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가수 김수희 씨의 ‘애모’라는 노랩니다. 전 아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남자들의 노래라고 생각듭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나이 들수록 지독한 외로움의 공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생의 하프타임을 넘어서 나른함이 찾아오는 오후 3,4시의 시점의 나이가 50세 정도입니다. 그때쯤이면 속에서 본질적인 외로움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외로움이 있어도 선뜻 관계 속에 나오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 받아줄 안전성(safety)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내의 가슴이 엄마의 가슴처럼"나, 안기고 싶다. 위로가 필요하다"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 50을 넘어서게 되면 아내의 힘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커져 있다는 사실에 남편들은 깜짝 놀랍니다. 이런 거 혹시 기억나시나요?
아내가 30대에는 외출하려면 ’윤허’수준이었지요. "2박 3일인데, 2박 3일은 꿈도 안 꾸고 하룻밤만 자고 올게." 그럼 남편이 "죽으려고 환장했어?" 그러면 깨갱하고 돌아와야 됐었잖아요.
그러다가 30대를 넘고 40대가 되면 ’윤허’ 차원이 ’보고’ 차원으로 바뀝니다. "여보, 1박 2일 갔다 와야 되는데, 당신이 허락 좀 해줘." 그러면 남편이 인상을 팍 쓰기도 하고 그렇게 되지요. 이러다가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이 되면 ’보고’가 ’통보’ 차원으로 바뀝니다. "나, 간다이~!" 이러면서 그냥 훌쩍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60대가 되면 ’명령’으로 바뀝니다. 그때쯤 되면 남편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지요. 아내가 2박 3일이든 3박 4일이든 훌쩍 떠나면서 남편이 해야 될 지침을 냉장고에 딱 붙여놓고 갑니다. 파워가 세졌으니까.
이런 여성들을 ‘까불지마라족’이라고 합니다. 까 - 가스 불 잘 잠그고 불 - 불 잘 끄고 지 - 지퍼 딴 데서 내리면 죽을 줄 알아! 마 - 마누라 있는 걸로 감사하고 라 - 라면이나 끓여먹고 있어!
웃고 넘기기에는 서글픈 일입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혼이혼현상, 남편이 정년퇴직할 때 이혼해 버리는 그런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서 남자들은 외로움에 가득 차 있습니다. 정말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자신이 가졌던 건강이나, 어떤 타고난 지력, 혹은 사업을 위한 돈의 힘, 그런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럴 때 아내의 도움, 가족의 따뜻한 도움이 정말 필요하지요. 왜요? 그때야말로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것이 남자들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읽은 편지글이 있는데요, 나이 오십에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한 한 남편은 절망 끝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의 창립멤버였습니다. 그 실망이 얼마나 컸든지 삶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내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에게서 뭔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남편은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어서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때마침 남편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자녀들을 모아놓고 남편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놓고, 남편의 나이가 50이니 지금껏 결혼해서 살아오면서 남편에게 고마웠던 점, 나의 남편이 자랑스러웠던 점 50 가지를 편지글로 썼습니다. 또 대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은 아빠가 자랑스러운 이유 50가지를 적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이 자랑스러운 점 50가지를 읽어나가는 순간, 또 아들이 차례로 읽어나가는 동안 남편은 말없이 뚝뚝 눈물을 흘리다가 마지막 딸이 읽어 내려가는 즈음에 그만 통곡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가족들이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우시냐고 물었더니 그때 남편이 무릎을 꿇습니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정리해고 당한 사실을 얘기합니다.
"나는 이 일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데 오늘 가족 이벤트를 통해서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가 모든 걸 잃은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내가 잃은 것은 직장뿐이지 다른 것을 잃은 게 아니었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인데, 가족이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데… 그래서 내가 다시 용기를 내어서 새 일을 시작해 보려고 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이벤트가 가족을 살려낸 케이스입니다. 실망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때로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살려내게 됩니다.
가족 사이에 이런 일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래서 남편은 가족들의 힘을 통해서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엄마의 가슴을 필요로 하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남자의 공통점입니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답답한 일을 겪을 때, 혼자 외로울 때, 본능적으로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의 가슴은 남자들의 충전소입니다. 아내의 가슴에 안겨서 실컷 울 수 있는 남자는 정말 행복한 남자입니다. 아내의 젖가슴 냄새를 맡으면서 울 수 있고, 아내가 따뜻하게 엄마처럼 안아주게 되면, 그 남자는 새롭게 힘을 얻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영원한 어린아이인 남자이지만 때로는 엄마가 돼서 안아줄 때 새로운 남자로 부활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기억하시구요, 부부간에 펀(Fun)이 더해지는 가족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다 젊은 시절 마누리에게 큰소리 친 업보입니다. 종두득두라 했던가...