찾고,
재활에 대한 학습과 견학, 재활전문병원 진료 등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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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에 방문하여 ‘1) 입주 가구와 기관 내 재활 관련 설비 견학,
2) 재활 치료 관련 설비와 사업 견학’을 중심으로 듣고 보며 배우고 싶습니다.
1. 로뎀의 입주절차와 입주해서 살고 있는 입주자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합니다.
2. 입주자를 지원할 때 중심으로 삼는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3.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4개의 프로그램(사회재활, 생활재활, 자립지원, 의료재활)은
어떻게 구분되며, 통합적으로 지원하는데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분야와 항목을 나누어 지원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4. 의료재활 중 ‘재활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 원내치료(작업치료),
원외치료(미술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통합예술치료, 음악치료),
보장구 구입 및 관리
5. 의료재활을 중심으로 로뎀에서 진행하는 재활 프로그램 중
월평빌라 입주자 지원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향후 계획하여 진행하면 좋을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입주자 재활과 관련하여 더 나누어 주실 이야기가 있다면
감사히 듣고 궁리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방문하여 직접 경험하기 전에 알고 싶은 것을 되새기며 정리하니
견학하려는 뜻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 같았다.
은이와 필요한 짐을 꾸리며 로뎀 견학을 준비했다.
2019년 7월 23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방문 전에 여러 번 연락하며 준비하셨지요. 예를 다해 설명드리고 질문지를 만드셨어요. 은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구상을 하기도 했고요. 준비가 이렇게 철저하니 로뎀 가서도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네요. 잘 준비하고 주선해 주셔서 고마워요.
최희정(국장): 어떤 순간에도 예를 다하는 정진호 선생님. 선생님의 질문지에서도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기관 견학, 잘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질문을 요청한 로뎀과 질문지 보낸 정진호 선생님 덕분에 견학 잘 했습니다.
하은, 재활 19-14, 로뎀 견학
박현진 팀장님 차에 은이 휠체어를 실었다.
성요셉재활원 견학을 떠올리며 여벌 옷이며 턱받이, 빨대, 물티슈, 기저귀를 준비했지만
나서려니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어린이용 카시트에 휴대용을 겹쳐 사용하는 은이 카시트를 좌석에 옮겨 설치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점심을 먹고 로뎀으로 향했다.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있는 큰 빌딩이 로뎀 건물이었다.
설명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장소가 주는 느낌이 새로웠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로뎀 선생님들이 준비한 테이블에 앉아 내어주신 커피를 마셨다.
은이는 예쁜 쟁반에 담긴 두유를 대접받았다.
로뎀을 알리는 기관 팸플릿을 받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소개를 받았다.
로뎀이 어떻게 운영되며 입주자분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기관 소개에 이어 미리 준비한 질문지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느낀 바가 많았으나 이를 요약하면 다음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
1. 병원 진료를 통한 입주자의 의학적 정보 확인
로뎀에서는 입주자가 입주하면 바로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월평빌라에서도 입주 한 달 후에 둘레 사람들과 지원 계획을 의논하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뎀에서는 최대 3개월 동안 꾸준히 병원을 찾으며 진료를 받는다고 했다.
입주자의 건강에 대해 부모님이 전하는 말을 참고하지만,
다시 한번 진료를 받아 지금 입주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확인한다고 했다.
3개월 동안 ‘관찰’을 하고, 관찰한 바에 따라 필요한 것을 결정한다.
진단 후 받는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입주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재활을 중심으로 입주자를 지원한다는 로뎀 다워 보였다.
재활전문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은이 몸에 대한 의견을 구하려는
단기사회사업 계획의 근거를 엿본 것 같아 좋았다.
2. 객관적 지표를 통한 입주자 파악과 당사자, 부모, 직원의 지원 선호도 비교
입주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사정을 한다.
이때 사정도구를 활용하고 당사자, 부모, 직원 등이 모여 사례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지원을 먼저 했으면 하는지에 대한 당사자, 부모, 직원의 선호도를 비교한다.
객관적 지표라 일컫는 사정도구에는
‘SDPPE(Severely Disabled Person Performance Evaluation; 중증장애인수행평가지)’ 등이 포함되는데
로뎀 입주자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자체적으로 편집하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자세히 본 것은 아니지만 생활의 세세한 부분이 평가 내용에 포함되어 있어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당사자, 부모, 직원의 지원 선호도를 비교한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저마다 입장에서 먼저 하고 싶은 일들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것을 한자리에 모여 의논한다니 그래야 마땅한 것 같았다.
