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
만질 수 없는 것이 그저 오기를 바라는 시간
꿈결에서라도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길 소원하는 시간
나는 봄이
왜 소복이 눈 쌓인 곳에서 시작하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 임경섭 詩『입춘』
- 시산문집〈이월되지 않는 엄마〉난다
절기상 봄이 되었고, 봄이 오면 서점 문 앞에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을 들 입(入)의 형태로 붙여둔다. 이 아래 오가는 모든 이에게 기어코 봄이 오듯 길(吉)함과 경사(慶)스러운 일이 꼭 함께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무엇보다 우리 서점에, 이번 봄엔 좋은 일 좀 있었으면 한다.
아직 다 녹지 않은 눈길을 걷는 사람들 걸음이 아슬해 보인다. 치운다고 치웠는데, 밤사이 내려 얼어붙은 눈은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며칠째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이다. 어제는 바람도 심했던지라 종일 오한이 가시지 않았다. 봄이라니. 믿기가 어렵다.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여덟 글자를 붙이며, 근거 없는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래, 대체 좋은 일이란 무어냐.’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생각해볼수록 오리무중이다. 생전 좋은 일 한 번 겪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나는 그만 침울해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 새잎을 만난다. 서점 한쪽 고무나무 화분이 그새 피워둔 것이다. 온순하여 어지간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화분과 함께한 지 벌써 예닐곱 해. 그사이 잘 자라주어 새잎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감동은 매번 새롭다. 겨울 끝, 봄 시작을 알아보고 환영하는 조그마한 생명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봄이란 겨울이 있어야 가능한 조건이듯, 끝은 시작을 불러오고 좋은 일은 궂은일을 딛고 시작한다. 이 봄은 뻔한 봄, 그러나 새봄이다. 서점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온다. 시무룩한 마음이 금방 환해지고 나는 낙천적이 되고 말았다. 당신이 오늘치 나의 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