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동생들이 차례대로 결혼을 하게 돼 집을 떠날 때 나와 자매들은 가족 앨범을 모두 꺼내놓고 사진들을 나눠 가졌다. 독 사진은 각자 챙기면 간단했지만 문제는 오래 전에 찍은 가족 사진들이 었다. 각 사진에 대한 서로의 은근한 애착 때문에 사진을 나누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와 살고 있는 나는 가족 사진을 나누는데 흔쾌히 동의 하지는 않았지만 집을 떠나면서 옛 사진들을 갖고 싶어 하는 자매들의 마음만은 이해했던 것 같다. 그후로 우리 가족의 접착식 앨범에는 동생들이 떼어간 사진의 빈자리가 군데군데 남게 되었다.
내털리 포트먼이 원작을 읽고 반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화재인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작가 이모스 오즈의 자전소설 이다. 대개의 뛰어난 작품들이 그렇듯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유년의 일들을 세세히 지금 문앞에서 보고 있기라도 한 듯 표현해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는 확신하지 않은 수 없었다. '이 작가는 아마 가족 사진이 담긴 아주 두틈한 앨범들을 보물처럼 갖고 있는 게 틀림없어'라고 말이다.
8월 넷째 주이니 휴가철은 지나갔다고 말해도 될까 어딘가 다녀왔다면 사진들도 찍었을 텐데 요즘은 스마트폰 마다 카메라와 앨범 기능들이 편리한 방식으로 내장 돼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인화해 앨범에 꽂아 두는 사람이 줄어 들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 어는 문구점에 가도 다행히 아직 앨범들을 팔고 았으니 내가 학장시절을 보냈던 1980년대만 해도 앨범은 생일이나 졸업 입학시 같은 때 큰 맘 먹고 주고 받는 선물이기도 했다. 그중 '칸나 앨범'이 가장인기 있었던가?
아이 둘을 낳고 난후 막내 동생은 사진을 인화해서 아이들이 손에 잡기 좋은 정도의 가볍고 작은 포켓앨범에 넣어준다 앨범에 날짜를 적어 책장에 세워둔 게 20여 권 된다. 초등학교 조카 둘이 종종 마루에 나란히 엎드려 자신들의 지금 보다 더 어린시절이 담긴앨범을 넘기면서 그땐 그랬지라고 소근거리는 모습을 늘 볼때가 있다. 그 모습은 어느 호후 안방에서 낡은 접착식 비닐이 거의 떨어져 나가는 가족 앨범을 넘겨보고 있는 부모의가만한 등을 볼때와 비슷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진이 갖고 있는 가치 중에는 '증명'해 주는 힘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 그 장소였을때 찍은 세계는 다시 볼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그 시간과 경험의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것이 앨범이 겠지 장롱이나 서랍장 깊숙한 곳을 한번 찾아보라 우리는 모두 그러한 '자아의 책'을 한 권식은 갖고 있다. 참 앨범에 끼워 넣었던 것은 사진뿐만 아니라 신권이 나올때 지폐도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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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泉 池古瓮
첫댓글 앨범과 사진을 즐길 때가 행복했었지! 정년퇴직 직후 그동안 모아 두었던 7권의 앨범을 구조조정(?)해 한권의 앨범으로 압축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던 기억이 남니다! 감사
송내 대단 앞을 내다 보는 그대가 부럽수 아직 알량한 미련 때문에 구조 조정을 하지 못했어유
추억의 앨범...사람냄새가 정겹습니다... 감사
그래서 그런지 인간은 과거를 먹고 사는것 같아유
흘러간 날들이지만 낡은 사진첩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때 느끼는 회상과 행복감! - 아! 모두가 " 옛날이여"-로군요
정말 옛날 못 먹고 벗고 못 살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정말 좋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