월평빌라의 입주자 지원에서, 사례회의에서도 그와 같이 하는 것이지만
명시하여 소개받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3. 보조기기센터 및 센터 내 보조기기사례관리서비스 등 활용
로뎀 선생님들이 은이를 처음 보고 건넨 이야기가
‘몸에 맞는 이너 휠체어가 필요하겠다’는 것이었다.
거창으로 이사 온 후에 재활의학과 진료를 통해 이너 휠체어를 제작해서 구입했고,
지금은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로뎀 선생님들의 시선이 어디에 먼저 가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질문이었다.
로뎀 입주자들은 저마다 몸에 맞는 보조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이너 휠체어에 끼워 받치는 쿠션 하나도 각자 몸에 맞게 구입하거나 제작해 사용하고,
그렇게 제작한 것도 몸의 성장에 따라 다시 제작하여 바꾼다고 했다.
보조기기센터와 보조기기사례관리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렇게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여름, 김경선 아주머니의 보조기 찾는 일을 도우며
보조기기센터를 방문하고 그곳의 보조공학사 선생님과 교류한 경험이 있으나
그 후로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로뎀에 다녀온 후에 경상남도보조기기센터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보조기기사례관리서비스’라는 큰 항목 아래
‘사례관리 서비스, 보조기기 교부사업, 보조기기 개조 및 제작, 보조기기 대여,
보조기기 점검 및 세척서비스 안내, 보조기기 사후관리 서비스’와 같이
얼른 찾아보고 싶은 서비스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입주자 지원에 유용하게 쓰일 것들이 많아 보였다.
욕심이 났다.
4. 보장구 및 보조기 지원 프로그램에의 적극적 참여
로뎀에서는 보장구와 보조기를 지원하는 외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모든 보장구와 보조기를 직접 구입하기는 힘들고,
보조기기센터와 연계하여 제공받는 서비스만으로도 한계가 있으니 그렇다고 했다.
보조기기센터 활용과 마찬가지로 외부 지원 프로그램의 목적과 성격을 분명히 알고
신중히 고려하여 참여한다면 어떤 상황들에서는 괜찮을 것 같았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말을 자주 하는지, 어떤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지를 보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무엇을 중심으로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로뎀 선생님들로부터 발견한 것은 ‘관찰’이었다.
여러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중에 ‘관찰’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실제로 로뎀 선생님들이 하는 실천도 그것과 밀접한 것이었다.
로뎀 선생님들은 이야기 나누는 중에도 은이를 살피며 몸을 관찰했다.
양쪽 고관절 탈구, 편마비로 인해 왼쪽 몸을 더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
입에 손이며 물건을 자주 가져가는 것, 척추 변형, 시력에 대한 의견까지
지금껏 은이를 지원하며 알게 된 몸에 대한 내용들을 짧은 순간에 모두 알아냈다.
‘관찰’의 힘, 대단하다 생각했다.
우리의 중심이 ‘관계’라면 로뎀의 중심은 ‘관찰’.
기대한 바 그 이상으로 느끼며 배웠다.
시간 내어 설명해 주신 로뎀의 선생님들,
먼길 동행하여 힘이 되어 주신 소장님, 국장님, 팀장님께 깊이 감사했다.
2019년 7월 24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객관적인 시선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관찰’ 역시 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 생각이 영향을 미치지만, 이때 필요한 것이 전문적인 지식과 근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중요하겠지요. 그렇게 쌓은 지식을 토대로 ‘관찰’을 하면 현재 상황 판단과 앞으로 계획이 구체적일 거예요. 로뎀 선생님들의 말씀에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앞으로 더 공부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 )
최희정(국장): 서울까지 기관 견학을 다녀오면 보고 느낀 것, 배운 것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월평: 입주 3개월 동안 잘 살피고, 3개월 후 지원계획 회의, 보조기기센터와 외부 재활프로그램 연계, 핵심을 잘 정리하셨네요. 저는, 입주 시부터 계획과 지원에 이르는 과정이 와닿았습니다. ‘상식과 경험’만으로 지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감사했습니다. 대도시의 이점을 살린 외부와의 연계는 부러웠고요. 로뎀 동료들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하는지 감탄했습니다. 덕분에 큰 공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